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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 Aug 27. 2018

영국 배경 영화 발자취 따라가기 #01 <클로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I can't take my eyes off you"

OST의 전주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ther를 듣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영화 <클로저>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오는 나탈리 포트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드로의 오프닝 씬을 기억할 것이다. 실제 OST의 제목이 "I can't take my eyes off you"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보세요! Look Right


횡단보도를 건널 때, 왼쪽을 먼저 보는 것이 익숙한 미국에서 건너온 앨리스(나탈리 포트먼)는 자연스레 왼쪽을 보고 건너다 우측에서 달려오고 있던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다. 마주편에서 차 사고를 목격한 덴(주드로)은 놀란 토끼 눈으로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명대사, "Hello, Stranger"를 듣게 된다. 


사고를 당한 장소가 어딘지 정확하게 출처를 찾을 순 없었지만, <클로저>의 영화 배경지가 주로 런던 센트럴의 동쪽인 걸 감안하면 EC1 근처에서 찍었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근처 어딘가를 배회하며 찍은 횡단보도 샷. 이 근방 어딘가의 도로에 누워 영국 현지인에게 "안녕, 낯선 이"라고 말을 건넨다면 내게도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날까?라는 현실성 없는 생각에 잠시 피식하며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주소: 1 seething Lane, London EC3


사고가 난 뒤, 덴은 앨리스를 응급실에 데려간다.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영화 촬영지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어서 찾아가 보았다. 도로 어딘가임으로 정확히 어디에서 찍혔는지 알기가 힘들었지만, 영화 속의 느낌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기에,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벌어지는 일에 굉장히 무관심한 영국인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봤을 때, 덴이 앨리스에게 다가갔던 것은 어쩌면 그의 직업이 사망기사를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King Edward Street at Little Britain, London EC1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나온 앨리스는 'King Edward' 거리를 걸어가며 덴의 런던 투어 가이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덴은 마치 가이드가 된 것 마냥 런던의 명물인 'A Red Bus(빨간 버스)'를 가리키며 투어를 시작한다. 그리고 때마침 멀리서도 눈에 띄는 헬멧을 쓴 '런던 경찰관(A Police Man)' 혹은 'Bobby'가 지나간다. 조금 더 걸어가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돔인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rderal)'도 나온다. 




세인트 폴과 빨간 버스


포스트맨스 파크 근처를 순회하는 런던의 경찰관


정확한 영화 촬영지가 없어 "여기가 맞나?"싶은 마음에 이 거리 주변을 한참을 헤맸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클로저>의 주인공처럼 지나가는 빨간 버스도 보고, 경찰관도 보고, 세인트 폴 성당을 보는 등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었다. 




Postmans Park가 적혀있는 표지판


영화 <클로저>를 보면서 런던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찾아가 보고 싶었던 장소였던 '포스트맨스 공원(Postman's Park')이다. 이 공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고, 순진한 나는 그저 영화의 촬영 장소인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부터 앞섰다. 




주소: Postman's Park, london EC1


그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은 런던의 '포스트맨스 공원(Postman's Park)'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나탈리 포트먼의 극 중 이름과 관련된 반전이 나타나게 되는 중요한 장소로써, 나름의 충격을 선사해 영화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 




타일 앞에서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실제로는 타인을 위해 장렬하게 전사한 일반 시민들을 기리기 위한 작은 공원으로, 벽에 그들의 이름과 어떠한 사고로 그들이 죽었는지가 타일 벽에 나란히 붙어있다. '앨리스' 이름 하나만을 목표로 찾아간 곳이었지만, 생각보다 엄숙하고 슬픔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앨리스'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기린 기념비 타일을 왼쪽부터 자연스레 읽고 묵상하며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공원사이즈는 아니지만, 건물 사이에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위치해 있는 포트스맨스 공원


공원에 들어서기 전, 덴은 이 곳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 들어서서 둘러보는 동안 앨리스에게 말한다. 20년 전, 어머니가 죽었을 때 아빠랑 함께 온 적이 있었던 곳이라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죽었던 훌륭한 어머니를 두었던, 그런 덴은 어머니처럼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배려의 삶이 아닌, 누군가를 상처를 주고 아프게 했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타일에 붙어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찬찬히 읽다 보니, 다시 한번 그들의 희생정신에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옆에 있는 사람들을 더 보살피고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앨리스'의 이름은 한참 오른쪽으로 가서야 나타난다 (왼쪽에서 다섯 번째 타일에 위치해 있다). 벽돌공의 딸로, 무서움을 모르는 용감한 어린 소녀였던 실제 '앨리스'는 유니온 스트릿의 불타고 어느 집에서 3명의 어린이를 구하며 아름다운 젊은 나이를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했다.  




주소: Thomas More Square, London E1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데도 찾아가고야 말겠다는 다짐하에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다 도착하게 된, 극 중 덴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던 '토마스 모어 스퀘어(Thomas More Square)'. 개인 사유지로 사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빌딩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했지만 여기 영화 촬영 진데 개인적으로 너무 와보고 싶어서 와봤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못 본 척하면서 왼쪽으로 갈 테니, 너는 그 길로 쭉 가면 된다고 암묵적 허락을 해주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실제로 도착해보니 건물이라 막 대단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이 앞에서 덴과 앨리스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상상돼 힘들게 온 보람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 오피스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타면서 덴과 앨리스는 이야기를 또 나눈다. 지금 다시 대사를 훑어보니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따로 적어보았다. 


뉴욕에서 남자 문제로 골치가 아파서 그냥 런던으로 떠나왔다는 앨리스의 얘기에 덴은 물어본다.


Dan: And you left him, just like that?

덴: 그냥 그렇게 떠난다고? 

Portman: It's the only way to leave. "I don't love you anymore. Goodbye."

포트만: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굿바이."

Dan: Supposing you do still love them? 

덴: 아직도 사랑하는 것 같은데? 

Portman: You don't leave. 

포트만: 그랬다면 떠나지 않았겠지. 

Dan: you've never left someone you still love? 

덴: 아직도 사랑하는데 그 사람을 떠나본 적 없어?

Portman: Nope. 

포트만: 없어. 


후반부에 이르면 덴과 앨리스는 르네상스 호텔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의 얘기를 나누게 된다. 앨리스가 정확히 덴에게 저 대사(I don't love you anymore)를 두 번이나 다시 내뱉는다. 호텔에서 그들이 나누던 대화는 내 가슴에 콕콕 박혀 영화관에서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었다. 그랬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하나였던 영화 촬영지였지만 실제 위치가 히드로 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어 여기까지 찾아가 보진 못했다. 


서로 간의 관계에서 '진실'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사각 관계. 그저 감정에 끌리는 데로 뒤끝 감당하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리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아픈 상처를 남긴 그런 순간에도, 자기만의 감정이 중요해 '나만 바라봐'달라고 징징대는 덴의 모습에 굉장히 실망하고 뜨악하고 저런 남자 현실에서 정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우유부단하며 자기감정에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에게 꺼져(Fuck off)라는 말보다 더 심한 말을 내뱉지 못하고 그저 멍청하게 당하기만 했어야 했던 내 지난날이 억울해 이 영화를 볼 때면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게 아려온다. 


그랬기에 나에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달콤함만 추구하는 것도 아닌, 실용적이면서도 다정하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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