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새
구도심에서 작지만 소중한 마지막 한 곳을 고르라면 이곳을 꼽겠다.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악어새. 독립책방이 카페의 정체성을 함께 끌어안는 일은, 책만 팔아 생존이 어려운 생태계에서 흔한 선택이 되었다. 심지어 책과 함께 맥주를 팔고, 대신 활발하게 소통과 강연의 장을 만드는 책방도 가본 적이 있다. 독립이란 말이 조금은 비장하게 들려 그 꿈에 살짝 힘을 보태고 싶어진다.
악어새는 완벽하게 모퉁이에 있다. 실제 위치이기도 하고 오늘날 작은 책방들의 처지이기도 하다. 커피와 함께 공생하는 악어새에 앉아 책을 읽다가 창밖을 본다. 길 건너는 오랫동안 시청이 있던 곳이다. 근대건축유산이 드문 천안에서 나름 보존논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 지금은 다 헐리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깨끗하고 멀끔하지만 내겐 그닥 매력 없는 구도심의 미래가 코앞까지 닥쳐와 있다. 나는 왜 자꾸 안타까울까?
악어새의 주인은 시인이다. 처음엔 시집과 그림책을 조금 갖춰놓았을 뿐이고 여는 시간도 짧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들러보니 손님들로 북적였고 책이 늘어난 책장 앞에 경쾌한 노란 소파가 등장하였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핫핑크 표지의 시집 한 권을 더했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는 이가 있는 한 구도심의 현재는 진행 중이다. 점점이 박힌 카페들로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