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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Sep 23. 2016

불량엄마 일기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일이 많아져서 집에 오면 늘 아이에게 동영상을 보여준다.

하루에 1시간 이상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은 깨진지 오래.



어느날 아침,

"아이패드 어딨어?" 라고 물으며 일어나,

"히히히 내가 이거 비밀번호 풀었어!" 라며 능숙하게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풀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도 동영상을 감상하며

아침을 맞이하는 아이를 보며 사실 좀 식겁했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 사실이 무서웠음에도 피곤해서 그대로 아이를

미디어에 방치(?) 한 내 자신이다.

내 육신이 뭐라고 내 소중한 아이를 이렇게 방치하는지.


같이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두세시간.


심지어 지금 이시간에도 나는 포니에게 동아를 맡기고 맥주를 한잔하며 혼자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고 있다.


하.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 무수히도 많이 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매일 묻고 좌절하고 미안해하고 반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는 거겠지?

내일은 공원도 산책하고 모래놀이도 하며 데이트좀 해야겠다.


오늘은 나도 불금이니까_

조금만 더 놀자.


잘 때가 제일 이쁠 때는 이제 지난것 같다.

깨어있는 일분 일초가 너무 예쁜데 엄마가 너무 엄마만 챙겨서 미안.


어느날, 동아에게 물었다.

"동아는 엄마가 일하는 거 좋아?"

그랬더니,

"응 좋아! 엄마가 나 타요 밥 주니까 좋아. (타요밥은 타요 장난감을 탈 때 내는 동전임)"

이랬다 ㅎㅎㅎ


아무렴 어때,

엄마가 일하는게 좋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동아모습 그대로 너무 사랑한단다.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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