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교보문고 현판

by AHN SIHYO

자주 가던 교보문고인데

이번 6월에는 교보문고를 오늘 처음 지나쳤어요.


광화문에서 일하다가 이제 인천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강남 쪽을 간다고 해도 9500번을 타지 않고 봉은사역에서 9호선을 타고 집으로 오기 때문에

교보문고에 갈 일이 없어진 거죠.


최근에 그렇게 가지 않던 반디 앤 루니스만 여러 번 다녀왔어요.


한 계절에 한 번씩 교보문고는 현판을 바꾸는데요.

6월, 여름을 맞이해서 새로운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지난번 지나갈 때 설치 작업하고 계셨는데


이번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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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에요.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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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와 다르게 5월 말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 깊숙한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조금만 뭘 해도 지치는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느껴져서 힘들고 그랬는데

어제 1박 2일에서의 윤시윤의 강의 그리고 오늘 본 '구부러진 길' 그리고 또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제게 힘을 주신 분들 덕분에 조금씩 힘이 나고 자신감도 생기고 있어요.


지금 가는 이 길이 그리고 헤매고 있는 이 길이 언젠가 뒤 돌아보면 제가 가려고 한 길의 지름길이었겠죠.


그래서 또 글을 쓰고 또 사람들을 만나려고 내일 입을 옷을 찾아서 다림질하고 준비합니다.



어제도 파이팅

오늘도 파이팅

내일도 파이팅!


20.0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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