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고 향기가 남아

어거스트센트

by 모링가

빈티지하고 적당히 어수선한 카페다. 여기는 세 번쯤 갔을까. 이제 친해지는 중이다. 별점이 꽤 높다. 사람들이 온다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힙하다는 의미일 거라 짐작해 본다. 사실 50대에겐 대강 ‘국민학교’ 시절을 상기시키는데 20대에겐 새롭고 낯설다는 게 재밌다.


구도심을 누비다 보면 여기 카페가 있었어 할 때가 있다. 겉모습을 거의 꾸미지 않고 이게 카페야 싶게 위장하고 있다. 그런 데는 대개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이 취향이니 늙은이는 안 오겠지 싶은 마음으로 숨은 걸까. 조심스레 곁에 앉아 본다.


어거스트 센트(August Scent)라면 8월의 향기? 그 이름에 걸맞은 곳에 있는 걸까 문득 생각해 본다. 왼쪽은 역전시장이고 오른쪽 뒤엔 섬처럼 남은 여인숙 촌이 있다. 천안역 앞 삼거리, 좌우로 통하는 도로는 그 옛날 기차가 다니면서 생긴 신작로고 앞으로는 살짝 오르막이다. 역과 터미널, 은행과 관청이 모여 있던, 길 이쪽저쪽에 시장이 펼쳐지고 유흥과 문화가 함께 존재하던 곳이다. 젊은이들이 모여 놀던 사랑과 낭만, 일탈과 실수의 장소. 근대 도시가 된 천안의 도심이었으나 이제 중심은 몇 차례나 옮겨갔으니 여기는 구도심(원도심이라면 덜 쓸쓸할까)이다.


여름이 끝나도 향기는 남는다. 녹음이 그립대도 지난 여름의 열기와 폭풍 속으로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 이미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는 차분한 자리에서 그저 잔향을 즐긴다. 8월을 살고 있는 이들과 8월을 통과한 사람이 다 이곳의 손님이다. 이 카페는 그래서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2026.1월 어거스트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