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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okjoo Oct 27. 2015

그의 이야기

그의 어린시절

그는 혼자 친구들이 다 떠난 학교 운동장에서 이발소의 모든 손님이 갈 때까지 기다린 적이 있었더랬다.

그 시절 지금의 초등학교는 국민학교라고 불렸지.

어린 시절 낡고 허름한 이발소는 청결이 좋지 않았던 때여서 어느 날 머리를 자르고 기계충이란 걸 옮겨왔었다. 그 병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이 그의 외로움의 시작이었을게다.

그 병이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까 무서웠던 12살 남짓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발소의 모든 손님이 가버리고 난 뒤 마지막 손님이 되어 머리를 자르는 일이었다고 했다.


희도라는 친구가 이발소에서 단돈 얼마를 받고 머리를 자르고 난 뒤의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 주고 혹은 면도를 해주는, 오늘 날 용어로는 아르바이트 비슷한 것을 했다는데 그 곳에서 그가 머리를 자르고 나면 희도가 가위와 바리깡을 뜨거운 물에 담궈 소독했다고 했다. 손님이 모두 가기를 기다린터라 그의 배 뿐만 아니라 가난한 희도의 배도 참 고팠으리라. 그러고나면 둘이 다시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박고 굶주린 배를 채우곤 했단다.

작은 보폭으로 걸어걸어 집으로 돌아오면 그림자도 사라지는 밤이 되어 희도는 아픈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그는 형제가 많은 집으로 헤어져 들어갔단다.

희도는 그보다 더 가난해서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는데 그는 희도가 유일한 친구여서 그가 아니면 중학교 생활이 지금보다 더 외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어느 날 저녁 아버지께 희도의 중학교 학비를 대신 내주실 수 있으시겠냐고 여쭈었는데 대답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는 두고두고 그 날 아버지의 침묵이 그의 인생의 반면교사가 되어 그는 그의 아버지와는 매우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희도라는 친구는 중학교 진학은 못했지만 그의 책을 빌려 공부를 하고 다량의 책들과 신문을 읽고서 지방의 신문사에 취직하여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고 하였다. 그 친구는 그의 인생 평생의 자랑거리가 되어 훗날, 그가 술을 한잔씩 할때에 훌륭한 이야기 주제가 되어 주셔서 나도 단박에 희도아저씨의 팬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그 기계충은 중학교 3학년 때에도 계속 되었는데 가을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의 담임 선생님이 그와 함께 걸으며 그가 늘 내려 놓지 못한 학교 베레모를 벗기시더란다.

그러자 가을 오후 햇빛과 바람이 비로소 그의 머리위에 닿았고 따가우면서도 따뜻했고 동시에 그의 땀을 깃털처럼 마르게 했다.

"이것은 다 지나간다. 어깨를 쭉 펴고 걷거라.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듯."

그의 작은 어깨가 조금씩 일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기계충이,

또 어떤 이에게는 가난이,

어느 시절 그들을 지배할지라도,

또는 외로움이 늦여름 지는 해 아래 그대 그림자처럼 길어도 그것을 어루만져 주는 누군가는 예상밖에서 찾아온다고.

그리고 그 누군가를 만나 위로받듯,

우리도 그 누군가가 되어 위로를 주기도 한다고.

그것은 우주의 법칙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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