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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29. 2021

별장, 갖고 싶으신가요?

소시민들에게 부담스럽지만 버킷리스트에 넣고 싶은 그것.

2014년 봄의 일이었다.

별장을 구매했다.


별장을 갖고 있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부러, 펜션이나 호텔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데,

서울에 살면서 별장(a.k.a. 세컨드 하우스)을 가지고 있으면 시골에 연고가 없는 서울 토박이 부부에게 있어 괜찮은 휴식처가 되겠지 싶었다.


뉴욕에서 맨해튼에 일을 다니며, 주말에 교외의 별장을 가던 사업가 친구가 부러웠고, 여름휴가를 가족들과 함께 한적한 교외의 시골 별장에서

보내던 러시아 교수의 생활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하고, 서울에서 너무 멀지는 않지만 제법 떨어진 그리고 다양한 레포츠나 액티비티 등도 가능한 곳을 찾았다.

한창 여름에 동강 래프팅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방송에서 떠들던 차였다.


그러던 중 엄청난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지 100평,

건평이 무려 125평.

3층짜리 건물인데, 한 층이 45평이라고 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45평 아파트가 3 채인 규모였다.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달려갔다.

실제로 확인한 물건은, 정말 물건이었다.

벤처 열풍이 불던 당시, 회사의 회장 사택을 짓는다고 지은 건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바닥은 모두 고급 대리석으로 깔았고,

시냇가와 돌 절벽이 보이는 방향은 아예 커튼월(a.k.a. 통유리)로 되어 있는 보기 드문 고급주택이었다.

게다가 건물이 들어선 옆으로 시냇가가 바로 있어, 1층 문을 열면 나갈 수 있게 되어 있고, 텃밭까지 세팅이 되어 고구마와 옥수수가 심어져 있기까지 했다.

거대한 거실과 욕실, 드레스룸과 욕실이 별도로 딸린 방 포함 2개의 큰 방까지, 친구나 형제들이 오더라도 가족별로 한 층씩 써도 남을 정도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온갖 고급 재료로 지어, 심지어 운동장 같은 사이즈의 거실 욕실엔 월풀욕조까지 시전 되어 있었다.

가격까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한 가지 숙제거리라면,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되어 집이 상한 부분들이 있으니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다였다.

사람이 살던 집에 이사를 가도 리모델링을 하는데,

이 정도 규모의 별장을 구매하면서 리모델링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날 구매했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천천히 리모델링을 해야지 하면서, 건축가나 전문가들에게 견적을 받고 하던 중에 용인에 정말 괜찮은 전원주택이 또 나왔다는 소식이 온 것이었다.

그 전원주택의 최대 장점은, 강남까지 거리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별장보다 진정한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이 가능한 규모와 시설과 거리였다.

심각하게 고민에 돌입했다.

그리고, 결정하고 구매했다.


정작, 다음 문제는 제천의 별장이 되었다.

그렇게 정작 강남에서 지척에 있는 전원주택을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다 보니, 제천 별장의 리모델링이 지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제천의 별장은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6년을 보내야만 했다.


직업적 특성상 해외에 자주 나가다 보니

까맣게 있고 있던 제천 별장이

코로나 정국으로 한국에 묶여 있으면서

망각의 저변에서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좋은 조건의 별장을,

집장사나 업자들에게 넘기라는 유혹이 있었음에도

넘기지 않고 6년 넘게 보유했던 것은, 언젠가 우리가 예쁘게 고칠 것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이유였다.


하반기 해외로 다시 나갈 예정이 잡히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라고 정부에서 세금으로 압박하는 건, 압박 축에도 들지 않았다. 그저 제천 별장에게 미안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여, 실제 우리처럼 실사용을 전제로 예쁘게 고쳐

사용할 임자를 찾아주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최근 전원주택이나 별장 관련 인터넷 카페가 성행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곳에 올리기로 했다.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빨리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근거모를(?)

조급함도 있었다.


글을 올리자마자, 핸드폰에 불이 났다.

이틀 만에 4천 명이 넘는 이들이 조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빨리 정리한다는 조급함에, 건물 감정가에 비해 지나치다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초저가에 올린 탓이 큰 듯했다.

대부분의 문의 내용이, "왜 이 정도 물건을 그렇게 헐값에 파시는가요?"였으니 말이다.


처음엔 이것저것 설명해주려고 상냥히 받았으나,

전화가 수십 통이 넘으면서 힘에 부쳤다.

4억에 팔아줄 테니 5천을 주겠냐는 업자부터

지금 500만 부칠 테니 바로 글을 내려달라는 아저씨, 지금 계약금 가지고 갈 테니 글을 내려달라는 아줌마까지.


그 수많은 전화 끝에

촌스러운 사투리와 순박한 말투의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시간이 지나서 혹시 판매 완료되었느냐고

자기가 꼬옥 갖고 싶은데

자기에게 넘겨주면 안 되겠냐고.

지금 월세를 사는데

어린 아내에게 번듯한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고.


늘 알면서도 넘어가지만

순박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이에게

나는 참 약하다.


알겠다고 하고는 기다리기로 했다.

글을 내려주었다.(사실 전화를 더 받기 싫은 맘도 컸다.)

밤늦은 시간이니 자기가 현금으로 다음날 아침에

강남으로 오겠다고 하여 알겠다고 그러라고 했다.


그가 새벽에 술에 취했다며 보낸 메시지에는,

아내가 그렇게 큰 집은 필요 없으니, 무리하지 말고 영업용 차나 개비하라고 했다고 죄송하다라고 쓰여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오면서 잠을 설쳤다.

결혼 전, 내 명의의 집을 처음 구매했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후 많은 집을 사고팔았지만,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 재산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는,  가치관에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그간 집을 사고팔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교훈,

집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사람이랑은 연결될 것이 아니어서 그랬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접기로 했다.


제천 별장에게도 조금 미안한 맘이 더해졌다.

사실 그렇게 땅값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에 내놓은 것이, 얼른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행여 자신의 값어치가 이렇게 낮은 것이냐고 서운해하진 않을까 싶어서 미안함 맘이 들었다.


내가 예쁘게 단장하고 꾸며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정말로 꼬옥 필요해서

예쁘고 멋지게 단장해줄 임자를 만나게 해 줄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글을 올린다.


아, 쓸데없는 전화가 많이 와서

진 빠지는 일이 길어지지 않길...

그 아이의 가치를 아는

별장이 꼬옥 갖고 싶은 사람이

예쁘고 멋지게 단장한 모습을

언젠가 제천을 지나며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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