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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Dec 22. 2016

모든 감정이 터지는 그 곳.

라라랜드.

라라랜드를 보고 힘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했지만 

저는 다른 느낌을 받았거든요.


영화 초반부터 마지막에는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그 답이 맞았기 때문에 아쉬움도 가득했죠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이 설마라는 말을 계속 생각했어요.


라라랜드는 꿈을 이루기 위해 LA로 온 청춘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담은 영화입니다.

서로 빛나는 순간에 만난 재즈 피아노를 하는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인 미아가 만들어가는 꿈의 무대를 이야기합니다. 


고전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존경, 애정이 이 영화에 많이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사용했던 2.55:1비율의 시네마스코프로 촬영해서 느낌을 한번에 고전 영화로 만들어버렸죠.

영화 시작하면서 나온 시네마스코프 안내 영상은 충분히 이 영화 매력적이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표준 스크린 사이즈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더 와이드하게 만드는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파노라마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만들어요.


일반 스크린에 비해서 가로로 길어진만큼 감독은 더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 신경을 더 써야합니다. 이런 시네마스코프와 감독과 제작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웅장한 배경을 담아내죠.




LA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할리우드 뮤지컬영화가 많은 인기를 받고 있을 그 때를 떠올리면서 만들어진 라라랜드.

재즈와 무대가 많이 사라지고 있고, 잊혀지고 있는 상황을 보이면서 뮤지컬 로맨드가 갖고 있는 플롯은 그대로 가져왔고,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자기가 쓴 연극에 만족하지 못한 미아가 "너무 향수에 빠져 보여"라고 하는데

세바스찬이 말하죠 "그게 바로 핵심이야." 

여기서 이 영화 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곳곳에서 들리는 저스틴 허위츠의 재즈와 어우러진 장면은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이 영화보면서 중반부부터 끝까지 멘탈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지만 

작은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불꽃 사랑을 하다가

어느 순간 멀어지고

불꽃은 식어들고

시간이 흘러 

꿈은 이뤘지만 서로 더 멀어진 그런 모습을 보고 말이죠.

멀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왜 그랬지라는 생각, 그리고 전에 있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되돌리고 싶어하지만 

멀어지고 헤어졌다는 것,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죠.


되돌릴 수 없고, 만약 되돌린다해도 잘 해낼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이뤄내려고 붙잡고 있다가 못 이룬 것들이 하나둘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저도 무너지게 되었죠.


첫 장면이 만들어낸 엄청나게 연습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노래 그리고 나도 가벼워지고 싶다, 나도 열심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의도된 흥겨움에 마음 놓임이 나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키면서 음악과 황홀한 영상에 빠져들게 만드는데요.


이 부분 이후로 마법에 들리면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자기의 꿈을 이루고 있는 엄청 현실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환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으로 미화가 되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없이 보기보다는 충분히 주인공에게 내 인생을 미러링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했고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전 영화를 오마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영화에서 있던 세바스찬과 미아가 서로 갖고 있던 갈등, 그리고 각자 인생에서 갖고 있던 내적 외적 갈등은 한 눈에 다 읽혀버립니다.

감독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니까 영화 중반부부터는 배신감이 느껴졌습니다.



가난한 재즈 피아니스트랑 배우를 꿈꾸는 둘의 사랑에 뭔가 정말 돈 문제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야하는데 회피하고 있고,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연인간의 자존심 싸움도 없었죠.

뭔가 다 이해해주는 것 같았어요. 주인공들을 너무 깊게 생각해서 이렇게 생각한 것일까요?

영화를 보고 있으면 세바스찬은 엄청 충격을 받았을 것 같고,

미아는 미안해할 것 같은데 그런 감정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이때쯤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80% 넘게 맞았고, 영화가 지루해지기 시작했죠.

지루했다고 느끼면 좀 그런데 실제로 지루했거든요...

주변에 많은 분들은 낭만적이었고 기분 좋았고 행복했다고 했는데 

저는 완전 반대였어요 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If.... 같은 장면.

세바스찬과 미아가 5년을 함께 보냈다면 이랬을 것이라는 그 장면을 보고 나니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지금도 함께 했더라면, 그때의 힘듦을 버텼더라면 지금도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그 문제로 다시 일이 생길 것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은 노이즈 없는 맑은 상상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지 않게 연결되고 있었어요.


Life is C between B and D

삶은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이있잖아요.

그 C가 Best면 최고지만  Worst도 있는데 

라라랜드는 그 선택하는 순간이 Best였다면 이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 상상을 우리가 이해하는 이유, 실제로 우리가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갈등을 엄청 하다가 선택하고 그리고 후회를 하면서 충분히 만약에 이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하게 되죠.


오늘도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2년 전 제가 사업을 하지 않고 오피스텔을 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을 가끔하지만 그 때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치열하게 이렇게 달리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선택을 하는 상황, 그리고 선택을 하고 머릿 속으로 그린 파란만장한 꿈은 정말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행복하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눈 감고 생각해봅니다.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고 말이죠.


생각과 상상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것을 라라랜드는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열심히 하다가

잠깐 멍하면 

그 멍함을 인정하고 잠깐 더 멍하다가 

다시 시작하면 돼요.


Sebastian: You could just write your own rules. You know, write something that's as interesting as you are. 

Mia: What are you gonna do? 

Sebastian: Have my own club.


꿈을 향해 달리고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청춘들을 위해.


‘Here’s to the ones who dream.’ 

La La Land.


22.1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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