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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8. 2021

21개월만의 출국

코로나 교차 백신 접종 완료!

5월에 AZ를 접종하고, 교차접종을 한다는 메시지가 외교부에서 왔다.

본래대로라면 8월 중순에 맞아야 하는 AZ임에도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하니, 편하실 때 와서 맞으라는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받은 지 2주가 지나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정말 문득 '그냥 빨리 맞고 와야겠다.'싶어, 종로로 나섰다.

의료인 신분으로 맞는 것이라면 강남에서 맞아도 되는 것을, 외교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외교부가 있는 종로로 가서 맞아야만 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강남에서 강북까지의 운전은 지루하게 막혔다.

종로의 접종센터에 들어서기도 전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가 줄지어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1차를 맞으러 온 50대와 수능 접종을 위해 온 어린 학생들까지 정말 폭염에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는 접종센터였다.

1차를 맞을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붐비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했다.

주사를 놓기 위해 파란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서류를 보며 물었다.

"출국 예정이 잡히신 분이신가 봐요?"

"아 네, 고생이 많네요."

"아닙니다~"

밝게 웃는 그녀는 '조금 따끔합니다.'라고 했는데, 바늘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도 없이 그저 훅 끝나버렸다.

"이제 인젝션의 달인이 되었나 봐요."

"워낙 매일 주삿바늘만 꽂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더위에 너무 지지치 말고 수고해요."

그렇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다.

9월 초 출국이니 사실 원래 AZ의 2차 접종 시기에 맞춰 천천히 맞아도 되긴 했지만, 굳이 출국 직전에 맘 급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교차 접종의 의미를 갖고 11주 차 직전에 맞았다.

 

2019년 크리스마스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코로나 창궐을 맞았으니 9월에 나가게 되면 무려 21개월 만의 출국이다.


코로나 정국에 해외에 나가지 못해 좀이 쑤셔 안절부절못하는 같은 침대를 쓰시는 분과는 달리,

나는 굳이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설렘이 든다거나

또 새로운 나라를 가게 되는구나 하는 두근거림같 것은 딱히 없다.

늘 있는 일이고 그렇게 그곳의 공항에 착륙할 즈음엔 그 나라의 언어로 스위치를 바꾸고 늘 있던 이웃처럼 그들과 함께 그냥 살아갈 뿐이다.


가족과 잠시 떨어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가족 상봉을 빌미로 여행을 오게 될 테니

또 새로운 가이드를 준비하게 될 것이고

브런치에는 매일 연재하는 2개의 매거진 외에

해외 리포트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한 달 뒤, 폭염이 끝날 즈음

떠나려면, 또 착실하게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겨울이 긴 동토이니

더 단단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동토를 생각하며 이 폭염을

잠시 잊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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