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에 당첨되셨습니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 후유증
며칠을 심하게 아픈 후 기운을 차리니 ‘이제 끝인가 보다. 이제 드디어 나도 열흘간 놀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갑자기 신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7일간의 자가격리를 철저하게 지킨 후, 첫 번째 외출을 계획했다. 첫 외출은 집 근처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백화점으로 갔다. 운전을 하고 길을 나서는데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라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1층 화장품 코너의 향긋한 냄새에 감동이 밀려왔다. 코로나를 잘 치러낸 기념으로 Shake Shack도 사 먹고 슬슬 돌아다니며 외출을 마친 후 주차시간을 줄이려고 살짝 빠른 걸음으로 차로 갔다.
“헉”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온 팔다리에 기운이 싸악 빠져나가는 것 같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을 느꼈다.
‘내가 갑자기 너무 빨리 걸었나?’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어 봐도 숨은 점점 더 차오르고 심장은 더욱 요동쳤다.
'뭔가 잘못된 거야.'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가자 알 수 없는 뜨거운 공포감이 뒷목부터 빠르게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심한 공황발작을 겪은 나는 그 길로 바로 병원으로 갔다. 몸이 놀라서였는지 갑작스러운 설사로 화장실을 들랑댈락 했다. 병원에서는 혹시 탈수현상인가 해서 수액을 놔주었다. 의사 말로는 다른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내가 나는 가끔 공황발작이 있지만, 그동안은 잘 관리하며 살고 있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의 병원과 다르게 미국 병원에서는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약도 검사도 해 주지 않는다. 역시나 이번에도 약국에서 지사제를 사 먹으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었다.
어찌어찌 진정으로 하고 집으로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 이대로 숨이 막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익숙한 길이었지만 영원처럼 멀게 느껴졌다. 몸이 이상했다. 이것 말고는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표현할 수 없는 무기력증과 팔다리가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숨이 찼고, 집안일은커녕 양치와 샤워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롱코비드, 즉 코로나 후유증 같다고 말했다. 만 35세 전후의 여성들에게 잘 나타나고 건강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날은 내가 만 35세가 된지 이틀 째 되는 날이었다. 의사는 마침 자기 환자 중 어느 여학생도 화장실도 못 걸어갈 정도로 약해진 것을 보았다고 했다.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아서 그 말이 왠지 위로가 되었다.
“언제쯤이면 나아질까요?”
“글쎄요… 한 달 후에 회복되지 않으면 3개월, 아니면 6개월이나 1년 이상 가는 때도 있어요”
“네?”
“그렇지만 이글리 씨는 아직 젊고 건강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데 걱정을 하지 말라니.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너무 끔찍한 이 기분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역시나 병원에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집에서 푹 쉬라는 말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