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데이오프
올겨울은 거의 나다니지 않고 집에서 지냈다. '벌이가 없으면 쓰지도 말자'를 실천하기엔 아주 마침맞게 추웠다. 그 와중에 나가서 영화를 여섯 편이나 보는 사치를 누렸는데 천안에도 하나 있는 독립영화관 덕분이다. 한편에 4천 원씩 쿠폰 찍기 행사를 하고 있다. 장롱회원을 봉인해제하여 자주 나들이하였다. 점심 먹고 한 시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라 첫 영화 두 번째 영화 모두 눈을 부릅뜨다가 기어이 조금씩 졸았다. 안 되겠어서 그 담엔 커피부터 찾았다.
영화관과 농고(제일고)가 자리한 육거리에서 성당 앞을 지나 무수한 구제샵 거리로 변한 명동길을 통과하여 작은 길로 접어든다. 구도심엔 큰 재빼기(재의 맨 꼭대기)길이라든가 작은 재빼기길이라든가 하는 옛 이름들이 되살아나 있는데 질러가는 길 이름은 옛군청길이다. 이면도로요 차를 끌고 나오는 이들의 배후주차장 노릇을 할 뿐인 이 길은 이래 봬도 천안에서 가장 오래된 길 중 하나이다. 길 끝이 바로 관아 앞이고 읍성 안이다.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군청이 들어서고 바로 앞엔 대부분 일본인 자녀들이 다녔을 학교가 자리 잡았다. 이 일대는 지금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학교마저 몇 년 예정으로 문을 닫았다. 다만 근처에 모든 것을 지켜봤을 느티나무가 있다.
이런 역사적인 길가에 -아는 사람만 아는- 카페 하나가 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세련되지도 않다. 한낮엔 찾는 이도 거의 없는 길을 도심 속 고요함을 즐기며 걷던 나는, 걷다가 더울 땐 더위를 피하느라 추울 땐 추위를 피하느라 여러 번 들어오게 되었다. 길 건너에 자기만의 역사를 간직한 채 문을 굳게 닫고 철거를 기다리는 집 한 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