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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남 Jun 11. 2018

목적이 있는 독서토론 모임

지적 성장을 위한 북러닝 09

회사에서 보고서나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보면 어떤 사람은 빨리 작성하는 반면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빨리 작성하는 사람은 시간상으로 빠를 뿐 아니라 보고서의 완성도 또한 높은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직장 생활 초기에는 보고서 하나 작성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오래 걸린 것에 비교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빠르게 작성하는 사람은 사전에 보고서의 구성과 결과를 구상한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에 꼭 필요한 자료만 찾아서 읽고, 분석한다. 반면 속도가 느린 사람의 경우는 십중팔구 일단 관련된 자료를 최대한 많이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한 자료를 다 읽으면서 분류를 한다. 이렇게 하면서 보고서를 구상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또 찾으면서 작성한다.


일본의 조직혁신 전문가 이가 야스요는 그의 저서 “생산성”에서 이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작업 시작 전에 이미지화 한 출력(자료)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 수집이나 분석만 하는데 반해, 생산성이 낮은 신입사원은 우선 관련 있을 법한 자료나 정보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모은 정보를 전부 다 읽는데 막대한 시간을 소비하고, 나아가 그 막대한 정보를 모든 각도에서 분석합니다. 이것은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잘 확인도 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해서 답이 있을 법한 곳을 모두 파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접근 방식입니다. 

- 이가 야스요, 생산성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분명하면 모르는 길이라도 지도를 보면서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목적지가 불분명하면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목적지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목표가 명확해야 시간도 빨라지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을 수 있다.


목표가 명확해야 시간도 빨라지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독서토론은 혼자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서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모임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모임을 찾아서 참가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많은 독서모임이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도 보통 한 개 이상의 토론 모임이 있다. 처음에는 여러 모임 중 아무 곳이나 한 곳 참석해서 독서토론 모임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효율성을 생각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독서를 하고, 토론 모임에 참석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답이 있을 법한 모임을 모두 참가해 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될 수 있는 대로 사전에 잘 파악해서 참석하는 것이 좋다. 

독서토론 모임의 성격을 무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으나 대략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보면 크게 친목 도모형, 학습형, 교육형 이렇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친목 도모형은 주로 지역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임이 형성된다. 도서관에서 모집하는 경우 초기에는 사서가 주도해서 진행하거나 참가자 중 한 명을 책임자로 선정해서 동아리 형태로 운영한다. 전문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도서 선정, 토론자료 준비, 토론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인맥 형성과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유료 회비를 받고 저자 강연회와 연계된 토론 모임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학습형은 주로 사내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경제경영,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하며, 회사의 지원으로 독서경영과 연계하여 모임이 운영된다. 사외 모임의 경우 CEO 독서토론 모임, 마케팅, 영업, 기획, 경영지원 직무 모임 등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끼리 전문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모이는 경우도 있다. 사내 모임의 경우는 보통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 유지되지만 스터디 목적의 모임인 경우 도서와 기간을 정해서 모였다, 해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교육형은 교육 회사나 전문가가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만든 후 참가자를 모집해서 진행한다. 보통 유료로 진행되며, 소설, 철학, 역사, 고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 진행한다. 도서 선정과 토론자료 준비, 토론 진행 등을 전문가가 주도해서 하므로 체계적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싶은 경우는 유료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도서관 동아리나 사내 모임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초기에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교육을 받거나 운영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는 지적인 성장을 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기 때문에 독서토론 모임의 목적도 성장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인들과 학습형으로 모임을 구성해서 하고 있다. 주로 경제경영, 인문학 도서를 중심으로 한 달에 한번 토론 모임을 진행했다. 가끔은 서로 일정이 안 맞아서 몇 달씩 못할 때도 있지만 2012년 6년째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도서관과 블로그를 통해 모집해서 하고 있다. 도서관은 친목 도모와 학습형의 중간적인 성격이고, 블로그 모집은 학습형과 교육형의 중간 성격이다. 개인적으로 직장인과 성인 대상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책을 기반으로 하는 북러닝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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