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

Good Morning Routine-Writing 2024.07.05

by 안상현

정말 모든 것은 반복될까? 한번 나타났던 현상이 비슷하게 다시 눈앞에 벌어지면, 일종의 순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때문에 일어난 상황을 상당한 수준까지 추상화했을 때는 동일해 보이겠으나, 분명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많은 이들이 역사는, 패션은, 인간의 실수가 반복된다고 말한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도식화하기 좋아서다. 무엇이든 반복되기 마련이란 공허한 명제를 던지고 나면, 앞으로도 지나온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안도의 마음이 피어난다. 돌고 돈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를 주는 기도문인 셈이다.


‘돌고 도는 유행’, ‘거듭하는 실수’, ‘끝나지 않은 역사’ 등의 단어가 현재에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미묘한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2024년 현재 스키니진을 즐겨 입고 있다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두 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 트렌드를 감지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사람, 혹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패션 고수.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세상과 나를 구분하고 연결하는 형태의 깊이다. 세계가 만들어내는 유행, 즉 순간적이고 이상적인 지향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과 이해하고서 거부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서 인간은 응당 앞날이, 변화가 두렵다. 더욱 잔인한 것은 흐르는 시간을 거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삶은 극복하거나 주저앉는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말 다행인 것은 세월의 접근에 대응하긴 어렵지만, 변화의 방향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자가 스키니진을 입은 채로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울화통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분야 고수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원래 그렇다면서 그 자리에 멈춰버리는 사람은 특정하고 단순한 주기가 끊임없이 반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그래”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세상에 발붙인 스스로도 이미 원을 그리며 돌고 있지만, 도는 중인 ‘나’라면 이를 쉽게 느끼기 어렵다. 다만, 체감하기 어려운 변화라고 없는 것이라고 치부한다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망상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테다.


그대로 돌아오는 유행은 없다. 단순화된 주기는 환상일 뿐이다. 당신이 알던 그 통바지와 지금 유행하는 와이드 핏 진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차이를 모르겠다면 패션에 덜 예민하며 무감각하다고 과감하게 선언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관심도 없으면서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은 건 투정에 가깝다.


존재하지도 않는 주기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방향은 자신이 정할 수 있다. 평생 유행을 만들어왔던 사람도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트렌드를 따르지 말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라. 그리고 그에 맞게 옷을 입고 삶을 살아가라” - 지오반니 마리아 베르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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