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에 공황장애라는 말이 생소했던 2000년대 초부터 아빠는 공황장애, 엄마는 우울증, 그 후 동생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럼 나는? 나도 역시 공황장애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병증도 유전적 요소가 크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와 동생은 불안이나 우울의 성향이 높을 확률 역시 아주 다분하겠지.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가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신과 방문이나 약을 먹는 데 있어서 아주 열린 태도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공황발작, 우울, 무기력, 자살충동. 무서운 단어들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런 단어를 얘기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그것은 병증이며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의 뇌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너도 약을 먹어’라고 말하며 서로 조언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분명 그 병증으로 인해 힘든 시간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모두 행복하고 똘끼충만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나도 공황장애 십여 년 차. 이제는 발작이 와도 예전만큼 놀라지 않고 이 정도는 전혀 새롭지 않다며 나의 인생을 촘촘히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