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3부 –22

열하나. 영혼을 가두는 향로 - 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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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아아아아악-


기괴한 새의 울음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며 귀를 찢는 듯이 높은 고음을 냈다.


귀를 막으며 앞을 바라보던 스님탈에게 정면의 연기 속에서 바람소리를 내며 거대한 새가 날아들었다.


“우웁!”


거대한 날갯짓에 뒤로 몸이 날리는 듯 스님탈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랜만이군. 스님.”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거대한 새가 날아간 자리에서 날카로운 발톱에 붙잡힐뻔한 스님을 뒤로 끌어낸 회장이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각시탈과 할미탈은...?”


“지금 그들을 챙길 정신이 있나? 긴장해라. 저건 봉황(鳳凰)이다.”


회장이 부채를 들고 경계태세를 지으며 저 멀리 안개와 같은 연기 속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새를 경계했다.


“뭐, 보, 봉황(鳳凰)?”


스님탈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앞을 경계하려는 순간, 양반과 스님이 서 있는 지반이 꿈틀거리는 듯 두 사람이 휘청하며 넘어질 뻔하며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바닥이...”


“설상가상이로군. 아래에 움직이는 것은 용(龍)이다.”


“뭐라?”


스님탈이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려고 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둥벼락 번개가 한꺼번에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그들이 있는 공간이 지하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했다.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된 거야?”


안 교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듯 물었다.


“감(坎; ☵) 괘에 갇혔어요.”


그녀를 가운데 두고 한쪽을 지키고 선 우람이가 등을 돌리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다른 반대쪽에는 백정 회광이 경계의 시선으로 먼 곳을 응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각시탈은? 왜 우리 물아일체가 풀려버린 거지?”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넋 놓고 있다가는 각시탈이 끌려간 쪽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지도 몰라요. 가까스로 아줌마 한 명 잡고 버티는 게 회광과 저의 한계였어요.”


“그게 무슨.... 아니다. 잠깐...”


안 교수가 일어나 우람이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우람이의 생각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쏟아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할미탈도 다른 팔괘 공간에 따로 갇힌 거고, 각시탈과 할미탈은 또 다른 알지 못하는 공간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거지?”


“도사 선생님한테 들은 대로네요. 아줌마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억을 뽑아내듯 읽어낸다고 하더니 몸만 닿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럼 어떻게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거지?”


“나가기 전에 살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저쪽에서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나 봐요.”


우람이가 긴장된 목소리로 앞을 응시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긴 정북쪽 물의 공간이라고...?”


“일일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서 편하긴 하네요. 온다.”


처음엔 물에서 참방 거리는 가벼운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버벅거리는 듯한 소리로 바뀌는 듯하더니 거대한 비늘을 잠시 보이며 물결이 파도를 만들며 셋이 서 있는 공간으로 해일처럼 일어나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이렇게 어마어마한 상대라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구만. 회광 준비하자. 간닷!”




한편, 소녀는 따뜻한 기운에 가만히 눈을 떴다. 늘 잡아끌던 어둠의 눅눅함이 아니었다. 눈을 가만히 뜨자 자신을 주변으로 물이 원 모양으로 흐르듯 불길이 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눈앞에서 증기가 되는 듯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만큼 밖에서 몰아치는 불길은 뜨겁고 강한 기운이었다.


“좀 괜찮니? 지금 일어났는데 이런 얘기해서 뭐한데...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대로 저 불에 구워질 것 같은데 어쩌지?”


고운이가 합장을 한 상태로 불의 기운을 억누르며 겨우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단발 바가지 머리의 말없는 소녀는 고운이의 옆쪽에서 함께 불의 기운을 막고 있는 부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여기에 오래된 굶주린 영혼들이 우리는 먹겠다고 왔어.”


“뭐?”


고운이가 놀란 눈으로 흘깃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눈동자 전체가 흰자위가 된 상태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곳은 팔괘의 불의 공간, 리(離; ☲). 이곳에서 일어나는 불은 단순한 불이 아니라 영혼을 태우고 영혼을 부를 수 없게 모두 막는 공간이다. 할망을 그 놈들이 나와 소리가 닿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갔어. 부적도 쓸 수 없게끔 불의 공간으로 넣은 거야. 언니도 물의 기운을 다룰 수 있을 뿐, 불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을 상대가 알고서 우리에게 상극이 될만한 곳으로 집어넣었어. 본래의 팔괘는 아니지만, 이건 일본에서 잡술로 변질된 음양술이 섞인 팔괘진. 오래된 영물을 에너지로 돌리고 있어.”


“나도 대강 설명은 듣고 왔는데, 너도 아직 모르는 게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부네와 한번 눈을 맞춘 고운이가 호흡을 길게 들이마시며 합장했던 손바닥을 펼치며 유연하게 범위를 좁혀오던 불길 덩어리들을 품 안으로 들이듯 춤사위처럼 큰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서 나온 물길은 점점 커다란 물길이 되어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커져갔다. 그리고 이내 불길과 한데 뒤섞이며 아름다운 노란 불에서 오렌지의 꼬리를 만드는 듯하더니 가운데 있던 소녀를 안고 살짝 공중으로 올라간 부네를 중심으로 커다란 물의 구슬 같은 것을 만들며 공중에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불길을 걷어냈다.


물과 불이 뒤엉키듯 만든 구의 모양은 가운데 물결 같은 선을 그려내며 태극 문양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제 물만 다루는 단계가 아니거든.”


깜짝 놀란 듯한 눈을 껌뻑이며 고운이를 보는 소녀의 눈동자가 다시 검은색이 중앙으로 돌아오며 정신이 차린 듯했다. 하지만 다시 순간 소녀의 눈동자가 흰색으로 뒤집히며 외쳤다.


“그것들이 온다.”


불길로 만들어진 것 같은 덩어리들이 태극의 구를 향해 사방에서 하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정확하게 어떤 형상인지를 드러내지 않고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듯 사나운 짐승의 으르렁 소리 같은 것을 내며 천천히 그녀들을 둘러싸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절대 근처에 아무도 접근하게 해서는 안된다.”


마츠모토는 5분 전에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고서는 멀찍이서 이중 삼중의 결계를 펼치고 팔괘가 그러진 중앙에 들어앉아 어둠 속에서 그 물건과 일체가 된 듯한 망토의 사내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도저히 다가갈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처음 그 물건을 보았을 때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물건은 완전히 처음의 그 향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망토의 사내가 앉아 있는 팔괘의 중심에서 각 괘로 괴상하게 생긴 존재들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까 잠시였지만 분명히 뚜껑을 열리는 듯한 순간,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각시탈과 할미탈의 존재가 흡수되어 버리는 광경을 자신이 보지 못했다면 누군가에게 나중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흐흐흐흐흐”


미친 사람처럼 망토의 남자는 앞에 있는 황금빛이 나는 물체에서 기운을 뽑아내는 지휘자처럼 각 팔괘의 진쪽으로 이러저러한 존재를 보내고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이 난 듯 키득거리기까지 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렇게 움직이는 사이 그의 망토 속 얼굴이 향로의 황금빛에 언뜻 비췄다.


“이그!”


마치 썩어서 흘러내려간 듯한 반은 썩어 해골이 드러난 시체의 얼굴 같은 모습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놀란 마츠모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저런 요물을 부릴 거라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었잖아.’


마츠모토는 털컥 겁이 났다.


사람도 요괴도 아닌 듯한 망토 속의 사내가 부리고 있는 팔괘의 가운데에 놓은 물건은 자신이 브로커를 통해 복광의 힘을 총동원하여 빼돌린 바로 그 보물, 백제 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였다. 단순한 향로라고만 생각했지, 그가 왜 한국에 오기 전부터 그 진품을 어떤 식으로든 확보하라고 난리를 쳤는지, 그리고 브로커들이 어떻게 절대 반입되지 않는 그 물건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저 물건이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승환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뭔가 계산을 맞추고 있었다. 선비가 앞에서 계속 움직이듯 쌓여만가는 첩첩산중을 보며 승환에게 말했다.


“간(艮;☶) 괘의 공간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산 밑으로 깔려 이 공간에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데...”


“일단 분신들을 풀어서 찾도록 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 허술한 변용 팔괘진의 약점을 찾아낼 테니까...”


마치 신이 산을 블록처럼 만들어내듯 그들의 공간에


“이대로라면 바위로 계란 치기 밖에 안될 텐데... 차라리 우리라도 밖으로 나가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선비에게 단순한 환술이 아닌 분신술을 부릴 수 있는 것은 다 연유가 있는 법. 나 그렇게 쉽게 죽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아. 분신에 최대한 집중해서 방상씨와 세찬이를 데리고 와. 그 둘이 아니고서는 그 물건을 다시 잠재우기 힘들 거야. 그때까지 어떻게든 안에서 이 사이비 진법을 깨뜨릴 방법을 찾고 있을 테니까 밖에 있는 분신에 집중하도록 해. 나까지 분신술을 쓰는 건 기운이 분산되어 될 일도 안될 거야.”


승환이 다시 움직이는 거대한 산들의 사이로 몸을 날려 위에서 옆에서 내리누르는 산들을 피하는 것을 보며 선비탈은 몸이 사라져 가며 바깥 공간에 있는 분신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양반은 어디 보내고 너 혼자서 아무리 영생을 사는 존재라고 하지만 이런 곳에 계속 갇힌 채 버틸 수는 없다. 어쩔 셈이냐? ”


“진(震; ☳)에서 버틸 수 있는 건 그나마 너와 나정도밖에 안될 거다. 양반은 앞서 향로로 빨려 들어가는 각시와 할미의 영혼이 분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보호해주느라 손(巽; ☴) 괘로 내쳐졌다. 향로가 본래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사실에 이미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게다.”


하늘의 양쪽에서 천둥번개를 내려치며 봉황과 용이 날카로운 손톱을 들고 달려드는 상황에 살짝 숨이 찬 듯 곤란한 표정의 스님과 회장이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러고 있으니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르는구나. 근 백여 년 만의 재회 이건만 너무 극적이로구나. 하필이면 백제왕을 지키는 봉황과 용이라니... 우훕!”


다시 날아드는 봉황의 날카로운 공격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던 용이 몸을 틀며 스님탈을 퉁겨내듯 멀리 날렸다.


아무런 말없이 지키라고 하여 온 부하들을 데리고 별관이라고 집의 뒤쪽으로 비밀공간처럼 마치 창고 공간만큼으로 만들어진 별실을 지키던 정웅은 자신들이 지키고 이는 공간에서 뭔가 기분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자정을 훨씬 지나 어둠의 정점으로 가는 새벽. 정웅이 지키고 있는 공간을 노려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팀장님. 팀장님. 우욱! 지이이익---”


쿵-


정문 쪽에서 굉음에 가까운 묵직한 소리가 나면서 터벅거리며 정원 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묵직한 타격음은 레시버를 타고서도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정웅에게 울렸다. 총기가 허가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저 정도의 타격음을 울리며 노련한 팀원을 쓰러뜨리고 정면으로 다가올 정도의 상대라면 그것은 무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대는 물리력을 사용하는 또 다른 용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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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백제 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백제의 향로.


국보 제287호. 이 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의 백제시대 고분군(古墳群)과 사비성(泗泌城)의 나성(羅城) 터 중간에 위치한 백제유적 발굴 현장에서 백제시대의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출토되었다.


동체(胴體)를 연꽃 봉오리로, 뚜껑은 산 모양으로 만들어 많은 물상(物象)을 등장시켰고 정상에 봉황을, 아래에는 용을 배치하였다. 이로 보아 이 향로는 불로 장생하는 신선(神仙)이 용과 봉황과 같은 상상의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해중(海中)의 박산(博山) 즉 신선세계(神仙世界)이자 별천지(別天地)·이상향(理想鄕)을 닮게 만들었다는 전형적인 박산향로(博山香爐) 임을 알 수 있다.

이 향로의 뚜껑에 박산은 5단(段)으로 되어 있다. 그 각단은 5 봉우리로 구성되어 결과 큰 산은 25개이다. 이 큰 산의 각단은 엇갈리게 배치되었고 또 큰 산과 연결되는 49봉우리도 있어 결과 산은 매우 중첩된 양상이 되었다.


이 산에는 최정상의 봉황을 비롯한 37마리의 상상의 동물과 악사(樂士) 5인을 비롯한 17인의 신선이 있다. 또 나무 6그루, 향연구멍(香煙穴) 12개, 산 중턱을 가르며 난 산길, 산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입체적으로 돌출되어 낙하하고 있는 폭포 그리고 낚시터가 된 호수(湖水)도 있다.


이 향로 노신(爐身)을 감싸 장식한 연꽃도 뚜껑인 산의 5단과 일치시키려고 5단 연판(蓮瓣)으로 나타냈다. 이 연판에 2인의 신선과 25마리의 상상의 동물을 나타냈다. 이 동물들은 이곳이 물 속과 물가 부위임에서인지 주로 물가에 사는 동물 또는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水中) 동물로 구성되어 있다.


유려한 동작을 보여주는 이 향로의 용은 대좌의 역할을 한다. 가느다란 머리 위로 넓고 무거운 향로의 동체(胴體)를 짊어지고 있다. 용의 몸통, 꼬리, 수염, 머리카락 등은 연꽃이나 연꽃과 관련된 당초문으로 나타냈다. 몸통은 착지면으로 갈수록 그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몸통 맨 바깥쪽에는 이 향로가 해중 신산이고 용은 해중(海中) 동물임을 알리려는 듯 바다의 파도(波濤)도 나타냈다.


이 향로 정상에 있는 새는 맨 아래에 위치한 용(龍)과 대비되어 나타내진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수인 봉황이다. 봉황은 박산(博山)에서 양(陽)을 대표하는 신수로서 그리고 음(陰)을 대표로 하는 맨 아래에 배치된 용과 대칭되어 맨 정상에 안치되었다. 봉황은 막 비상하려는 듯 날개와 꼬리를 거의 50도(度) 가량으로 펼치고 있다. 봉황의 부리 밑에는 용을 비롯한 신수(神獸)의 입 언저리에 배치되던 여의주가 있다. 봉황은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을 춘다고 하며 노래는 묘음(妙音) 또는 오음(五音)이라고 하는 것에서 보듯 예로부터 음악과 관련된 동물이다. 이 향로에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가 동반된 것, 다섯 원앙(鴛鴦)이 봉황을 응시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연화 화생이란 연꽃에 의하여 만물(萬物)이 신비롭게 탄생되는 생명관을 말한다. 이 향로는 신산(神山)인 박산을 표현한 것이지만 향로에 표현된 용·봉황·연꽃·산 그리고 수많은 물상(物像) 모두가 이 연화 화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연화 화생의 중심을 이루는 연꽃은 이 향로의 경우 동체(胴體)인 연꽃 봉오리이다. 그런데 연꽃은 물속에 뿌리를 박고 물 위로 꽃을 피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향로에서의 연꽃은 용을 통하여 물속과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이 향로의 연꽃은 용의 입과 연결되고 있다. 이 연화는 단순히 용의 입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바로 동아시아의 신수(神獸)인 용의 입에서 피어나는 기(氣)이다. 결국 용과 연꽃이 상호 동격인 것이다. 용의 입에서 화생된 이 향로의 연꽃은 노신(爐身)에서 보듯 만개한 연꽃이다. 그런데 이 만개한 연꽃은 뚜껑 부위에서는 산(山)으로 화생(化生)하고 있다. 이 산은 신선세계의 중심인 산(山), 박산(博山)이다. 결국 박산이 연꽃에 의하여 화생된 것이다.


신선사상에는 음양오행설도 포함되고 있다. 이 향로에서 음양관은 맨 정상에 봉황을 배치하여 양을 상징하고, 맨 아래에 용을 배치하여 수중세계이자 음을 상징한 것으로 표현하였다. 오행관은 뚜껑의 산이 5방위로 또 5단으로 솟았으며 또 각 단은 5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5곳의 박산문(博山文)을 남긴 것, 원앙 5마리, 악사(樂士) 5인, 5개의 구멍을 2겹으로 뚫은 향연구멍(香煙穴) 등으로 반영되었다.


신선세계 또는 신선세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도교(道敎)에서는 의례히 향을 피우며 음악이나 춤이 동반함을 본다. 이 향로의 악사도 같은 차원에서, 즉 신선세계의 음악의 연주자로서 등장한 것이라고 본다. 또 악사는 예로부터 음악을 동반하며 나타내던 봉황 즉 이 향로 정상의 새와 관련된다. 즉 봉황이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을 추자 이에 동반하여 악사가 선계(仙界)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악기를 정면에서 왼쪽으로 살펴보면 커다란 둥근 몸체에 기둥이 꽂혀 있는 현악기는 우리나라의 ‘월금(月琴)’이나 중국의 ‘완함(阮咸)’과 흡사하다. 세로로 불고 있는 관악기는 ‘종적(縱笛)’이다. 가늘고 길이가 다른 관(管)을 여러 개 묶은 관악기는 ‘배소(排簫)’이다. 배가 불룩하고 양쪽이 좁아지는 몸통 위에 두 손을 얹고 있는 현악기는 ‘琴(금)’으로 보인다. 한 손으로 윗판을 들고 있는 타악기는 ‘동발(銅鉢)’로 보인다.


동체를 연꽃 봉오리형으로 뚜껑을 산 모양(山形)으로 만든, 그리고 유달리 봉황(鳳凰)과 용(龍)을 돋보이게 배치한 이 박산향로를 일명 용봉봉래산향로(龍鳳蓬萊山香爐)라고도 부르고 있다. 여기서 종래 흔히 불리던 박산이라는 명칭보다 봉래산(蓬萊山)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향로의 박산이 일찍부터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 쪽에 있다는 상상의 신산(神山)인 삼신산(三神山)을 가리키고, 또 그 삼신산 가운데서도 봉래산을 가장 많이 언급함에서이다. 결과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이상향으로 알려진 봉래산이란 이름을 이 향로에 부여한 것이다.


이 향로는 같은 박산을 표현한 6세기 전반(前半)에 제작된 백제 무령왕릉 출토 동탁은잔이나 7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는 부여 외리 출토 백제문양전과 비교하여 볼 때 더욱 다양하면서도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이다. 따라서 이들보다 이 향로는 약간 시대가 내려가는 7세기 전반(前半)에 제작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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