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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Jul 19. 2022

정규직을 원했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를 바랐었는데

취업 준비를 할 때, 하고 싶은 일이나 가고 싶은 회사가 있어도 일자리의 형태가 계약직이면 쓰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는 옵션이 있어도, 일단은 포기하고 '처음부터' 정규직을 찾아 나섰다. 임금 격차나 은연 중에 차별이 있다는 말들이 신경쓰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 다음에 또, 1년이나 2년 후에 또 이 취업활동을, 지겨운 구직활동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겁이 났다.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전전긍긍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내 성과에 대한 평가가 나의 성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걱정이 됐다. 


설령 경쟁자라도 있으면, 더 자신이 없어졌다. 겸손함이 무기라고 하기에는 다들 너무 절박하고 결국 더 목소리를 자주 내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 열등감이고 피해의식인 걸 알면서도 '평가의 근거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성과가 조직에 그렇게 크리티컬한 것도 아니니까. 나라도, 내가 평가자라도 그랬을 것이다. 뽑지 않았을 때 더 껄끄러울 사람을 뽑는다. 속으로 천불이 나도, 그저 속으로 감당하고 마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혼자 끝까지 감당하라고 모른 척을 해버린다. (그런 사람은 다 눈에 보인다.)


그렇게 정규직을 찾아서 들어온 회사에서 2년, 3년을 못 넘기는 걸 보면, 왜 그렇게 오래 다닐 것처럼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했는지 민망한 마음이 든다. 사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핑계지만) 같이 일하자고 누군가 나를 꼬시지 않았다면, 회사가 망하지 않았다면,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회사를 생각보다 더 오래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불만은 있지만 그게 불행의 감정은 아니었으니까. (불행하다고 느낀 곳이 한 곳 있었는데, 거기는 정말 빠르게 손절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불만이 불행만큼은 아니다. 근데 이 불행이라는 게 타인과의 비교와 열등감,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거라서 걱정이 된다. 금세, 곧 불행해질까 봐. 언젠가 불행하다고 말할까 봐서.)





정규직을 원해서, 이 분야를 원해서 선택한 곳인데, 내가 받게 되는 대우가 이정도라는 것을 모르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요즘 내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충분히 더 행복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박탈당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까? 


내가 모든 것을 망치지 않는 한, 아니 망쳐버린다고 해도 쉽게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지금인데 왜 이렇게 미래가 불안한 건지 모르겠다. 마음의 안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디에서부터 불안을 지워가야 할까?


알고 있다.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아는 것. 그 방법을 찾는 것. 그 다음엔 그 방법대로 하나씩 실천하는 것. 이걸 알면서 미루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 덜 귀찮은 일을 하기만 한다.


내일은 실천의 기록을 쓰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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