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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아론 Mar 24. 2017

엄마와 잘 지내는 법

이제라도 시작하면 좋을, 엄마와의 관계 단단하게 만들기

서른의 문턱에서 갑작스럽게 아빠가 세상을 떠나시면서, 저와 제 여동생은 혼자 남겨진 엄마와의 관계를 다시 다져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이 있었죠. 그래서 적어봤어요. 이제라도 시작하면 좋을, 엄마와 잘 지내기! (여기서 ‘엄마’를 ‘부모님’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아요.)


# 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이다

어릴 때는 엄마가 ‘엄마’라는 역할을 하는 게 당연했죠.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할 거라 여겼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열심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엄마에게는 그러지 않았어요. ‘엄마니까’ 알 거라고 생각했죠. 사소한 일로 부딪히거나 다툴 때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늘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엄마 앞에선 막무가내로 감정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선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엄마도 약한 면이 있고, 쉽게 욱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니까요. 이제 나 또한 엄마 앞에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더 이상 애처럼 싸우지 마라

엄마와 다투게 되면? 어릴 때는 무조건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고, 내 주장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엄마와 어른 VS 어른으로 ‘대화’를 통해 ‘타협’해야 할 때죠. 어쩌면 오히려 나보다 엄마가 감정적으로 변하기 쉬운 나이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아, 갱년기여…) 잘못하면 대화가 다툼이 되면서 ‘잘잘못 가리기’가 되어버리는데요. 그게 아니라 각자의 의견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자리라는 걸 확실히 해두세요. 만약 예전처럼 자꾸 목소리만 커진다면, 싸우기 전에 ‘오늘 해결점을 찾아야 할 문제’를 적어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딴 길로 새더라도 ‘일단 오늘은 이것에 대한 얘기를 하자’고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뭔지 계속 짚어가며 대화를 해야 합니다. 쉽진 않겠지만요….


# 나도 엄마에게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돌아보면 오랜 세월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나 또한 엄마에게 무언가를 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점점 동등한 위치로 옮겨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엄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작은 물건을 선물해서 웃음을 줄 수도 있고, 한 달에 한번 편지를 쓸 수도 있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엄마의 요구를 따르는 게 아니라, 내가 주고 싶은 걸 고심하고 정하는 과정입니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은…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줄 ‘칭찬’을 자주 하는 것. 의외로 나의 칭찬이 엄마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늘 엄마의 칭찬과 인정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엄마에게 칭찬과 인정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게 새삼스럽네요. 이게 ‘긍정적인 상호 작용’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엄마와의 유대감을 탄탄하게 쌓자

누군가 말했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그 나이를 한 번 더 사는 과정이라고. 어쩌면 우리는 엄마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절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나의 일상을 공유하며 엄마에게 청춘을 한 번 더 살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우리들이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을 함께 보며 신조어를 알려주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컬러의 립스틱을 발라줘도 좋습니다. 그리고 어떤 힘든 고민들이 있는지… 계속 나누세요. 단, 고민을 공유할 때는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먼저 운을 띄우시고요. (안 그러면 자칫 잔소리로 이어질 수도…) 엄마는 나를 통해 청춘을 한 번 더 살면서, 좀 더 젊은 생각과 감각을 가지게 될 겁니다. (확실해요!) 그리고 그건 훗날 엄마와 나의 유대감에 든든한 바탕이 될 테고요.


30대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부모님이 나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구나. 아마 여러분에게도 그런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거나, 곧 오게 될테죠. 그럴 때, 미리 탄탄하게 관계를 쌓아두고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덜 흔들릴 수 있을 거에요. 100세 시대라고 하죠. 인생은 우리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너무나 깁니다. 그러니 ‘함께’ 행복합시다, 아프지 말고.


Illustrator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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