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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Apr 22. 2022

일상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네 집에 동아를 데리고 놀러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아가 다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걷고 싶다고 했다.

택시기사님께 부탁드려 집에 도착하기 좀 전에 내려, 동아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봄바람이 불었고, 밤공기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조용히 걸어가던 동아가 갑자기 말했다.

"오늘은 세린이랑 놀아서 좋은데, 나는 요새 하루가 너무 반복되는 기분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묻자,

"요새 매일매일 일어나면 학교 갈 준비 하고, 학교 갔다 끝나면 학원 가고, 숙제하다가 하루가 다 끝나버려. 매일매일이 너무 똑같아."

라고 했다.

"응, 그런데 동아야. 그렇게 매일매일 반복해서 연습해야지.."라고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동아가 얘기했다.

"나도 알아. 이런 게 일상이지?" 

"응, 그 일상이 쌓이고 쌓여야 동아가 잘 자라게 되는 거야."라고 답해주었다.


10살이 된 동아는 생각보다 큰 아이 같기도 하고, 또 생각보다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나도 모르는 가수의 노래를 알고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이민 간 친구가 보고 싶다며 자기 전에 펑펑 울기도 한다.

잔소리하지 않아도 시간 맞춰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하고 씻고 퇴근하는 나를 기다린다.

우리가 함께 배우는 피아노 선생님께 "저 빼고 회식하지 마세요, 쌤."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친구와 전화를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슬픈 일이 있으면 나에게 달려와 "엄마 나 좀 안아줘!" 하면서 엉엉 울기도 하고

8시만 지나면 엄마 언제 오냐며 한 시간마다 전화를 해댄다.

어떤 날은 다리가 아프다며 마사지를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안아서 재워달라고 하기도 한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되돌아보았을 때도 나의 10살은 꽤나 선명하게 기억된다.

나는 3학년 6반이었는데, 그때의 나도 동아처럼 영어학원의 반편성 시험이 너무나도 싫었다.

구몬수학은 너무 지겨워서 쌍둥이 오빠랑 반반 풀어서 답을 합치고, 그마저도 부족하면 종이를 딱풀로 붙여서 한 장처럼 보이게 했다. 

우리 반에서 마니또를 했는데, 같은 반에 필식이라는 남자아이한테 편지를 받았던 기억도 난다.


지나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에는 무엇을 공부했는지보다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만 기억난다. 

물론, 배움의 내용들이 모여 나의 비루한 상식과 얄팍한 지식이 생겼겠지만.

어쨌든 나는 동아가 지금 시기에 대단한 것을 공부한다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몸을 가꾸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익숙해지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일상의 힘이니까.

그런 일상이 모여서 튼튼한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며칠 전부터 나는 눈 뜨자마자 일어나 밖으로 나가 10분 정도 뛰고 집으로 돌아와, 시간이 조금 남으면 피아노를 치고, 동아 학교를 데려다준다.

그동안 동아는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빈틈없는 우리의 요즘 일상이 꽤나 마음에 든다.

촘촘한 일상이 모여, 우리에게 왠지 근사한 내일을 가져다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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