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ggles Feb 09. 2024

코로나 vs 공황장애

내가 아픈 진짜 이유는?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건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으니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빠지고 기운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확실히 코로나가 호흡기를 약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곤 베란다를 왔다 갔다 하는 것뿐이었다. 이전에 거의 매일 운동을 했던 나였지만 코로나 후유증은 정말 무슨 괴물처럼 나를 한입에 삼킨 듯했다. 호흡곤란이 반복되자 아파트 문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계단을 몇 칸만 오르내려도 숨이 차고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파트 앞에 겨우 몸을 끌고 나갔을 때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  


몸이 초긴장 상태이니 밥을 제대로 먹을 리가 없었다. 정말 살기 위해 먹고 싶은데 넘어가지 않았다. 요리와 맛집을 좋아하던 내가 전자레인지에 그릇 하나를 돌릴 힘이 없어지다니.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었다. 제대로 못 먹으니 몇 주 사이에 5킬로가 빠졌다. 이미 마른 편에 속했던 나는 다시 10년 만에 최저 몸무게가 되었다. 그동안 운동하며 키웠던 체력과 근육은 한 달도 안 된 시간 사이에 다 사라져 버렸다. 허무하고 억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독이 된 듯하지만, 그 당시에는 매일 내 증상과 상태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해 봤다. 어딘가에는 분명 비슷한 경험이나 증상을 겪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코로나 후유증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찾아볼수록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증상에 대해서만 보였다.


이렇게 매일 약해진 신체와 공황 상태로 지내다 보니 헷갈렸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기력증과 매일 공포영화 속에 사는 듯한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뜩 의심이 들었다. 정말 코로나 후유증일까 아니면 내 몸은 나아졌는데 내가 정신병에 걸린 걸까?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졌다.

이전 03화 코로나 후유증에 당첨되셨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