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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보다홍차 Dec 22. 2021

세상의 모든 '김씨'들에게

당신은 지금 표류하고 있나요? (영화 김씨표류기, 2009)


포스터 때문에 망한 영화라는 슬픈 부제를 가진 영화, 김씨표류기.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벌써 본지가 좀 됐다… 오랜만에 올리는 리뷰글 ㅠ^ㅠ)

이전에 앞부분만 조금 보다가 왠지 재미가 없어서 꺼버렸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였다니! 싶었다.

아마 더 어릴 때 봤더라면 그냥 웃긴 영화네, 하고 지나쳤을 법도 했던 영화.

그러나 충분한 무게와 감동과 웃음이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1. 영화 개요

개봉 : 2009.05.14

장르 : 드라마 │ 한국

러닝타임 : 116분

감독 : 이해준

출연 : 정재영, 정려원



2. 줄거리


1) 한 줄 요약 : 현실의 짠맛을 제대로 느껴 죽음과 인사하려던 순간, 새로운 세계로 떨어져버리는 남자 김씨(정재영)의 무인도 표류기이자, 치유기.


그리고 그런 김씨를 지켜보고 있던 또다른 여자 김씨(려원)가 마치 달에 도약했던 인간의 큰 한 걸음과 같이 세상으로 도약하게 되는 이야기.



※의도하지 않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 디테일한 줄거리 : 세상에서 버림받은 남자, 김씨(정재영). 회사도 잘리고, 대출 이자만 늘어나고, 아내에겐 매몰차게 버림받고.. 망연자실한 현실에 크게 데인 그는 결국 한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차디찬 한강물과 함께 이제 슬픈 인생도 안녕,을 고하려던 찰나.. 눈을 떴다?? 그곳은 바로 한강의 무인도, 밤섬이었다. 야심찬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무인도에 불시착한 남자 김씨. 서울이 저렇게 코앞인데, 여기 사람 있어요!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섬에서라도 자살을 하고자 했으나 영 도와주질 않는 환경들. 결국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사람의 DNA는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도 적혀있나 보다. 그는 아주 필사적이고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주거지와 먹거리를 “해결”한다. 물론, 언제든지 이 삶을 탈피하기 위해 모래사장에는 HELP가 그려져 있다. 


한편, 세상을 버린 여자, 김씨(려원).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 한 켠이 자신의 세상인 여자. 3년 동안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그녀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만큼은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다. 그런 그녀의 세상에도 자신만의 룰과 리듬이 있다. 미니홈피 관리하기, 하루에 만보는 꼭 채우기 등. 더불어 천체망원경으로 달사진을 찍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취미이다. 그 망원경을 통해 그녀가 어느 날 발견한 것은, 저 멀리 한강의 섬에 살고 있는 남자 김씨! 그를 지켜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 된 그녀는 그의 HELP가 HELLO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그와 연락을 취해보기로 결심하는데. 그녀는 3년 만에 드디어 그에게 보낼 편지를 위해 밖으로 나서게 된다. 






3. 인상적인 장면







1) 단연코, 짜장면.




남자 김씨가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소망은 바로, "짜장가루"이다. 인스턴트 짜장가루를 우연히 발견한 그는, 언젠가 이곳에서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먹으리라 소망하며 밭을 일군다. 밀과 옥수수를 직접 키우고 면까지 수제로 만드는 인류의 집념! (인류는 이렇게 수억년을 살아 남았던 것이군.)  차갑고 혹독한 현실은 그를 강물에 던졌지만, 짜장면은 그를 배신하


지 않았다. 




2)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싶다.







섬 하면 떠오르는 너무나도 유명한 시.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강임에도 불구하고, 밤섬이란 곳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소외된 장소이다. 바로 옆에 있지만, 사실은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아무리 소리쳐도 듣는 사람 하나 없다. 고립된 현대인들의 아우성을 보여주는 장소로 연출하지 않았을까. 




인간관계는 시간과 돈이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또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들이고 있는가. 이렇게 보면 굉장히 계산적인 것 같다. 모든 것을 물리적인 시간과 돈의 크기로 환산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좋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사랑과 기쁨, 애정을 느끼기 까지 나의 소중한 것을 헌신했는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 라고 졸라매고 내 이익을 계산하는 태도는 진정한 관계를 쌓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3) 남자 김씨, 여자 김씨




차가운 현실에 버림받은 남자 김씨, 현실을 버린 여자 김씨. 둘의 공통점은 역시나 현실에 상처받았다는 점이다. 여자 김씨가 왜 히키코모리가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둘 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위로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받음을 느낀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이다. 내가 속해있는 세상이 나를 상처줬을지언정, 세상은 아직 내가 속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가득하다.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4) 희망은 전염되는 것





남자 김씨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은 여자 김씨는 드디어 새로운 삶의 도전을 해본다. 바로 옥수수를 키우는 것. 여자 김씨를 걱정하던 어머니에게도 기쁨을 준다. 한편 남자 김씨는 짜장면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었으나, 자신이 개척했다고 여겼던 삶의 기반은 결국 섬 무단 침입. 결국 그는 경비들에게 쫓겨나 차디찬 세상과 마주하게 되며 그는 다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는데. 남자 김씨를 통해 희망을 얻었던 여자 김씨는 남자에게 다시 다가가 그녀가 받았던 희망을 그에게도 전달한다. 서로가 낳은 희망이 전염되었다.




4. 깨알 포인트



1) 요즘 핫한 구교환 배우님이 여기에도 나오더라! ㅋㅋ신기







짜잔~







2) 김씨표류기의 제목의 의미



표면적으로는 밤섬에 표류한 남자 김씨를 뜻하지만

사회적으로도 표류한 두 김씨를 뜻하고 있다.

우리는 어딘가에 표류되지 않기 위하여 늘 아등바등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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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으면서 보기엔 어딘가 한켠이 띵~ 해져오는 영화,

김씨표류기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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