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성장을 위한 북러닝 10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직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임의 목적 - 철학 혹은 가치관 - 이나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비슷하다. 목표가 있고, 그것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리고, 평가를 한다. 당연히 이런 과정을 실행하기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과 같은 영리 단체뿐 아니라 비영리 단체도 위와 같은 프로세스로 움직이고, 개인적으로는 가정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얼라인먼트(Alignment)와 리더십이다. 이 둘은 똑같이 중요하며,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안 된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 이 둘에 대한 연구보다 적합한 것은 없다.
- 잭웰치 마지막 강의
GE의 전 회장인 잭웰치는 그의 저서 ‘마지막 강의’에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은 얼라인먼트와 리더십이라고 했다. 얼라인먼트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한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처럼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목표, 행동, 결과를 공유하여 한마음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야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고,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서토론 모임은 두 명 이상의 구성원이 모인 조직이다. 따라서 독서토론 모임 또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목표, 행동, 결과의 얼라인먼트와 이를 위한 리더가 필요하다.
목표는 앞서 이야기한 모임의 성격 - 친목 도모형, 학습형, 교육형 - 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에서 목표 설정하고, 공유하듯 철저히 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가 어떤 생각으로 모임에 참석했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기를 희망하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필요하다. 모임의 목표(성격)에 따라 토론도서, 모임 주기, 장소, 시간, 후속 작업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 공유 다음에 필요한 것은 행동이다. 이제 본격적인 독서토론이 시작된 것이다. 독서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책 선정이다. 혼자 읽을 때는 읽다가 책 내용이 나에게 맞지 않거나 별로라고 생각되면 그만 읽으면 된다. 하지만, 독서토론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된 책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통은 구성원들이 이전에 읽은 도서 중 괜찮은 책을 제안해서 합의로 선정한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도서의 종류도 달라진다. 사내에서 학습을 목적으로 모인 학습형 모임의 경우 경제경영 도서를 위주로 토론 도서를 선정하게 되고, 인문학적 통찰력을 위해 중간중간 인문도서나 소설책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친목형의 경우는 반대로 소설이나 인문도서 위주로 진행하고, 경영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가끔 토론을 한다.
토론모임 초기에는 도서 선정이 별로 어렵지 않다.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책들도 많고, 사전에 각자가 읽은 책이 있기 때문에 추천할 수 있는 도서도 많이 있다. 하지만 한번 두 번 모임이 진행되면서 도서 밑천이 떨어지고, 모임이 체계화되면서 눈높이가 높아지면 추천할 만한 책의 범위도 좁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에 할 책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도서 선정이 지연되거나 특정인에게 책임 떠넘기는 식이 되면 모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모임 참석자들은 토론 도서 이외 책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독서를 해야 하며, 모임 전에 다음 토론 도서로 추천할 도서를 생각해 와야 한다. 아니면 분기 단위로 토론 도서를 한꺼번에 정해서 토론 도서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도서 선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토론 모임 리더를 정하는 것이다. 독서토론 모임의 리더는 기업의 리더와는 다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정기 모임 시 해당 도서의 도서 요약과 토론 주제를 정리해 오고, 당일 토론을 이끌 리더다. 따라서 리더는 매번 모임 시 변경된다. 한 사람이 계속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는 돌아가면서 리더의 역할을 맡는다.
도서 요약의 경우 모임에 따라 준비할 수도 있고, 안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참여하는 모임에서 리더가 도서 요약을 별도로 해오지 않는다. 본격적인 토론 전에 각자 소감을 나누는 정도로 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형 모임은 교육이 목적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서 요약이 중요할 수 있다. 이외 모임 참가자들이 서로 필요에 의해 도서 요약을 준비하고, 발표하자고 결정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사실 토론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토론주제를 뽑아 오는 것이다. 독서토론의 목적이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책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주제를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 주제에 따라 그날 모임의 결과가 달라진다.
토론 주제 선정은 소설, 인문도서, 경영도서 등 도서 분야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물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중요한 소설토론
소설은 스토리와 등장인물에 대해 느낀 점이나 생각한 바를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소설 토론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따라서 가능한 다양한 상상을 하고,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1>의 토론 주제 예시처럼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었을 것 같은지 등에 관해 토론 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1. 헤르만 헤세, ‘데미안’ 토론 주제>
1> 싱클레어의 성장 과정에서 크로머, 베아트리체, 크나우어,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데미안과 에바 부인이 등장합니다. 이들과 싱클레어의 관계는 어땠나요? 이들이 싱클레어에게 준 영향은 무엇일까요?
2> 싱클레어는 크로머 패거리들과 모임에서 스스로 하지 않은 도둑질을 꾸며서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3>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협박당할 때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하고, 도움도 청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4> 성장통, 사춘기, 정체성의 혼란?... 아래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5> 책을 읽지 않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아래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프락사스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6> 여러분도 그냥 평온해지고, 풍요롭게 되는 순간이 있나요? 어떨 때 그렇게 느끼나요?
7> 카인이 지닌 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 사회, 역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인문도서 토론
인문도서는 사람, 사회, 역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문도서는 동양과 서양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산에 오른 저자가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을 서술하는 방식이라면, 서양은 정상에 오르기 위한 방법론을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저자의 주장과 현실 사회를 비교하여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내용으로 토론 주제를 정해야 한다.
<참고 2.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토론 주제>
1> 이 책 서문에서 '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념이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이념과 사회의 지배계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역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역사를 왜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까요?
3> 1장에 소개된 주요 역사관에 대해 정리해 봅시다. 각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 역사는 객관적일 수 있나요? 객관적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5> 역사가의 연구 대상은 개인의 행동일까 아니면 사회적인 힘의 작용일까요? 역사에서 위인의 역할 혹은 위치는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까요?
6> 저자는 역사를 왜 과학이라고 주장할까요? 과학이란 또 무엇일까요?
7> 과학의 법칙처럼, 역사에서도 현상을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원인(법칙)을 찾을 수 있을까요?
8> 역사는 진보할까요? 반복될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실 접목이 중요한 경영서 토론
경영도서는 말 그대로 회사 경영, 직장생활과 관련된 내용의 책이다. 대부분의 경영서는 개인과 조직, 기업의 성공사례들을 수집하고, 그들의 공통점을 분석해서 서술하는 방식이다. 각자가 처한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은 맞을 수도 있고, 어떤 방법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도서는 각자가 처한 현실과 환경에 접목해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토론해야 한다.
<참고 3. 프릭 버뮬렌, ‘비즈니스의 거짓말’ 토론 주제>
1>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작성하는 사업계획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나요? 여러분 회사에서 작성하는 사업계획과 저자의 의견을 비교하여 필요성 그리고, 개선점을 생각해 봅시다.
2> 여러분 회사는 성공한 경험이 있나요? 성공 이후 혁신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3> 인수합병이 필요한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신규사업 추진, 혁신을 위한 인수합병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4> 성장형, 관리형, 스타형 등 여러분 회사의 CEO는 어떤 유형인가요? 회사에 맞는 유형인가요?
5> 현재 회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경영 기법이 있나요? 저자의 경영기법에 대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6> 인센티브와 공동체 기여에 대한 열망 중 여러분을 더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토론 리더는 단순히 토론 주제만 정리해 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제와 관련된 도서 내용을 함께 요약해 주는 것이 좋다. 당연히 책을 읽어와야겠지만 사정상 미처 책을 다 읽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한번 읽었다고 하더라도 책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 4. 이가 야스요, ‘생산성’ 토론 주제와 도서 요약>
1> 성과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할 까요? 여러분이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생산성 개선에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스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번 달은 업무가 바쁘니 부하직원들을 지도할 여력이 없다.’가 아니라 ‘너무 바빠서 부하직원들을 끌어올려 팀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자’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 Page 151
리더의 목표는(실적을 올리는 일과 부하직원을 육성하는 일이라는 말 대신) ‘3%의 개선과 30%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자!’ 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Page 170
더 단적으로 말하면 매니저의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Page 177
* 결단하는 일
* 리스크에 대비하는 일
토론 이후 후속 작업으로 산출물을 만드는 것도 모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토론 자료와 토론 내용을 정리하여 문서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학습형이나 교육형의 경우에는 현실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 주제에 포함해서 토론하고, 작은 실천 방안이라도 만들어 본다. 그리고 이를 적용해 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독서와 토론을 통해 개인이 변화하는 것을 넘어 조직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