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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질고개 Feb 17. 2024

5. 고교 시절의 아픈 상처

2학년 수학II 수업 시간에 나는 교실 앞으로 불려 나가 선생님에게 뺨을 22대 맞았다. 그의 별명은 ‘간첩’이었다. 항상 하얀 구두를 신고 깔끔한 양복에 머릿기름을 잔뜩 바른 모습에서 붙은 별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에 대해 인사하기 바로 직전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하품을 해버렸다. 즉시 교실 앞으로 불려 갔다.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풀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오른쪽 귀를 잡고 뺨을 세게 때렸다. 한 대씩 맞을 때마다 내 몸이 휘청거려 앞자리에 앉은 반 친구의 책상이 밀렸다. 귀를 잡아당겨 다시 나를 세우고 반대쪽 뺨을 때렸다. 반 친구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나는 그렇게 뺨을 정확히 22대 맞았다.


그리고 그는 체육실(교련실)로 나를 데려가 문을 걸어 잠그고 지휘봉 막대기를 꺼내 들고 온몸을 때렸다. 한참을 맞다가 갑자기 마룻바닥에 피가 떨어졌다. 머리 쪽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귀가 아려오면서 크게 부어올랐다. 무방비 상태로 온몸을 막대기로 맞으면서 귀가 찢어진 것 같았다. 

“바닥에 무릎 꿇고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명령과 동시에 그는 나가버렸다. 그 후 2시간 동안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나는 방치된 채 체육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후 체육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깜짝 놀라며 물었다. 상황 파악을 하신 후 찢어진 내 귀를 소독해 주셨다. 

“선생님도 사람이라 네가 용서해라.” 

체육 선생님은 당신이 그 선생님께 얘기할 테니 나는 교실로 가라고 하셨다. 자율학습 중인 교실로 돌아왔다. 귀는 이미 크게 부어올랐다. 큰 귀가 이상했는지 킥킥대고 웃는 친구들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놀라서 황급히 교무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나는 바로 몇몇 친구들과 함께 마산성모병원에 가서 귀를 꿰맸다. 마취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귀를 꿰맸다.


자취방에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밥도 먹지 않고 교복을 입은 채 잠이 들었다. 둘째 누나가 퇴근했다. 내가 아파 누워있는 게 이상했는지 이불을 덮어 주려다가 수술 후 붕대 감긴 귀와 교복 웃옷을 벗겨 보니 온몸이 막대기에 맞아 이제는 시커먼 칼자국처럼 그어져 있는 걸 봤다. 누나는 울면서 내 등에 소독약을 발라 주었다. 나는 다시 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얼굴이 너무 아려서 거울을 봤다. 얼굴 전체에 좁쌀만 한 뾰루지가 돋아나 내 얼굴은 괴물이 되어 있었다. 학교 오전 수업을 받지 못하고 어제 수술했던 병원을 다시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곰보가 된 내 얼굴을 보더니, 전날에 뺨을 너무 많이 맞아서 생긴 ‘피부 트러블’이라고 하시며 놀라셨다. 주사를 맞고 연고와 알약을 받아 왔다. 그때부터 나는 이 세상 모든 선생님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 후, 언젠가 늦게 퇴근하여 하루의 피로를 식히려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TV를 켰는데,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 심하게 맞았던 이야기를 했다. 교실 앞 칠판에서부터 교실 끝까지 밀려가면서 뺨을 맞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연필 냄새가 싫었고 지금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나는 그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내 머리카락이 칼날처럼 서고, 한참을 잊고 있었던 그날의 아픈 기억과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숨이 막혀왔다. 한동안 실컷 울고 나니 그날의 상황이 더욱더 자세하게 떠올랐다. 내 몸속 영혼의 씻김굿과 같이 그날의 모든 울분을 끄집어내려 안간힘을 써가며 글을 쓰고 또 썼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머릿속으로 그 선생님에게 복수하고 또 복수했지만, 이 병은 아직도 낫지 않았다.


그때마다 항상 내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면서 떠오른 말이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 일모도원(日暮途遠) : 오자서가 오나라 합려를 만나 그의 능력을 발휘해서 오나라 군사를 이끌게 되었다. 나중에 그의 오로지 목표인 아버지와 형제의 복수를 위해 고국 초나라를 정벌하고 초 왕의 무덤을 파헤쳐 수백 대의 곤장을 때렸다고 한다. 그때 고향 친구가 찾아와 너무 지나치니 이제 그만하라고 말릴 때 그는 대답했다.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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