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N SIHYO Feb 13. 2017

너에게 간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서

행사 준비하고

행사 진행하고

행사 정리하고

지하에서 8시간 넘게 있었더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을 몰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쉬고 있던 그때.


그녀는 늦은 밤 서울 어느 곳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걱정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늦게 나오면 역부터 집까지 추운 날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제가 있는 곳에서 그녀가 있는 곳까지 가면 40분.

하지만 가는 길에 친구들과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어느 지점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 50분.

그 지점까지 내가 가는데 걸리는 시간 50분.


목적지를 바꿨습니다.


늦은 밤 남부순환로를 지나 

도착하기 10분 전.


전화가 왔습니다.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탔다는 전화였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늦은 밤, 그 노선을 타면 그녀는 그 방향으로 갔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두뇌 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전화한 그 역에서 어느 지점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 15분~20분

내가 거기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18분


거기로 와요.


거의 처음으로 늦은 밤, 한강을 제가 운전하면서 건너가 봅니다.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

저 멀리서 봐도 딱 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손이 차가워졌고

옆에 앉자마자 따뜻한 손으로 차가운 손을 녹여줬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바로 유턴을 하면 좋은데 큰 대로라서 서울역을 지나

남산터널을 지나고 

경리단길을 지나고

한강을 건너고

(한강 야경 투어 하는 기분이었어요)

아침에 출근했던 곳을 지나고

우면산 터널을 들어가고

아무도 없는 길을 뚫고

도착한 곳. 주차장.


집에 계속 있다가 잠들었다면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테고 

그 생각을 하니까 무서웠는데

가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늘어납니다.


밤에는 운전하지 않던 제가 운전을 다 합니다.


11.02.2017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깊게 숨 들이마시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