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세상

in USA

by Mocca

20살이 되었고, 좀 더 넓은 세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난 첫 해외여행을 혼자 떠나기로 결심했다. 돌이켜보니 무모했고, 위험했다. 하지만 좀 무모하면 어떤가. 어찌 되었든 살아 돌아와 돌이켜보면 한 켠의 추억이지 않은가.

2019년 상반기는 나에게 모든 게 새로웠다. 부동산 계약을 혼자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다. 처음으로 음주가무를 즐겼고, 혼자 살기 시작했으며, 나를 녹여낸 음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힘겹게 1학기 종강을 하고 2019년 06월 25일, 난 시카고로 떠났다. 모든 게 새로웠고, 떨리고 설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친구의 '놀러 와'라는 한 마디로 난 장장 14시간의 비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이코노미석에서 14시간 동안 사육을 당하고 나니 미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로 벌벌 떨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초췌하지만 가장 밝은 얼굴로 입국심사관에게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에게 3개의 질문을 끝으로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무사히 첫 관문을 통과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갔다. 이때까지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설렜다. 하지만 짐을 찾고 Exit를 나가는 순간 와장창 하고 박살 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판타지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짧은 순간에 백만 스물한 개의 생각을 했다. 일단 지하철을 타야 예약한 에어비앤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찾기로 했다. 23Kg짜리 캐리어 2개와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든 쇼퍼백을 맨 나는 지하철 표시를 미친 듯이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게 낯설었고, 처음으로 공항에 있는 직원분께 말을 걸었다. 내가 지하철은 어디에 있냐고 어설프게 묻자 그 아저씨는 나에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랩을 하듯 영어로 된 사투리를 투척했고, 뭐라는지 하나도 못 알아 들었지만, 쿨한 척 땡큐라고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가자 뜨거운 공기와 정체불명의 담배, 오물 등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런 공공장소에서 이런 냄새가 나면, 도시는 도대체 어떤 냄새가 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는 방법을 구글링을 했고, 트램이 운행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절망적이다. 저녁 8시인데 과연 오늘 안에 숙소로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가야 하니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형광조끼를 입은 어떤 여자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 직원의 말은 빨랐지만, 대충 알아들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험난하고 긴 길을 걸어 드디어 지하철에 타게 되었다. 미국의 지하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기 때문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한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깨달았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캐리어 2개를 절대 손에서 놓지 않았고, 나의 뒤에 앉은 흑인 여성분은 미칫듯이 허공을 향해 화를 내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하철의 속도는 전혀 일정하지 않았고, 구글 지도에 나온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 영어 사투리로 된 욕을 들은 지 40분이 좀 넘어서야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아주 불안해 보이는 철제 계단으로 되어있었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노약자나 장애인들은 타지 말라는 건가. 같은 역에서 내린 외국인들이 나에게 내 캐리어를 들어줄까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23Kg짜리 캐리어를 부탁하는 미안함 약간과 혹시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의 도움을 거절했다. 물론 그들이 도둑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그 당시에 나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캐리어 2개를 거의 던지듯이 해서 가지고 내려갔다. 버스를 타면 5분이었지만, 버스는 왠지 더 무서워서 걸어서 10분 거리여서 걷기로 했다. 걸어서 10분은 무슨. 구글맵은 우사인 볼트 사촌동생쯤이 측정한 시간으로 만든 게 분명하다. 물론 캐리어 하나가 바퀴가 고장 나 제대로 힘겹게 끌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10분이라는 거리가 40분이 넘게 걸렸다. 심지어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넘어졌다. 너무 쪽팔리고 힘들어서 그냥 울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남성 분이 횡단보도에 자빠진 나를 구출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여행 왔어?'라고 물어본 뒤, 캐리어가 무거워 보이니 자신이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의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고, 나는 또 그의 도움을 거절했다. 이 글을 읽을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시카고의 Damen역과 Chase Bank앞 횡단보도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4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4명의 사람 덕분에 이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난 10시가 한참 넘은 시간에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그 집에 주인인 스테파니는 나에게 집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고, 난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자신도 한국어를 못한다며 위로를 해주었고, 그런 그녀가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다.

비행기에서도 2시간도 못 잔 나는 바로 곯아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생체리듬은 생각보다 무척 예민한 친구였고, 난 뜬 눈으로 아침을 맞고 9시가 되어서야 잠깐 잠에 들었다.


충격적 이게도 이게 나의 미국에 도착한 첫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내 인생에서 지금까지 가장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하루는 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