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을 향해 가는 집

바우토커피

by 모링가

나는 가끔 '환장하게 좋다'는 표현을 쓰는데 아마도 내 안에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순간일 거다. 골목이나 샛길을 만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리로 가본다. 혹 지나치면 들어가 볼 걸 미련이 남는다. 가령 신부동 터미널에서 복자여고 쪽으로 걸을 때 아무 의미 없이 들어가 보는 뒷골목이 있다. 거기 오래된 폐가가 있었다. 누가 갖다 버린 쓰레기나 제멋대로 자란 풀들에 덮여 볼썽사나운...

어느 날 보니 그 길에 카페가 생겼다. 여기가 혹시 거기? 폐가의 훌륭한 변신이다. 반가운 마음에 남의 집 구경하듯 들어가 보았다. 여긴 마루고 여긴 방이고 여긴 부엌이었음직한 공간들이 살아있다. 햇살이 비쳐드는 분합문 너머 마당이 있다. 줄기는 좀 빈약해 뵈지만 당당하게 가운데를 차지한 향나무 한 그루. 나무의 나이가 이 집의 나이일까. 멋진 다락까지 더해져 여기 살았을 어떤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구석자리로 갔다. 올려다보니 색다르다. 한옥카페 붐이 일면서 서까래를 노출시킨 천장을 만나는 일이야 흔해졌지만 서까래 위 기와 밑에 깔린 ‘산자’가 가지런히 드러난 모습이다. (조사 좀 했다.) 단정하게 쌓아 올린 회벽돌까지 일부러 남겨둔 그것들이 이 집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보여준다. 그 어떤 곳보다 개발에 친절한 도시 천안에서 이 집이 섬처럼 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겨울엔 조금 춥다. 집안에서 반팔로 지내는 겨울이 아닌 어릴 때 교실에서 느끼던 정도의 한기가 있다. 주인이 방으로 난로를 갖다 준다. 그런 배려를 받고 오른편으로 온기를 느끼며 친구와 수다를 떨었던 시간이 오래 남는다.

2022.4월 바우토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