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것들

신부주택

by 모링가

목련이 피기를 기다렸다가 북중길, 우물이 있는 골목을 다시 가보았다. 골목 입구 백목련은 활짝 피어 벌써 꽃잎을 몇 장씩 떨구고 있다. 하늘을 배경으로 초라도 켜든 양 눈부시다.


목련집과 닿아있는 신부주택은 4층짜리 빌라인데 같은 동네 한쪽에 언젠가 들어서며 시간을 달리하는 공간이 되었다. 바로 지난번 담장 너머로 폐가를 기웃대던 곳이다. 이번에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삭막하기만 한 건물 한쪽에 삐죽 나온 홍매화 가지를 발견했다. 홍매화 중에서도 꽃분홍이 아니고 아주 수줍은 빛깔의 분홍이다.


홍매화가 서 있는 곳은 골목이라기보다는 옆 건물과 이 건물 사이에 남겨진 틈이다. 땅을 있는 대로 끌어 쓴 뒤 남은 자리 말이다. 불과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날 정도의 틈을 따라 나무들을 좇다 보면 건물을 한 바퀴 돌게 된다. 홍매화 다음은 대추나무, 또 흰 매화나무도 몇 그루 있고 꽃차례를 기다리는 모란, 철쭉까지 줄을 이었다. 가지를 치고 모양을 잡아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치워둔 걸 보면 낯 모르는 주인이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는 게 분명하다.


빌라를 올릴 때 베어내지 않은 나무들이 기이하면서도 경이로운 틈새정원을 이루었다. 밀어내는 마음은 뭐고 또 남겨두는 마음은 뭔가! 모든 것이 얄궂다. 벌들이 틈을 찾아와 윙윙대고 직박구리가 꽃을 쪼고 있다.

2026.3월 신부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