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남산
어디에나 남산이 있다. 어려선 소풍을 갔고 연애할 때 한 번쯤 손잡고 천천히 올랐던, 지금은 케데헌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서울 남산 말고도 전국 각지에 남산이 있다. 도심에서 남쪽 자리를 차지하면 남산이 되는데 대개 도시를 지키는 신성한 책임을 맡았다. 천안에도 남산이 있다.
높이가 51미터에 불과해 (애계~~~) 겨우 언덕 같지만 거기 백 년 전까진 사직단이 있었고 그 뒤엔 신사가 세워졌다. 세월이 흐르며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그래도 옛 군청자리에서 중앙시장을 지나 남산까지 신사참배를 위한 직선길이 그대로고 최근 리모델링으로 원형은 흐려졌지만 신사를 오르던 계단도 그 자리다. 신사 입구를 지키던 석상인 코마이누 한 쌍까지 계단 위에 남아 있다. 새 시대를 어색하게 덮어쓴 정상에서 굴종과 협력의 역사를 잠시 생각하다가 반대편 흙길로 내려가 천변까지 걸어본다.
천안에 내려온 지 25년이 되자 드.디.어 약간의 애향심 같은 것이 생겨나서 볼 것 없고 갈 데 없다는 천안 토박이들에 반기를 들며 내 나름의 걷기 코스를 만들어 보았다. 진짜 남산에서 큰길을 건너면 유량동이랑 광덕 쪽에서 내려온 작은 합수머리에 카페 남산이 있다. 여기는 문이 압권인데 역시 이방인인 주인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자개장을 떡 하니 카페 문으로 만들어버렸다. 바깥 비바람에 행여 상할까 봐 발품 팔아 특수코팅을 했다는 뒷얘기가 인상 깊다. 카페 안을 가득 채운 책과 맛있는 커피를 내주는 찻잔은 모두 주인이 하나씩 모으고 아껴온 것이란다. 뒷마당에 와 깃들인 고양이들을 가끔 내다보며 옛이야기를 나눔직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