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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30. 2021

브런치 100번째발행 글해프닝

하루에 브런치 조회수가 2000번이 넘는 사건이 벌어지다.

이틀 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한 달 기념이 되었다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어제 100번째 발행 글을 올리게 되었다.

물론 100번째 발행 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많지도 않은 내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 2편 이상의 글을 주말을 제외한

매일 정기적으로 올리는 입장에서 그걸 카운팅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달 만에 100번째 발행 글이니 바지런하게 올리긴 했던가보다.

100번째 발행 글에 브런치에서 '선물'을 주었다.

갑자기 핸드폰 알림에

100번째 글이 발행된 지 1시간이 채 안되어 1000명의 조회수를 돌파했다고 뜨는 것이 아닌가?

한 달이 넘어도 구독자 8명도 안 되는 나만의 비밀공간이 틀켰나?

이게 무슨 일이지?

늘 꾸준히 내 글을 라이킷 하던 젊은 아이 엄마의 글에서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포털에 노출이 되었구나.'

살짝 조사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말 '건축'관련에 한 시간 전에 쓴 글이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

'별장, 갖고 싶으신가요?'라는 글이 브런치 나우의 '건축, 설계'분야에 노출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라이킷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구독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유모를 떡상처럼, 조회수만 급속도로 2천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구독자? 조회수?

하이텔에 글을 올리던 소싯적에, 하루에 천명 이상을 최단시간 안에 돌파하는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참고로 나는 내기에서 져본 적이 없다.

글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

말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잠시 잠깐 그들의 주목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그들의 마음이 남아,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많지도 않지만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른 사람들의 공간에 찾아가

가만히 그 글을 읽어본다.


현직 드라마 PD

전직 신문기자

엄마를 여의고 휴직하고 있는 경찰공무원

연하의 남편과 꽁냥 거리며 사는 아이 엄마

저 멀리 캐나다에 이민 가서 한국에 돌아올 날을 꼽고 있는 아저씨

더 멀리 호주의 주상복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


구독은 하지 않지만 꾸준히, 부러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는 적지 않은 그들의 삶을 

가만히, 아주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들에게,

고단하고 위로가 필요한 그들에게

내 글이

아주 잠시라도 삶의 위안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고 조용히

혼자서 되뇌어본다.


자신이 다녀온,

심지어 다녀오지도 않은 맛집의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멋진 명품을 사진 찍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철없는 SNS질에 비해


얼굴도 모르는 이의 글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내 글을 통해

조용히 자신을 관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회수? 구독자수?

그런 것이 무에 의미가 있겠는가?

정작 어제 내가 받은 선물은,

어제 하루 뜬금없이

2000명이 호기심에 누른 조회수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해 준

계기야말로 브런치가 내게 어제

발행 100 호글 기념으로

준 선물이라 생각되었다.


내게도,

당신에게도,

이 공간이

그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곳이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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