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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아론 Feb 28. 2017

없으면 안 되는 연애의 핵심,
'존중받는다'는 느낌

그녀는 왜 저를 떠났을까요?

Q. 

사귀던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3년 전, 학생 때 인터넷에서 만나 온라인 상으로 200일쯤 사귀다 헤어졌습니다. 1년 2개월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처음 실제로 만났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한두달마다 얼굴을 보곤 했는데 두번째 연애 때는 다툼이 잦았어요. 감정 문제, 질투 등등. 그래도 잘 풀어가며 사귀고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제가 사는 지역의 대학을 오며 이별을 고했습니다. 저와 사귀는 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늘 저한테 맞춰주며 지냈다고, 이제는 자기도 이기적이 될 거라고 합니다. 여자친구는 힘들 때 말 한번 안했어요. 알아차리지 못한 저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저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엄마 눈치를 보며 힘들게 왔는데, 저는 말만 간다 간다 했죠. 여자친구 졸업식에도 안 갔습니다… 그 외에도 서운했던 것들을 이별을 고하면서 다 얘기하더군요.


있을 때 잘 하라는 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별과 동시에 저런 얘기들을 하니 손쓸 방법이 없네요. 제가 붙잡으니,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며 못 믿겠다고 합니다. 저는 우울증세까지 올 정도로 이별이 힘들어요. 다시 재회하고 싶습니다. 한번의 기회만 얻는다면 정말 잘 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A.

사랑은 시작도 끝도 동시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둘 중 한쪽에게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시작은 모르겠지만, 두 분 중 여자친구분께 먼저 이별의 마음이 찾아온 것 같네요.


왜일까요. 그녀의 말대로라면 “늘 맞춰주며 지냈다. 이제는 나도 이기적이 되겠다”는 마음인 것 같은데요.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남자 분이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신을 대했다는 판단, 즉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편집 상 생략하긴 했지만, 여자 친구는 이별의 순간에 그동안 서운했던 점을 여러가지 털어놓았습니다.그건 하나하나의 사건에서 왜 더 잘해주지 않았냐는 푸념도 아니고, 남자 분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책망하려는 것도 아닐겁니다. '그 사건들을 통틀어 보니 너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가깝겠죠.


이별을 고한 여자 친구분의 마음은 그 분만이 알겁니다. 하지만 현재,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첫째, 남자 분께 아직 마음은 남아있지만, 이렇게 존중받지 못하는 연애가 싫어서 떠난 것. 둘째, 존중받지 못하는 연애를 애써 지속하다가 남자 분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


만약 첫번째 상태라면, 그녀에게 진정한 마음을 전하시는 게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무조건 잘해주겠다. 미안하다'는 말은.. 좋지 않습니다. 하나마나 한 말이거든요. 그저 이 상태를 무마하려는 그런 말에는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내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너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너를 더 존중하고 아끼겠다.' 이렇게 다소 이성적이고 차분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세요. 당신이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고, 개선하려는 마음과 확실한 계획이 있다는 걸 알리는 거죠. 

가급적이면 글로 적어서 전달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말을 조리있게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메일도 괜찮고요. 가능하다면 편지가 더 좋겠죠. (카톡은 절대 안 됩니다!)


물론, 여자 친구분의 마음이 아주 떠난 것이라면 아무리 구구절절한 글을 쓰셔도 다시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글을 쓰면서 두 사람의 연애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돌아볼 기회가 되겠죠. 이별 후에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 다수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더라고요. 어디가 아픈지 모르니까 어떻게 나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끙끙 앓기만 하는 거죠. 


'짙은'이라는 뮤지션의 <잘 지내자, 우리>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분명 언젠가 다시 스칠 날 있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겠지
최선을 다한 넌 받아들이겠지만
서툴렀던 나는 아직도 기적을 꿈꾼다

눈 마주치며 그땐 미안했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얘기하는 날

그때까지 잘 지내자 우리, 우리

최선을 다했던 여자 친구분이 먼저 돌아섰기에, 어쩌면 둘 사이에 마침표를 찍는 일은 남자 분의 몫으로 남겨졌는지도 모릅니다. 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매듭지으면 됩니다. 언젠가 스칠 날이 올 때, '그 때까지 잘 지내자'는 고운 마음을 안고서요.


따끈하고 말랑하지만 가끔은 아픈 것, 사랑.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musicarian@naver.com 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인간 관계, 인생 고민도 좋아요)

찬찬히 읽고 깊이 고심해서,

브런치를 통해 답변 들려드릴게요.


이성복 시인이 말하셨죠.

"이야기 된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이 설 자리가 생긴다"

그러니, 우리 더 많이 이야기해요.


+ 댓글로 고민 상담자분이 상처 받을 만한 지적질이나 비방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곳은 공감과 위로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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