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서점에서 발견한 '채식주의자', 새로운 꿈을 품게 하다
국내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어마어마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지난 5월 17일일 것이다. (현지 시간으론 16일 밤). 한강 작가가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의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이 날보다 한 달 정도 앞선 4월 초, 미국 도시의 어느 서점(Magers & Quinn)에서였다.
한국인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6,203마일 떨어진 곳에서 '오늘의 추천 도서'로 미네소타 서점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한국 문학을 자주 접했던 이들이라면 예전부터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던 여류작가 '한강'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거나 능동적으로 문학의 소식을 접하지 않았던 나는 이 작가를 이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었다. (한강 작가는 제29회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으며 <2005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몽고반점>을 싣게 되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에서 한국 문학은 신경숙, 김영하, 김훈,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있다. 최근 그 가세에 한강 작가까지 더해졌지만 아직도 한국 문학이나 콘텐츠(영상)가 번역되고 있는 숫자는 현저히 적다. 미국은 소위 문화 콘텐츠 강대국이라 자국 문학 외 다른 문화의 콘텐츠를 번역해야 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출판물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체로 2.5퍼센트 ~ 3퍼센트)
대중적인 상업 영화 이외의 좋은 한국 영화들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을 예전부터 갖고 있어 영화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일 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항상 한 켠에 남아있었다. 여전히 한국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에 흥미와 관심이 있는 걸 보면 번역으로 그 한을 풀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 원어민이 아닌 토종 한국인으로서, 한영 번역 작업을 한다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닿을 때까지 무한한 잠재 가능성이 있는 한국문학 번역 세계에 한 발 앞서 가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앞으로 번역가로 정식 데뷔하기까지 번역가 지망생으로 배우고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공유해 함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상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