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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Apr 01. 2016

또 하나의 인생 지침 영화

비포 선라이즈부터 선셋 그리고 미드나잇으로 다음은?

누구나 서투른 인생을 바로 잡아주는 영화, 소설 또는 문구들이 있을 거예요.

제게는 영화로 몇 편이 있는데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그랬고

그리고 대부도 그랬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영화들도 그랬지만

오늘 이야기하려 하는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 그리고 리차드 링클레이터 이 셋이 만들어 내고 있는 비포 시리즈에 푹 빠져 있습니다.


1995년에 비포 선라이즈

2004년에 비포 선셋

2013년에 비포 미드나잇

이렇게 세 작품이 나오는 동안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두 연인을 제 인생에 들어오게 해서는 

서로 알아가고

서로 다시 만나고

서로 하나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놀랍게도 한 영화감독이 두 영화배우와 함께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그리고 지금도 한다는 것이 더 놀랍죠.




출근과 퇴근을 하는 동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항상 가방엔 책 한 권씩 들어있어요), 아침 출근 시간에 승객이 너무 많아 책을 읽다가 책을 찢어버린 적이 2월 25일부터 3월 31일까지 2번이 있었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아침엔 영화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자.


그래서 저는 Netflix와 DVD를 통해 이 영화들을 봤습니다.


오늘 글 진짜 길어요.

사진, 그림 더 길어질까 봐 안 넣었어요.

길게 쓰는 것 별로 안 좋아하고 3일에 걸쳐 4시간 동안 썼는데 저도 힘들거든요.

읽는 분도 힘든 것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많이 생각했기에 글에 집중해주셨음 해요.




우연한 만남에서 스치듯 다시 만나고 서로를 바라보며 설렘을 이어가는 이 영화는

제게 마법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걷는 것을 참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처음 만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요

또 여행의 기대감과 만남, 그리고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에서 

이 영화에 빠졌던 것 같아요.


날이 따뜻해지면 가끔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아님 광화문부터 홍대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행을 하러 가도 비슷하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많이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을 공개하는 4월 1일에 쓰는 글이 아니고 3월 29일부터 조금씩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고, 일부 내용은 제 페이스북 계정에서 공개를 했고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긴 시간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한 시간들은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게 하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거기에 보이후드가 정점을 찍어 버리죠.

에단 호크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작업을 하며, 그의 아들과 함께 긴 시간 촬영을 했고 12년이 넘는 시간을 영화에 담아버리다니 대단하죠. 

"The moments seizes us.라는 명대사도 남겼고요."


이 네 개의 영화에서 동시에 말하는 것이 있는데, 


인생이 서투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고, 우리는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7년 아니 15년이 지나서 어떻게 되었고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많이 기대됩니다.

비포 미드나잇에 나온 엘라와 니나 이 두 쌍둥이는 얼마나 예뻐졌을까요?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aT-rZdz4D2Q


https://www.youtube.com/watch?v=GgeJdQHsRQY


https://www.youtube.com/watch?v=PG63LCji8FU


위 세 곡은 제가 가끔 듣는 이 세 영화의 사운드 트랙입니다.

마지막 Gia ena Tango를 더 좋아하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긴 세월에 걸친 삶, 인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사시죠.


삶의 관계를 영화의 핵심으로 잡은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서로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낯선 장소에서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비포 선라이즈에 담게 됩니다.


여행.

리차드는 아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누구보다 조금은 더 개방되어있길 바랬던 것 같아요.


저도 혼자 여행을 많이 즐겨 공감을 했었는데,

평소에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내가 여행을 함으로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25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였고 흥행을 하지 못했지만 나름 상도 받고 인기를 끌었죠.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 율리시즈라는 책을 생각했었어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만난 6월 16일은 Blooms day라고 율리시즈의 배경이 되는 6월 16일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이 소설도 하루에 두 인물이 사랑을 하고 첫 데이트를 하는데 

비포 선라이즈도 그렇죠.

나중에 비포 선셋을 보면 첫 장면으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나오는데 그곳은 율리시즈를 펴낸 곳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이 책도 영화와 비슷하게 인생을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소소한, 흘러가는 하루를 똑 잘라내어 보여줬고,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거의 다 그랬죠. 보이후드는 빼고요.


기승전결도 없고 느낌 있는 곳을 배경으로 끊임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를 돌아다니고 기승전결 없이 다양한 주제를 테마를 전달하는 방식이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그런 것이죠.

(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분들이 가끔 해주는 말이 있는데, 말이 끊기지 않는다고...)


하루를 짧은 시간에 모두 담아 보여주는 것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이 돼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예술적인 부분들이 들어가는데 영화 보면 아실 거예요.


잠깐 기니까 음악 하나 듣고 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nQpYHiB0k6k


예술적인 경험들 그리고 오래된 장소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 또 낭만적인 모든 곳들이 담긴 비포 선라이즈.

제시는 그 날의 경험을 잊지 못했나 봐요.

그랬기에 This time이라는 소설을 만들었고, 그 소설에는 두 사람의 끊임없는 이야기, 그리고 강하게 끌려가는 서로의 감정을 보여줬을 거고요.

나중에 비포 선셋으로 이어지게 되죠.


비포 선라이즈가 공개되고 얼마 되지 않아 또, 영화에서는 6개월 후를 약속했기에 많은 분들이 속편을 기대했을 거예요. 저희 엄마도 그랬으니까요.

대학생이 되어 찾아본 리차드 링클레이터 기사에 따르면 도시 4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고 싶어 했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 제작비를 모으기 어려웠기에 영화는 조금씩 조금씩 미뤄집니다.


그런데, 줄리 델피가 대사를 썼고 아이디어가 모여 시나리오로 만들어지며 영화 제작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해요.


그 영화가 바로 비포 선셋입니다.

영화를 제작하고 1995년 비포 선라이즈를 공개하고 그리고 9년이 흘러 2003년 비포 선셋이 나왔죠.

리차드 링클레이터와 줄리 델피 그리고 에단 호크가 뭔가 케미가 있었나 봐요.


그때와 비슷한 270만 달러의 제작비로 15일 동안 영화를 촬영하게 됩니다.


장소는 파리.


9년이 흘러 제시, 에단 호크는 작가가 되었고, 파리로 책 홍보를 위해 왔는데 거기서 셀린느, 줄리 델피를 만나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 진짜 미친 영화입니다.

미쳤다는 말,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놀랍다는 말이에요.


러닝타임이 80분인데 제시가 셀린느를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셀린느의 아파트까지 가는 80분의 길 위에서의 대화가 러닝타임과 일치하거든요!


이런 것을 리얼타임 영화라 하나 봐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선셋, Sunset. 해가 지기 전 80분이었고 빛의 조건에 따라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서 한 번에 촬영을 끝내지 못했고, 롱 테이크가 많았고 두 연인의 대화가 10분을 넘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해요.

계절이 여름인데, 최근 뉴스만 봐도 파리에 고온으로 인해 일사병이 걸린 사람이 많다고 할 정도로 더운(40도??) 곳인데 촬영을 하던 2002년은 얼마나 더웠겠어요.


하지만 이 둘은 호흡이 완벽했기에 금방 영화를 완성하게 되죠.



비포 선셋도 상을 받고 또 유명해집니다.

아마 제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처음 본 때가 2003년이었으니까요.


영화에 빠져 배우들을 찾아보니 뭔가 영화에서 보여준 삶과 진짜 현실이 겹치는 두 배우였어요.

1997년 이토록 뜨거운 순간이라는 소설로 실제 작가가 된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 델피는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를 계속 제작하고 있죠.


비포 선셋에는 실제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이 둘의 삶을 옮긴 부분들이 나와요.

셀린느가 뉴욕에 2년 있었던 것도 줄리 델피가 미국에서 잠깐 살았던 것과 비슷했고

(줄리 델피 프랑스인입니다.)

제시의 결혼 생활 이야기는 에단 호크가 우마 서먼과 흔들렸던 부부 관계를 생각하게 만들죠.

그리고 사운드 트랙을 들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줄리 델피가 직접 만든 것이 있어요.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두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하기 위했던 것 같아요.


비포 선셋 이후 또 시간이 흐릅니다.

당연히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와 이야기를 했고요.

처음에 4개의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기에 어떻게든 만나고 이야기를 했겠죠.

또 에단 호크의 경우 리차드 링클레이터와 작당을 모의하고 있었고요.(다음에 또 이야기할 거예요)


2012년 여름, 그리스를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을 했고,

2013년 전 작품처럼 9년의 간격을 두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 비포 미드나잇이죠.


시간. 비포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시간이에요.

우연히 만나 해가 뜨기 전까지 하루를 보낸 셀린느와 제시는 6개월 후를 약속했지만

결국 만남은 9년 후에 이뤄지죠.

다시 만난 둘은 해가 지기 전까지 8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비포 선셋이라는 이름으로 리얼타임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다시 9년이 지나 둘은 부부가 되었죠.

20대였던 둘이 40대가 되었고 얼굴엔 주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부분은 우리는 비포 미드나잇으로 알고 있죠.


영화가 쭈욱 이어지며 시간이 뭔가 곡선 같고 주관적으로 보이는데 저는 그 부분을 비포 선라이즈의 시작 부분과 비포 미드나잇의 끝 부분을 연결해 보며 느꼈던 것 같아요.

긴 시간을 두고 있는데 뭔가 맞물리거든요.


비포 선라이즈 첫 장면, 기차 안. 셀린느와 제시가 칸을 옮기며 했던 대화를 잘 기억해내면 알 것 같아요.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18년이 지나 둘은 부부가 되죠. 미드나잇의 호텔 장면에서 서로 오해하고 쌓인 감정을 드러내며 방을 나가고 제시가 셀린느에게 가서 처음 만난 것처럼 하는 장면 이 둘을 이어 보면 될 거예요.


사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제일 시간에 대해서 유연했고, 재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20대 그리고 다들 젊었기 때문이겠지...

제시가 셀린느에게 기차에서 내리자고 했던 말들 그리고 그 장면은 이야기가 어떻게든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줬기 때문이죠.

제시가 현실이 될 듯한 아니 현실이 되어 버린 말을 했기 때문이에요.


비포 미드나잇의 밤의 카페 그 장면에서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그리스의 공기 속에서 셀린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설마 제시가 18년 전 했던, 옛날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회상했을까??


세 영화를 한 번에 쭉 보게 되면 서로 얽혀있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돼요.

비포 선라이즈와 비슷한 이야기가 비포 선셋에서 들리고 나중에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들리죠.

이런 겹치는 부분들은 교차 편집을 통해 서로의 과거를 다시 생각하게 해요.

실제로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죠.


두 사람이 존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기 원했던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바람이 녹아들었던 것일까요.

시간이라는 것이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주관적이고 또 내 의식과 감정에 의해 경험이 되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비포 선라이즈에서 거리의 시인이 쓴 시와 제시가 셀린느가 열차를 타기 전 들려준 시를 들으면 이해가 될 것 같아요.


비포 선라이즈의 공원 장면에서 해가 뜰 때 즈음, 제시가 현실로 돌아갈 때라고 합니다.

비포 선셋, 이 영화가 현실이 뭔지 보여주죠.

묘하게 대칭적이고 긴장을 보이는 두 영화인데요.

선라이즈에서는 카메라가 가만히 있고 한 풍경에 두 주인공을 담았다면

선셋에서는 카메라가 계속 따라다녀요. 내가 길을 걸을 때 주위를 둘러보든 것처럼 말이죠.

또 선라이즈에서는 제시가 냉소주의가 있고, 셀린느는 낙관적에다가 감성적이었는데 

선셋에서는 제시는 뭔가 안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데 셀린느는 세상을 알아버린 비관주의가 보여요.

뭔가 로맨틱스러운 것을 믿지 않는 과거로부터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사실 제시도 그렇게 상황이 좋지는 않아요. 안정적인 가정 그리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릴 때 있었던 열정은 사라졌거든요.


비포 선셋은 20대를 지나 서서히 30대, 중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겪는 뭐든지 상황에 대해 불만족을 하고 내 삶에 대한 실망,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이 담겨있는 영화예요. 

저도 많이 공감을 하게 되더라고요.(뭔가 파릇파릇했던 20대 초에서 후반으로 왔고, 믿고 따르는 분들도 같이 나이가 들었고, 가까이 30대를 생활하는 분도 있고...)

현실을 어떻게든 그대로 느끼게 하려는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스타일이 비포 선셋에서 보이는데

사운드 트랙이 없이 그냥 시간과 공간이 해가 지고 있는 시간, 파리라는 장소를 연속적으로 그대로 보여주죠.

이렇게 현실적인 영화는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보고 엿듣고 있다는 느끼을 주죠.

나중에 미드나잇에서의 호텔 장면도 그래요. 제시와 셀린느가 논쟁하는 그 부분은 충분히 중년의 부부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또 배우도 그렇고 카메라도 이런 모습들이 아무렇지 않게 담아내며 부모님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다시 선셋으로 돌아와 후반 이야기를 하면 뭔가 실패한 인생을 서로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 저는 좀 슬펐어요.

20대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씁쓸했고, 다시 만나 반가운데 뭔가 묵직한 감정이 전해졌거든요.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

제시가 비행기를 놓쳤고 우리는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되었죠.

로맨스 영화들이 그동안 보였던 고정관념이 아니고 두 주인공, 캐릭터의 내일에 대한 관심으로 말이죠.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지 아시겠나요?

바로 셀린느의 할머니예요.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셀린느가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고

셀린느가 6개월 후 못 만난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고,

또 9년 후 비포 선셋이 나올 수 있던 것도 할머니의 존재 때문이죠.

비포 시리즈는 나이를 초월하고 또 시간이라는 큰 흐름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준 것 같아요.

비포 선라이즈의 첫 장면인 기차를 봐도 젊은 제시, 셀린느 그리고 중년의 부부 또 노년의 부부가 보이듯 말이죠.


우리는 삶이라는 기차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서로에게는 과거였고 지금이고 또 내일이 될 그런 사이인 것이죠.

비포 미드나잇을 보면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요.

식탁에 제시와 셀린느의 어릴 적을 생각나게 하는 아킬레아스 그리고 안나 커플, 그리고 중년 커플인 스테파노스 또 아리아드니 그리고 패트릭과 나탈리아죠.

각자의 나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느끼는 삶, 인생 또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은 한 테이블 위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그러면서 나탈리아가 죽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옆에 누워 있었던 모습, 같이 길을 걸었던 것들이 생각나는데 그 기억들이 희미해진다는 이야기...

...

.

...

...

..

...

이러면서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누군가에게는 참 소중한 존재이지만, 결국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거죠."

저희 아빠도 하는 말이에요.

엄마에게.

지금까지 함께 했고 지금도 함께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함께할지 모르니까 지금 잘해야 한다고.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삶의 뚜렷하고 명확함을 추구하는 젊었던 시간의 생각으로 시작해서 

비포 선셋에서는 힘들었던 그 시간에 다시 만나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서로 중년에 접어들고 

뭔가 시작, 삶, 죽음을 강물 흐르듯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모르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러면서 임자 있는 사랑에서 벗어나 삶 전체를 바라보게 되죠.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비포 미드나잇에서 여유가 있는 중년이 되었어요.

그리스에서 보내는 휴가도 좋았고 또 아이들이 없는 둘 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죠. 오랜만이겠죠?

하지만 거기서 다투게 됩니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한 적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대화가 없는 부부가 되었던 것이죠.

비포 미드나잇은 사랑의 초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중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요.

선라이즈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나도 나중에 그렇게 되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죠.


서로에 대한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었고,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한 대립되는 해석으로 인해 제가 생각하는 익숙함과 일치를 시킬 수 있었어요.

오래 만나고 함께 하면 그때서야 하나하나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죠?


비포 미드나잇, 아직 18년이 지났지만 100% 익숙해지지 않는 두 커플의 말다툼을 통해서 다시 가까워지는 것일까요?

그럼 이번에도 9년이 지나 

첫 영화 이후 27년이 지나 귀엽고 예쁜 두 쌍둥이는 10대가 되었을 때,

마지막 비포 시리즈가 나올까요?

어떤 스토리가 나올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렇게 오래 영화를 하면서 

에단 호크와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제작했죠.

그리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The Moments Seizes Us.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01.0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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