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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Mar 17. 2021

면접 답변, '오레오'만 기억하자.

8주 차. 면접(2)



"광훈아 내가...소개팅에 나갔는데...소개팅녀가 브런치 카페에 가자는 거야... 브런치 카페에 갔는데... 연어 샐러드가 먹고 싶대...연어 샐러드가 18,000원이었는데...나온 걸 보니까...양이 너무 적은 거야... 연어 샐러드에 커피에...점심 값만 50,000원 정도가 나왔는데... 나와서 조금 있다 보니까... 조금 출출하대...그래서 길거리 음식을 또 사먹었어...그러다보니까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썼더라고... 그래서........나 그 사람 또 안 만나려고."
 
제 친구의 말이었는데요. 이걸 끝까지 다 읽으신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만약 글이 아니라 말로 들었다면 "진짜?! 다시 안 만날 거야?!"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마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기대감이 점점 떨어지다가 마지막 말을 듣고 나면 "고작 이 결론을 말하려고 이 이야기를 이렇게 끌고 왔나" 하면서 허무감마저 느껴질 겁니다.  
 
그런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혹시 평소에 이렇게 말하시진 않나요? 결론을 맨 마지막에 말을 하는 방식이요. 사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을 하십니다. 왜 그런가 하고 보면 음, 일단 글을 '서론-본론-결론'으로 쓰는 게 익숙하다 보니 말할 때도 결론을 마지막에 제시하는 것 같아요. 또 워낙 우리가 문화의 민족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클라이맥스를 참 좋아하죠.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려놓고 마지막에 결론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제대로 딱!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큰 듯합니다.  
 
제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소개팅녀와 애프터 만남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엄청난 사실을 앞에 여러 장치들을 통해 기대감을 고조한 다음 "나 애프터 안 해!"라고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실제로 저 이야기를 들을 때 기대감은 고조되지 않습니다. 결론을 듣고는 허무하기만 하죠.  
 
사실 이러한 사적인 대화에서 이렇게 말하는 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면접이나 보고,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특히 면접에서 이렇게 말을 하는 건 면접관을 너무나 힘들게 만드는 겁니다.
 
면접관의 입장을 생각해볼까요. 회사의 크기나 채용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여러분 앞에 있는 면접관은 여러분 한 명의 면접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 거죠. 심지어 말만 듣고 있나요? 면접자들의 답변을 듣는 동시에 자소서를 보며 다음 질문도 좀 생각해봐야 하고, 평가도 해야 합니다. 한 번에 참 많은 것들을 해야 해요. 면접관들이 면접자의 이야기에 100% 집중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집중하기 힘든 상황인데 면접자가 말을 제 친구처럼 한다면요?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 결론이 맨 마지막이 돼서야 나온다면요? 아마 결론이 나오기 전에 면접관은 여러분의 답변을 들을 흥미를 잃어버릴 겁니다.  
 
근데 만약 제 친구가 말을 반대로 했다면 어땠을까요? 결론을 맨 처음에 말을 하는 거죠. "광훈아, 나 소개팅녀한테 애프터 신청 안 하려고." 그랬다면 이 이야기를 들은 제 반응은 어땠을까요? 바로 "왜? 왜 안 만나?!"라고 묻겠죠. 오히려 결론을 먼저 들었을 때 기대감이 더 높아진 겁니다.  
 
면접 때 답변이 이렇게 돼야 해요. 지친 면접관들이 여러분의 말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내 답변의 결론, 즉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겁니다.  
 
면접에서 내가 말하는 결론은 나에 대한 어떤 이야기, 즉 '주장'이겠죠.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면접관에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공적인 상황에서는 '주장'이 나온다면 그 주장은 반드시 증명되어야 합니다. 즉, 주장에는 '근거'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굉장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으면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 대학 때 학생회장을 했다든지 동아리 대표를 여러 번 했다든지 하는 근거를 들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면접 답변을 할 때는 '오레오'만 기억하면 됩니다. 아니, 배고프게 갑자기 면접에서 웬 초콜릿 과자 이야기냐고요? 'O.R.E.O'로 말하기는 사실 제가 공적인 말하기 상황에서 가장 강조하는 포인트예요.
 
O=Opinion(주장)
R=Reason(이유)
E=Example(사례, 예시)
O=Opinion(주장)
 
이렇게 말하자는 겁니다. 내 이야기의 결론, 즉 나의 주장을 가장 먼저 말하고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말한 다음 객관적인 사례나 예시로 뒷받침하고 다시 한 번 나의 주장을 정리 및 강조하며 마무리하는 방식이에요. 'O.R.E.O'는 사실 하버드 대학에서 가르치는 글 쓰기 기법이기도 합니다. 또 오바마가 나타나기 전까지 가장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었다는 평가를 듣는 윈스턴 처칠의 말하기 기법인 'P.R.E.P'과도 똑같아요. 처음을 Opinion으로 쓰냐 Point로 쓰냐의 차이일 뿐이죠. 하버드에서도 이렇게 글을 쓰라 하고, 윈스턴 처칠도 이렇게 말을 했다면 이 말하기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제가 더 증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럼 제 친구의 이야기를 'O.R.E.O'로 다시 재구성해볼까요?
 
O. 광훈아, 나 소개팅녀 또 안 만나려고.
R. 그 친구 만나면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될 것 같아.
E. 어제 브런치카페 갔다가 시킨 연어 샐러드 양이 너무 적어서 나와서 길거리 음식까지 또 먹었거든. 그러다 보니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쓴 거 있지.
O. 그래서 나 애프터 신청 안 할 거야.
 
말을 잘하는 하나의 팁을 또 알려드리자면 처음의 O와 마지막의 O는 같은 내용이지만 말은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좋습니다. 사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한 문장 안에서, 더 잘 쓰는 분들은 한 문단 안에서도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씁니다. 사전을 찾아보면서라도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거죠.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바꾸면 훨씬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표현을 바꾸기가 힘들다면 평서문으로 쓴 걸 의문문으로라도 바꾸면 돼요.  
 
면접을 잘 보고 싶다면, 말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상대가 잘 듣게 말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오레오'를 잘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레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과자보다도 말하기 기법이 먼저 생각나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아마 꽤 말을 잘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8-2>


 
#면접 답변, 'O.R.E.O'만 기억하자.  
 
O = Opinion(주장)
R = Reason(이유)
E = Example(사례, 예시)
O = Opinion(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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