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에서 과자를 굽던

어제오늘내일

by 모링가

나온 김에 운동한다고 크게 원을 그려 한 바퀴 걷곤 한다. 알고 보면 꽤나 비싼 현대 작품들이 놓여 있는 아라리오 광장을 지나 길을 건너 임종국 동상과 소녀상이 있는 공원 입구부터 줄지어 선 큰 나무들 사이를 상쾌하게 종단하여 큰길 끝에서 천변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천변길로 쭉 따라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서 상가촌 골목으로 접어든다. 두 가지 고민스런 선택지가 있다. 입구엔 키키 키린이 있고 골목 안쪽엔 어제오늘내일이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고민 없이 지은 듯도, 뭔가 사연이 있는 듯도 한 이름의 카페 안에선 친구 사이라는 두 여자가 늘 열심히 일하고 있다. 예쁜 과자를 만들고 굽고 포장하고 있다. 가게의 반은 주방이다. 달큰한 과자 굽는 내가 가게 안에 가득 차 있다. 몇 안 되는 자리에 손님은 나뿐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맛이 아주 훌륭하다. 덥고 지친 하루에 단비 같은 오렌지비앙코. 여기서 처음 먹어보고 홀딱 반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어느 카페보다 진하고 향기롭게 기억된다. 과자를 만드는 게 본업이라며 한 잔 손님에게도 인심이 좋다. 이름도 생소했던 다쿠아즈가 맛있어 선물용으로 여러 번 샀다.


2023.6월 어제오늘내일

문을 닫은 지 일 년쯤 되나 보다. 어느 날 가니까 안에 사람은 있는데 문이 잠겨 있길래 용기 내 두드려 봤다. 얼굴 익힌 주인이 나와 이제 카페 안 하고 쿠키만 만들어요 한다. 그러고 보니 유리에 붙은 커피라는 영어글자도 지워버렸네. 이젠 작업장이구나. 아고 섭섭해라. 생각하니 시원하고 달달한 오렌지비앙코가 몹시 당겼다. 몇 달 있다 지나는데 아예 문을 닫았고 그다음엔 요거트 카페로 변신하였다. 혹시 그 주인일까 싶어 한 번은 들어가 요거트로 식사를 했다.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그 여자들은 어디서 오늘을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