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프다
불량엄마 일기 여섯번째.
내 이럴줄 알았지.
다섯번만에 지쳐서 일기쓰기를 포기하다니 ㅋㅋㅋㅋ
이제 내용을 좀 줄이고 자주 쓰는 걸로 모드를 바꿔야겠다 ㅎㅎ
나의 근황을 업데이트 하자면,
1. 휴가를 마치고 서류업무 및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회사 업무들을 처리했고,
2. 좀 멀었던 동아의 어린이집을 이번에 동네로 옮겨 (고마워요, 허윤정 여사님!) 적응을 마쳤다.
3. 그리고 몸이 많이 아팠다.
작년 겨울부터 시도때도 없이 아팠는데, 진짜 최근 6개월 동안은 아이와 번갈아가며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래도 건강한 편이라 오래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삼주일을 앓아 누웠다.
목감기가 무척 심했는데, 동아가 조잘조잘 말이 많아서 아무리 말을 안하려고 해도 말을 너무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알겠니 동아야? 이 엄마가 너를 위해 내 목을 희생했단다)
암튼, 아프면 쉬어야 하고, 쉬면 심심하니까 넷플렉스의 노예인 나는 House of Cards 와 Suits를 몰아서 다봤다. 정말 내가봐도 대단하다.ㅋㅋㅋ
엄청난 양의 미드를 보면서 세가지를 느꼈는데,
하나는, 역시 드림 중의 드림은 아메리카 드림이니 꿈을 이루려면 아메리카에 가야하나.. 하는 고민과
둘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이 들어서도 (지금이나 잘해 임마) 날씬해져야겠다는 다짐이었고
마지막 셋은, 엄마는 아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렇게 노는 동안 동아는 뭘했느냐.
이게 세번째 느낀거와 연관되어 있는데, 부모님께 동아를 부탁드리거나 동영상을 되게 많이 보여줬다.
아무리 내가 불량스럽긴 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원칙은 하루에 한시간 이상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밥먹을때는 안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둘다 못지켰다.
내 몸 아프다는 핑계로 아주 방만한 육아태도로 동아의 태도도 무척 방탕해졌다.
자주 짜증을 냈고, 징징거렸으며, 사소한 것에도 성질을 냈다.
나도 짜증이 났다.
같이 짜증을 내고, 화도 냈다.
아플 때의 하루는 갈고도 짧았고, 힘들고, 재미없었다.
보통 자기전에는 동아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오늘 동아 행복했니? 엄마는 동아 덕분에 참 행복했어. 사랑해 딸"
그러면 동아는,
"응, 엄마 행복했어. 나도 엄마 똥 사랑해-"
이렇게 웃고 장난치다가
책을 한 세네권 읽다가 서로 얼굴을 꼭 파묻고 잔다.
동아와 이렇게 잠들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인데, 아플 때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저,
"자라, 엄마 아프다-"
무거운 소리를 내며 한손으로 넷플릭스를 무음으로 해놓고 드라마만 보고 있었다.
동아는 눈을 꼭 감고 나를 멍- 하니 쳐다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마저도 인지를 잘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동아가,
"엄마가 자꾸 자라고 화만내서 그냥 눈물이 났어."
라며 화를 냈다.
정말 미안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동아의 소중한 하루를 슬프게 만든것이 정말 미안해졌다.
다행히, 병원을 바꾸고 (아 급성축농증인데 이전 병원에서 기침약만 준거래 -_- 죽는다 서울내과의원...), 약을 먹으니 빨리 나았다.
자꾸 짜증을 내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미안했다.
덕분에 오늘은 동아와,
장마를 대비하여 새로산 우산과 우비와 장화를 신고 놀다가
기차놀이도 하고,
옥토넛도 함께 보고,
모두 제자리를 목이 쉬게 부르고 청소를 한 뒤
같이 운동도 하고,
뽀뽀놀이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준 책도 읽다 잠이 들었다.
오늘은 다행히 예전처럼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동아는 다시 웃어주고, 행복하다고 말하고, 코딱지도 선물해주었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여지없이 깨닫게 됐다.
절대 아프면 안된다.
아프면 기력이 없고, 짜증만 나서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사랑을 나누어줄 수 없으니...
소중한 딸이 늘 소중한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서 내일부터 꼭 운동해야지.
사랑해.
힘든 시간 이겨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