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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ggles Feb 09. 2024

드디어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시대 공황장애 생존기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간 지난 3년.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그런 일이 과연 있었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미국의 병원에서 작업 치료사로 아픈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코로나 환자들을 만났고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또 나아지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고위험군 직종이었음에도 처음 3년 동안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몸은 특별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코로나로 모든 세상이 멈추고 자연스레 남들은 다 재택근무로 몇 년을 보낼 때에도 나는 매일같이 출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지만, 그 당시에는 한참 일이 바쁠 때라 사실 코로나 걸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코로나에 걸리면 미국 질병통제국의 권고에 따라 2주 동안 유급 자가격리를 하게 되는데 동료와 친구들 모두 삼사일 심하게 아프고 나면 그 이후로는 1주일 넘게 쉬며 지낼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자랑하기도 했다.

 

텅 빈 출근길을 운전하며 길어지는 코로나 시대와 재택의 부러움에 눈이 멀어 3년이 되도록 코로나 한번 걸리지 않는 나의 튼튼한 면역력이 야속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게 많이 좋지 않던 어느 날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떴고, 나도 드디어 2주 동안 코로나 휴가를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나는 바보같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고열, 심각한 목 따가움, 기침, 콧물, 미각, 후각 상실. 티브이에서 알려줬던 그대로 나 역시 차례대로 그 증상들을 겪었다. 한참 아팠던 둘째 날 저녁, 코가 너무 막혀 숨이 안 쉬어지는 듯했다. 기분 탓일까 코로나 증상일까 헷갈리는 듯한 공황발작도 겪었다. 이러다 숨이 막혀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서워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나 숨이 안 쉬어져”

하지만 나는 공황 10년 차. 이 정도 발작은 가끔 몸이 허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왔다 가기도 한다. 다행히 5일째가 되자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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