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배럴당 61달러로 시작한 국제 유가는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펜데믹이던 3월 20달러까지 폭락한데 이어, 4월 20일 서부텍사스산 원유 WTI 5월 인도분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하는 등 마이너스 유가를 보였습니다. 마이너스 유가 이후 6월 인도분으로 넘어가면서 6월 9일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37.95달러에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4월 20일 전세계에 패닉을 안겼던 마이너스 유가는 코로나 19, 텍사스의 원유 저장 탱크 부족, 선물 만기일이 만들어낸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하면서 주변 지인들과 낯선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회사에서도 마이너스 유가와 급락하고 있는 국제 증시에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쁘게 공부를 하고, C-Level에 보고를 드렸습니다.
코로나 19가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원유, 정제유 등 수요가 확 감소를 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합의하지 않으면서 유가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원유 저장 탱크가 다 차 버리고, 바다 위에 있는 원유 운반선까지 원유로 차면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것 같습니다.
5월 이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20달러에서 6월 9일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37.95달러에 WTI 원유가 거래되고 있지만, 아직은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이고, 앞으로도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질 것 같습니다.
국제 유가는 3월 9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4월 인도분 WTI는 10달러가 하락한 31달러 선에 거래를 하고 있었으며, 하루에 24.6% 이상 하락한 것은 걸프전쟁 이후 최고로 많이 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원유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데, 산유국들은 자국 경제를 운영하는데 원유 판매 대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생산을 늘렸던 것이 대폭락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중국, 우리나라, 미국 등 주요 제조업 국가에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이동 제한을 하게 되면서 더 석유 소비를 줄여놨는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소리 없는 전쟁은 기존에 산유국들이 OPEC+에서 약속한 감산 합의까지 깨지게 했습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재정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유가를 유지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미국이 셰일 오일을 성공하면서 글로벌 산유량 1위 국가가 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견제를 시작했습니다. 셰일오일은 시추를 일반 원유보다 더 깊게 해야하기 때문에 손익 분기점이 일반적인 국제유가보다 높은데,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달러 이상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국제유가가 40달러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미국의 수많은 셰일오일 업체들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러시아가 산유량을 늘려 유가가 올라가지 않고 30달러를 유지하게 되고, 이게 장기화된다면 미국의 셰일 업체들은 실제로 파산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유가 시대를 만들어서 러시아의 석유 업체가 대미지를 입는 것보다 미국의 업체가 망하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산유량을 늘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푸틴이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미국과 러시아가 과거 냉전시대에 이어 또 경쟁을 하고 있는데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것입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처음부터 이렇게 치킨게임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면서 주요 산유국을 지켜주는 느낌을 보일 정도로 석유 생산량을 조절하고, 공급량까지 조절하면서 서로 협력을 한 결과 국제 유가는 50~60달러를 유지했습니다.
러시아는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이면 되고, 원유 의존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 의존도가 엄청 높기 때문에 재정 균형을 위해서는 40달러보다 높은 국제 유가가 형성되어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가 증산을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도 증산을 하게 되었고, 자신들이 생각하던 적정 유가인 50~60달러를 지키기 어려워지니까 시장 점유율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는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을 생산하던 것을 1,300만 배럴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일 생산을 1,200만 배럴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리해서 더 시장에 원유를 퍼붓겠다는 뜻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레이트도 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산유국이 증산을 하면서 치킨 게임이 확대되었습니다.
이렇게 치킨게임이 이어지다 보니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은 경제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배럴당 국제 유가가 20달러까지 오면서 OPEC+ 국가는 감산 합의를 했지만, 이미 국제 시장에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제 유가는 더 떨어졌습니다.
어른들이 감산을 합의했어도, 이미 코로나 19 영향이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로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유가 급락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4월 20일은 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장중 -40달러를 찍었고, -37달러에 장 마감을 했는데, 원유를 팔려면 고객이 37달러를 주고 사 오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원유 업자가 고객에 세 37달러를 주고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선물 만기일을 앞두고 원유를 실제로 인수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실제로 인수하지 않고 다음 월 인도분으로 롤오버를 하면서 마이너스 유가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블룸버그, CNN, 우리나라 주요 뉴스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지금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WTI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이라는 도시에 있는 원유 저장 탱크에 보관을 하는데, 여기가 2월에는 전체 보관 가능 원유의 50% 수준이었지만, 3월, 4월 계속 원유가 만들어지는데, 소비가 되지 않다 보니 100%를 넘기고, 바다에 떠있는 유조선까지 원유로 가득 차게 만들었습니다.
이러면서 유조선은 임대료가 올라갔습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켰습니다. 시추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더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투자를 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셰일 업체들은 텍사스에 몰려있는데요. 셰일 업체들이 망하면 텍사스주의 지역 경제는 흔들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 19 비상사태 선언을 하면서 전략비축유를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4월 셰일 가스를 채굴하고 생산하는 Whiting Petroleum은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이 1달은 버텼지만, 2달, 3달 그 이후 긴 시간을 버티기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곳도 있고 BP와 같은 글로벌 회사들은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 안을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BP는 전체 7만 명 직원 중에서 사무직 중심으로 최대 1만 명 감원하고, 설비투자를 줄이기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경쟁사인 미국의 셰브론도 15%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코로나 19로 글로벌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고,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 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국제 유가 폭락은 우리나라 정유 대기업 4곳의 1분기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1.6달러고, 3월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간 뒤로 계속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정제 마진은 석유 가격(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에서 원유 가격, 운반비, 운영비를 뺀 금액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업체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라고 합니다. 정제 마진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유가도 어느 정도 올라야 하고, 수요도 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악조건의 상황에서 2020년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을 1조 7천억 원, 에쓰오일은 1조 원, GS칼텍스는 1조 3백억 원, 현대오일뱅크는 5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봤고, 3개월 동안 4조 4천억 원 수준의 손실이었고, 이번 2분기에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 항공업은 구조조정, 파산이 이어지고 있고, M&A가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매수희망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가액을 낮추자고 협상하는 등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싱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조선을 또 하나의 원유 저장 탱크로 보고 저장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유조선을 찾다 보니 임대료가 폭등을 했다고 합니다. 초대형 유조선 하루 운임비가 25,000달러였지만 20~30만 달러까지 10배 이상 폭등했고, 지금 15% 이상의 유조선이 저장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것과 연계해서 카타르에서 우리나라 조선 3사에 100척의 LNG 운반선을 발주한 것도 앞으로의 생산과 동시에 자국 보관과 해상 보관을 같이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유 공급 과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40달러 이상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도 걱정되지만, OPEC+ 국가의 감산이 진행되고, 미국과 신흥국들이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다시 유가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뭔가, 1,100원대의 휘발유 가격을 경험하고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가고 있는 동네 휘발유 가격을 보니까 유가가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참 국제 경제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원유, 코로나19 시대의 마이너스 가격을 경험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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