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Good Morning Routine-Writing 2024.06.26

by 안상현

그렇다. 삶과 죽음은 한 쌍이다. 인간이 영원한 가치를 갈망하는 이유 역시 죽음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정의하고, 정리하면 참으로 쉽고 명료하다. 죽는다는 것은 정말 다분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자들이 느끼는 죽음이란 사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아쉬움과 두려움이 먼저 기저에 깔리고서, 기억의 서랍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시간들이 갑자기 존재 증명을 시작한다. 그는 내게 무슨 의미인가? 함께한 시간이 나름의 박자로 쪼개져서 액자에 담긴다.


그러다 보면, 멀게 느껴졌던 존재가 실은 더욱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닌지, 그동안 내가 제대로 돌아보고 있지 못했던 것은 아닐지 회한이 밀려들다가 이내 무기력에 휩싸이게 된다.


그럼에도 직시해야 하는 사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감정에 잠식당할 틈 없이 살아 숨 쉬는 나는 그를 보내주어야만 한다.


그가 점차 희미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의 나에게 이 부재는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그립다. 그가 내 삶 전체를 가늠해 잠시 스쳐 지나간 순간일지라도, 그 시간이 앞으로는 절대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와 닿은 순간은 돌이켜보면 정말 희소했다. 하지만 시간의 사이가 멀다 할지라도 언젠가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희미했던 이 생각도 지금에서야 기억해 낸 것이다.


그의 죽음은 그와 만났던 기억 속의 나를 불러냈다. 이제는 알았다. 내가 그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서로 존경하고 있는지, 얼마큼의 애정을 지녔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 지나온 세계 하나가 완전히 닫혔다.


그때는 더 이상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관계의 시작점 아니라 오롯이 완결된 나만의 기억이다. 그와 나 사이를 밀려드는 앞으로의 시간이 마음껏 왜곡한다고 해도 이를 바로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어린 날 지금보다 어린 그를 만나서 나는 운이 좋았다고 기억한다. 그가 세상에 어떤 평가를 받는 사람인지와는 별개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전할 수 없어도.

그동안 고마웠어.


"죽음이란 영원히 잠을 자는 것과 같다" -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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