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아론 May 09. 2017

나의 두 고양이가 길러낸, 단 하나의 사람

쿠키와 요미가 없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무책임했다고 생각한다. 6년 전 요미를, 그리고 5년 전 쿠키를 데려온 것이.     


흔치 않은 쿠키(좌)와 요미(우)의 투샷


길에서 만난 두 고양이들은 자연스럽게 내 집에 자리 잡았다. 건강해지면, 조금만 나아지면 좋은 집으로 보내야지. 처음엔 그런 생각이었다. 스물여섯의 나는 나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아이었으니까. 끼니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고, 매일 화장실을 치워주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줄 자신이 없었다.      


물론 고양이들은 처음에 나를 전혀 반기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괴로움을 밤낮없는 울음으로 표현했고, 그만큼 나도 힘들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시기의 나는, 내가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얄팍한 동정이었지만 한 줌보다 작았던 아이들은 내 집에서 살이 찌고 몸이 자라며 고양이다운 모양새를 갖춰갔다. 오로지 나만을 의지하는 존재가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놀랍게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겁이 많은 요미


욕심이 났다. 집에 가면 작고 따뜻하고 살아있는 것이 나를 기다린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술 취해 잠들면 밥그릇 채우는 걸 잊어버리고, 때로는 밥이 똑 떨어진지도 모르고 밤늦게 퇴근했다가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해 난리를 피우고, 늦잠 자서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고 화장실 치우는 것도 미루는 내가 과연 좋은 동거인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무책임하고 욕심만 많은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키와 요미, 두 고양이들은 나를 사랑해줬다. 그 애정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키웠다. 한 해, 두 해가 지날수록 나는 고양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내 세상의 중심에 그 아이들을 포함시키는 법을 배웠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한 쿠키


가을방학 2집 앨범에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가 있다.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가사를 읊조리다보면 언제든 눈가가 젖어드는 내용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아기였던 요미와 쿠키는, 이제 나만큼 나이 먹은 청년이 되었다. 두 고양이의 중년과 노년을 함께 겪으며, 내 마음과 세상은 더 많이 자라날 것이다. 아프고도 행복한 시절이겠지. 그 시간이 지나면 나는, 아마 요미와 쿠키가 마음으로 길러낸 단 하나의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나를 믿는 게 어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