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Good Morning Routine-Writing 2024.07.03

by 안상현

대부분의 인간은 매일 아침 결심한다. 사실은 자기 전부터 마음먹었다. 어쩌면 그 생각은 언젠가부터 마음에 계속 담겨 있었다.


대개는 무언가를 행하기를 정했다고 천명할 때 결심이란 말을 많이 쓴다. 주요 뉴스만 분석해 봐도 중차대한 판단을 했다고 결심을 윽박지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란 걸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궁금치 않은 이야기겠으나, 많은 이들이 기계적 선언을 거듭한다. 심지어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일단 공표하고 본다.


소리치는 데시벨에 비해 빈약한 결과물을 내는 공인들이 머리를 스치겠으나, 지금 그들을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입장을 정하고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은 결국 결심의 속성과 맞닿아 있다. 소리치지 않으면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


다만 정치인처럼 직업적 천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혼자서만 결심한다.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다. 여러 가지 기준과 잣대가 교차될 필요 없이, 단 한 명의 자아 자신만 합리화하면 그 결심이 완전한 무위에 그치더라도 나를 제외한 누구도 이를 비난할 수 없다. 물론 결심과 좌절을 반복하다 자기파괴적 수렁에 빠질 수 있겠지만, 정상의 신체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단 가정하에 호르몬 체계는 이런 파멸적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 착안해 많은 성공 방정식의 일반화를 종용하는 질 낮은 콘텐츠들이 확성기를 들고 내밀한 목표를 무형의 채점지를 든 타인에게 공유하라 강요한다. 방법론적인 차별성을 내걸면서 나름 의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타인을 이용하라고 세밀하게 묘사하겠지만, 그 원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취의 정도를 평가받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손끝에 닿아있는 결과를 움켜쥐고 커다란 성공으로 떠들었을 때는 조롱을 받기 십상이며,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타인에게 일부라도 노출하는 것 역시 적잖이 고통스럽다. 따라서 절대다수는 혼자서 은밀하게 결심하고, 당연히 변화의 실행까지 오래 걸린다. 이는 지극히 평범한 상태다. 다만, 수적 우위에 있는 큰 집단에 속해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은 아니다.


결심은 주로 성취 욕구와 연결돼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불안과 더 밀접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영원과 스스로를 결부할 증거를 찾는 필멸자적 태도에서 출발해 목표를 세운다. 이것이 세상 모두가 중요하다고 일컫는 문제해결의 자세다. 달리 말해 현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변화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천은 단순 불안함보다 갈망의 크기와 더 견고히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결심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생존은 아주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이다. 아무리 게을러터진 사람도 배가 고프면 입에 밥은 잘 넣는다. 애석하지만 몸이 정말로 원한다면 그냥 하게 되어 있다. 다만 이를 정신의 세계까지 확장하고 싶기에 고통이 따른다.


많은 이들의 결심은 어쩌면 동물에 그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체계적 성공은 동물적 욕망과는 거리가 있다. 복잡한 차원의 이상향을 원초적 욕망으로 치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안해서 만든 목표에 다가가려면 더 크게 갈망해야 한다. 시간을 유영하며 반복해왔던 행위, 그중에서도 보다 하고 싶은 것을 택하자. 그나마 원초적 욕망에 가까이라도 갈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결심할 때, 일말의 진전이 생길 테다. 욕망하던 일이기에 종착지에 도달하지 못해도 다음 결심을 불러낼 것이다.


핵심은 ‘나’에 있다. 사회적인 성공이나 목표는 너무 다양한 기준으로 엮어져 있고, 판단의 잣대에 따라 지나치게 가변적이다. 그저 불안함에 의해 타인과 세계가 추구하는 형태로 흉내를 내고 가상의 목표를 세운다면 응당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래도 세계로부터의 인정을 위해 결심하겠는가?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시시포스 신화(The Myth of Sisyphu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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