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에드가 라이트
오늘의 영화 리뷰는 핑크핑크한 포스터 속에 약간의 B급 감성이 스며든 범죄 영화, 아니 음악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되시겠습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을 만든 영국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영화 시작 5분만에 흡입될 수 있는 2개의 오프닝에 있습니다.
첫번째 오프닝은 젊은 시절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Bellbottoms'를 들으며 질주하는 자동차를 상상했던 내용인데요. 후에 그 꿈을 이 영화의 오프닝과 함께 이루게 되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6XMuUVw7TOM
https://www.youtube.com/watch?v=rYv2a_VF328&feature=emb_title
이어서 나오는 두번째 오프닝. 약 2분 45초간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오프닝은 딱딱 맞아떨어지는 음악과 유쾌한 제스쳐가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시킵니다. <라라랜드>의 오프닝도 떠오르고요. 능청스러운 안셀 엘고트의 배역 '베이비'의 연기도 백미죠. 커피를 적힌 BABY가 이질감과 궁금함을 줍니다. 온갖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영화는 시작하죠.
제대로 음악영화임을 각인시켜주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사는 '베이비'의 정체는 무엇일까? 베이비는 강도들이 범행현장에서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라이버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짜릿한 운전 실력은 이 영화의 메인 볼거리죠.
그가 이어폰을 끼고 사는 이유는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부터 이명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이명이 들리지 않아서죠. 꽤나 딱한 사정이 있는 베이비. 그는 어쩌다 범죄에 연루되었을까요.
베이비는 자발적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박사에게 빚을 갚기 위해 억지로 하고 있습니다. 빚만 다 갚으면 이제는 이 일을 청산할 생각입니다.
베이비는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녹음해서 음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살다보니 음악적 감각이 계발됐나 봅니다. 운전도 어느 면에서는 리듬타기인데, 그래서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카트라이더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 트라우마에 갇혀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베이비'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베이비는 자주가는 식당에서 종업원과 사랑에 빠지는데요. 베이비는 그녀의 목소리도 녹음하여 테이프로 만들죠. 데보라의 등장은 베이비의 무기력한 삶에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baby를 벗어나 어른으로 가는 성장의 시발점이었죠.
https://www.youtube.com/watch?v=Lp1f_-n3gNY
이 둘이 함께 흥얼거리는 B-A-B-Y가 꽤나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드디어 오랜 빚을 청산하는 날. 새로운 시작을 그녀와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멋진 공간에서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하지만 박사는 미친 재능을 가진 이 소년을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결국 반강제로 일에 투입된 베이비. 하지만 데보라와 함께 멀리 떠날 계획을 세웁니다. 이제는 주어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고 하네요.
이 그림은 데보라와 함께 떠나고픈 마음을 담아 상상하는 장면입니다.
이 상상이 드디어 이뤄지는 것 같았지만, 경찰에 포위되며 결국 베이비는 경찰에 잡혀갑니다. 하지만 5년 뒤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되었고, 자신을 기다린 데보라와 재회하며 끝이 납니다.
1) 영화 제목
영화 제목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aby Driver'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부모님은 20여 장의 레코드를 갖고 있었는데 이 곡이 수록된 앨범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영화감독은 많은 것에 출중해야 이런 영화도 만드는구나 싶습니다.
2) 영화 제목 방식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에 삽입될 30곡의 OST를 먼저 선정하고 각본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토리나 개연성으로만으로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한편의 뮤지컬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아쉬움조차 의도된 장치가 아니었나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