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것을 타면 속도를 생각하게 된다
바퀴달린 것을 타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생각하게 된다.
페달을 굴려 만들어내는 바람, 공기, 귀에 걸리는 소음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에 집중하기에는 나는 발길이 너무 버거운 사람.
누가 앞서 가는지,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은 누군지, "먼저 지나갈게요"라고 하며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자전거를 타고 있는지 (나처럼 따릉이가 아니라, 더 좋은 자전거라서 안심이다.) 그들의 표정은 어떤지 그 찰나의 순간에도 따져보고 있어.
가양대교를 빠져나와 시가지로 접어들었다. 그때 육교 아래서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을 지나쳤다. 깔끔한 정장(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차림에 브리프 케이스를 휠체어에 걸쳐놓은 걸 보니, 그도 나처럼 퇴근길인듯 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과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자전거들은 모두 그를 지나쳐가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학생들도 그를 지나쳐갔지만, 그저 묵묵히 자기만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모습이 주책맞게(어쩌면 무례하게)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오지랖으로 아직까지 그를 생각하며 다른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서 있는데, 그때 갑자기 내 옆에 전동휠체어가 와서 섰다. 아까 그 사람. 초록불이 켜지고 우리는 동시에 출발. 출발은 내가 늘 앞섰지만, 거리 곳곳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그와 한두 번은 더 마주쳤다.
속도라는 게 뭘까. 자전거를 타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거나, 걷거나, 뛰거나... 몰랐던 건 아무것도 없다. 자전거로 얼마나 빠르게 갈 수 있는지, 서울 시내에서 퇴근길에 자동차는 어느정도의 시속을 낼 수 있는지 도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범위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집중할 수 있다면, 나를 앞서가는 이들을 질투하거나, 내가 앞지르는 이들을 (부끄럽게도) 연민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인생에는 횡단보도가 많고, 그러니 우리는 몇몇의 지점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니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속도로, 가고 싶었던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만인데.
덧) 이렇게 생각해도 너무 힘든 날에는 택시를 잡아타자. 하루 정도는, 이 정도의 택시비는 내줄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퇴근길 하루치의 택시비는 내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