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운서 Aug 17. 2021

강백호, 이재영•이다영 선수로 보는 '공신력'의 중요성

프로 선수들의 말말말

제가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화자(speecher)의 '공신력'입니다. 물론 저는 어떻게 말해야 조금이라도 더 잘 말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드리는 사람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다도 더 중요한 건 '누가' 말하냐일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공신력을 파악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능력', '신뢰감', '열정'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공신력이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프로야구 강백호 선수와 프로배구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말들을 보면서 공신력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아서 그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mbc 뉴스 화면


KT위즈의 중심 타자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라 불리는 강백호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오승환 선수의 역전 허용 이후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 때문에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에 가장 어린 선수 중 한 명인 강백호 선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고 있던 건데요.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던 주장 김현수 선수와 외야 펜스를 두 손으로 잡고 부들부들 떨던 이정후 선수의 모습과 무척 비교가 됐었죠.  당시 중계를 하고 있던 박찬호 해설위원부터 시작해서 프로야구 원로와 야구 팬들까지 많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런 강백호 선수가 지난 15일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본인이 먼저 "제가 한 마디만 해도 될까요?"라고 하면서 사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 마디가 나왔죠.



"야구로 보여드린다기보다는 사람으로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 공인들이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실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등의 말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 일들을 말이죠. 


하지만 강백호 선수의  "야구나 실력이 아닌 사람으로서 인정받겠다"는 한 마디는 그의 사과에 참 많은 반성과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능력과 열정은 원래부터 넘치는 선수였으니 이 진정성 있는 한 마디의 말로 인해 도쿄 올림픽에서 많이 잃었던 '신뢰감'을 어느 정도는 회복하게 된 거죠. 



사진 출처 - 뉴시스




그리고 강백호 선수의 인터뷰 다음 날이었던 어제, 배구계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말이 나와버렸습니다. 바로 학교 폭력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둘러싼 말이었는데요. 사실 이 둘이 직접 한 말은 아닙니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이 이렇게 말을 한 거죠.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좀 더 많이 반성하고 성숙해져서 국가대표에 합류해 김연경, 김수지의 공백을 채워 줬으면 좋겠다.


반성과 성숙이라는 말이 있지만 결국 이 말은 공신력 중에 원래 '능력'은 출중하다고 평가받던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국가대표로 복귀해서 그 실력으로 김연경과 김수지 선수의 공백을 채워 달라는, 즉 "배구 실력으로 갚아라."는 말이 되어 버리죠. 강백호 선수의 사과와는 정반대의 말이 되어 버린 겁니다.


우리가 김연경 선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데는 물론 그녀의 세계적인 실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였나요? SNS를 통해 많이 재생산되어 돌아다니는 김연경 선수의 모습에는 그녀가 배구로 잘한 모습보다는 끊임없이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이끄는 헌신적인 '리더'로서의 모습이 훨씬 많습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국가대표로 혹시나 복귀할 수 있다 해도 과연 김연경 선수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까요? 김연경 선수의 헌신적인 리더십을 쌍둥이들이 보여줄 수 있을까요...? 


능력,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능력만 있으면 다 용납되는 시대가 아닌, '능력•신뢰감•열정' 이 세 요소, 즉 공신력이 있어야 제대로 인정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 강백호 선수와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보며 다시금 새겨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개팅을 성공하려면 자기소개를 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