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취미를 기억해

사사로이

by 모링가

천안도 청계천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정비하여 천변을 따라 여러 동네를 넘나들 수 있다. 이쪽으로 가면 유량동으로 접어들어 태조산 아래까지 제법 시골길 같은 풍경 속을 걸어볼 수 있고 저쪽으로 가면 7,80년대 스타일의 집들이 즐비한 원성동과 구성동 골목을 산책할 수 있다. 곧 봄이니 개천이 녹아 그릉그릉 소리 내 흐르고 그 위로 따스한 볕이 내려와 윤슬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걸을 수도 있다. 마음도 괜히 따라 살랑거린다.


원성천변에 세 번이나 이름을 바꾼 카페자리가 있다. 동양취미였다가 나비의 정원이 되었다가 지금은 사사로이다. 동양취미라.. 이름이 일본스럽군 하며 들어가 보았다. 유명한 우키요에 엽서 몇 장과 약과 디저트, 쌍화라테 같은 메뉴로 대강 분위기를 냈다. 뭣보다 동양취미의 시그니처는 카운터 뒤 꽤 화려한 자개판(이 또한 어떤 문짝)이었다. 간판을 바꾸면서 함께 내렸다. 잘린 자리가 아픈 환상통처럼 사라진 자개판이 그립다. 하필이면 벚꽃 필 때 창밖에 분홍이 넘실대던 그날의 분위기 때문일까. 묵은 걸 잘 못 버리는 나는 사사로이에 앉아 동양취미를 생각한다.

2022.4월 동양취미
2025.7월 사사로이

봄이 오고 일이 다시 시작되면 난 사사로이에 자주 들를 생각이다. 맛있는 소금빵과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아주 예쁜 음료가 있다. 벚꽃계절까지 덧입혀지면 아마도 사사로이를 똑같이 애정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