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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May 24. 2021

“사랑하면 난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자칭 꼰대 교수와 특'별난' 제자들의 이야기 여덟.


지필고사를 대신해서 모의 면접으로 중간고사를 본 그다음 수업 시간. 고생한 학생들을 위해 강의 때 재밌는 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토론’이었는데요. 딱딱한 주제가 아닌, 학생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줬죠. 이 토론은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호랑이와 사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자는 호랑이의 사랑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토끼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에게 가서 사자가 죽을병에 걸려 오늘내일한다고. 그래서 호랑이 너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말이죠. 토끼는 사자의 말을 호랑이에게 전했고 호랑이는 바로 사자에게 달려가려 하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호랑이가 사는 곳과 사자가 사는 곳 사이에는 강이 있었는데요. 비가 엄청 와서 강을 건널 배들이 뜨질 않는 거죠. 그러다 호랑이는 자신의 친구인 원숭이가 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원숭이에게 배를 빌려달라 부탁을 했지만... 사실 오랫동안 호랑이를 짝사랑하고 있던 원숭이는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면 배를 빌려준다고 합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자를 얼른 봐야 했기에 호랑이는 원숭이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러고는 배를 타고 사자를 보러 갔죠.     


하지만 호랑이와 원숭이가 자는 걸 토끼가 봐버렸어요. 그러고는 사자에게 그 사실을 말했습니다. 애초에 거짓말로 호랑이를 테스트했던 사자는 오히려 그 사실을 갖고 호랑이에게 이별을 통보해요. 집으로 돌아온 호랑이가 슬퍼하는 걸 본 호랑이의 친구 코끼리는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 사자와 토끼, 그리고 원숭이를 다 죽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해준 후에 저는 학생들에게 어떤 동물이 가장 잘못했는지 그 순위를 매기라고 시켰습니다. 그 후에 조별로 토론을 해서 조별 순위를 다시 매긴 후에 대표 학생 한 명씩을 뽑아 전체 토론을 진행했죠.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토론한 거지만 어떻게 순위를 매기냐에 따라서 각자의 가치관이 드러날 수 있는 그런 토론이었습니다. 사실은 토론 전엔 좀 걱정을 했어요. 뷰티매니저과라는 특수한 전공을 하는 제자들이고 여학생이 97%이니까 순위가 다 비슷해서 토론이 안 되면 어떡할까 하는. 그런데 기우였죠. 5~6명이 한 조였는데 그 조 안에서도 순위가 통일되지 않아서 오히려 조율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토론을 할 때 가장 큰 관건 중의 하나는 ‘호랑이가 유죄인가 아닌가’였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였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과 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의견과 사자가 오늘내일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쪽이 팽팽히 맞섰죠.     


조별 대표들이 호랑이의 죄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가운데 갑자기 한 학생이 울컥하면서 소리쳤습니다. “사랑하면 난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그 한 마디에 강의실 전체가 뒤집어졌었네요.      


토론을 잘하려면 무언갈 주장하고 반드시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즉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무척 강조해서 가르쳤었는데 역시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그 어떤 이성적인 논리보다 마음을 울리는 감성이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걸 제가 오히려 그 제자에게 배웠습니다.      


사랑하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사랑을 한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참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친구가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예쁜 사랑을 하고 있길 바라며, 아니 그 제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런 낭만적인 사랑을 하며 살 수 있기를. 이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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