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그 무렵엔 우체국엘 자주 갔다. 군대 간 아들에게 두 주에 한 번씩은 작은 상자를 만들어 보냈다. 과자 젤리 일상용품 몇 가지 그런 것들로 채우는 재미.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요즘 PX엔 거의 다 있는 것들이었지만 행정실에서 택배를 수령하면 잘 쟁여놓고 야근할 때 하나씩 까먹는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고 한다.
우체국에서 나와 올 때와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모퉁이를 돌아 천변을 따라 올라갔다. 얼마 안 가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그 이름도 키키 키린. 힐링도 되고 위로도 되는 일본 영화에서 ‘요가타 요가타’ 입속에 궁굴리며 낮게 읊조리던 배우 아닌가. 모퉁이로 난 입구의 나무문과 작은 입간판, 길가 쪽 가로로 긴 유리창과 그 앞 한 뼘 화단엔 철 지난 장미가 한두 송이쯤 피어있었던 것도 같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인상처럼 따스한 분위기다. 음악도 좋고 커피도 맛있고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늘 단정한 셰프 같은 느낌을 주는 주인이 직접 만든 당근 케이크가 있다. 조금 거칠게 알갱이가 씹히는 식감이다. 이것도 내 취향이다. 창가에 젊어서 키키 키린인가 흑백 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이 카페가 맘에 들어서 아는 이들을 많이도 데려갔다. 카페 안에 깔끔한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우리 나이엔 큰 장점이다. 그저 질러가기 위해 빠르게 지나쳤던 상가촌 골목 끝에 키키 키린이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