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씨의 탈> 4부 – 4

두울. 새로운 가족의 탄생 - 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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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녀의 입에 시선이 모아져 있는데,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선뜻 대지 못했다.


“제 이름은.... 그러니까...”


“아! 답답하잖냐!”


할아범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갑자기 남자가 손을 뻗어 한 손가락을 내밀었다. 여자가 인상을 쓰다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몸을 웅크리며 쓰러졌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악!”


갑작스럽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그녀가 머리를 움켜쥐고 사지를 비틀었다. 바로 남자가 튀어나가 그녀의 양쪽 어깨를 억눌렀다.


“용아!”


“예.”


시동(侍童)이 바로 그의 곁으로 달려 나와 남자 대신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할멈, 할아범 뭐해? 와서 붙잡아!”


시동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양쪽으로 뛰어나온 할아범과 할멈이 그녀의 양쪽 팔을 머리에서 떼어 잡았다. 억지로 정좌를 시킨 채 뒤에서 그녀의 머리 위로 손바닥을 막듯 서서 남자가 다른 손으로 수인(手印)을 맺으며 뭐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하고 멀쩡하던 동자가 여우의 그것처럼 가늘어지며 여우의 얼굴이 겹쳐지며 그녀의 변신이 풀려갈 지경까지 이르렀다.


남자는 다시 다른 손까지 그녀의 머리 위로 모아 두 손을 겹쳐 강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 주위로 후광(後光)과도 같은 기운이 뭉쳐졌다.


“뭐지 이게?”


빛 덩어리 안쪽으로 손을 움직이며 그녀의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던 남자의 눈이 뭔가를 보며 빛났다.


“이걸 어떻게 여기에....”


그가 양손을 조금씩 벌이며 그녀의 양쪽 귀를 막는 듯한 모습으로 기운을 움직이야 그녀가 차분해졌다.


“다들, 혹시라도 반응이 격해질지 모르니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남자가 입을 꾹 다물어 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잡았다. 분명히 그녀의 머리 뒤쪽 시상하부*쪽에서 그의 안정 주문에 강한 반향을 일으키는 빛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신경계처럼 그녀의 시상하부 방향에서 흘러나와 척추를 타고 그녀의 복부로 꼬리를 내리듯 이어져있었다.


“아아아아아악!”


그의 빛나는 손가락 끝이 그 시상하부의 반짝이는 것을 건드리자 마치 빛이 폭발하듯이 붉은 핏덩이 같은 빛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바로 얌전히 잠들어 있는 듯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몸이 솟구쳐 오르는 퍼득거렸다.


시동(侍童)과 할아범과 할멈까지 셋이서 억누르고 있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는 버거울 정도로 그녀의 움직임과 힘은 경악할 정도로 막강했다.


“스승님. 아무래도...”


“그래. 이건 건드릴 수조차 없게 아가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 듯 하구나.”


그가 다시 천천히 손을 그 반짝이는 것에서 빼자 빛의 색깔이 다시 원래 연하고 환한 따스한 빛 덩이에 감싸지며 그녀가 맥 빠진 채 몸을 축 늘어뜨리고 쓰러졌다.


“후우! 얼른 이 아이를 다시 침소에 데려다 눕히도록 하지.”


“예. 스승님.”


할멈이 할아범을 툭 치며 눈짓을 보이자 할아범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얼른 등을 내었다. 그의 등위로 쓰러져 있던 여자를 업히게 하고 할멈이 먼저 정자를 나섰다.


여자를 데리고 할멈의 처소 쪽으로 할아범이 움직이자 시동(侍童)이 조심스레 심란해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아까 말씀입니다만...”


“그래. 누가 일부러 심어둔 것이로구나. 아주 몹쓸 짓을 해두었구나. 저 아이의 기억을 소관 하는 곳과 연계한 것도 괘씸한데, 심지어 아가들의 탯줄에 연결하여 건드리기만 해도 저 아이는 물론이고 아기들의 생명을 앗아가서 폭파하게끔 교묘하게 심은 봉인 부적이다.”


“그렇다 하심은 그것을 설치한 자가....”


“아니. 요괴들의 수뇌를 맡고 있거나 그것들을 이용하려는 천상계의 누군가겠지. 하지만 아직 누구라고 단정 지을만한 정보는 없었다. 무엇보다 저 아이를 이용해서 무엇을 얻겠다고 그런 짓을 했는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하니 말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저 정도의 봉인부를 저 아이의 몸에 일체화시킬 정도의 술법을 쓰는 자라면 분명히 뭔가를 꾸미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다 봐야 할 것이야.”


“그렇다면 굳이 저 아이를 스승님이 거두시는 것이....”


“그 얘기는 엊그제 끝낸 것으로 안다만....”


남자가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두 번 똑같은 말을 하는 것만큼 스승이 싫어하고 노여워하는지 알고 있는 시동(侍童)은 가만히 고개를 숙여 스승에게 복종의 뜻을 표했다.


“일단 세상모르고 잠들었습니다. 할멈이 곁에서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다시 정자로 돌아온 할아범이 남자에게 보고하였다.


“그래. 오늘 일은 아마 저 아이의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을게다. 우리 모두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여기고 저 아이 앞에서 내색하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저 아이가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북단에서 생겨난 희귀한 여우이니 최초의 여우라는 의미에서 ‘시호(始狐)’라 부르는 것으로 하자. 예쁜 이름은 아니다만 그래도 한 식구가 되었으니 이름 정도는 있어야 불편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저 아이에게 그 몹쓸 짓을 한 것이 어떤 망할 작자인지 한번 알아봐야 하겠다.”


“예.”


할아범과 시동(侍童)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동안 정자에서 구름을 부른 남자는 바로 연기가 흘러나가듯 절벽 위의 초가에서 더 멀리 공중으로 멀어져 갔다.



“으으응?”


“이제 정신이 좀 드나?”


할멈이 옷을 꿰매다 말고 막 눈을 뜨고 두리번거리는 시호(始狐)를 보며 물었다.


“여기가...”


“내가 말했던 우리 처소. 자네가 누운 곳은 내 침소이고 저쪽이 이제 자네가 쓸 침소이네.”


깨끗하게 마련된 침대와 이부자리가 자신이 누운 자리의 맞은편에 보였다.


“제가 왜 갑자기....”


“응. 아마도 스승님이 치료해주셨던 선약(仙藥)의 기운이 강하여 아기를 둘이나 가진 자네에게 무리가 갔던 모양이네.”


할멈은 막 만들던 옷에서 실을 끊어내며 대답했다.


“다 됐네. 평상시에 자네가 입을 옷을 한번 만들어 보았다. 지금 입고 있는 것은 연유는 모르겠지만 너무 얇아. 북국에서 온 사람이 어찌 옷이 그리 얇단 말인가? 아무리 겨울 추위가 다 가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편하게 움직일만한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전에 예뻐서 내가 사둔 건데, 내 외모에는 어울리지 않아, 내가 간단히 자네 몸에 맞춰 고쳐보았네. 입어보게나.”


할멈이 내미는 옷을 받아 든 시호(始狐)가 가만히 옷을 만지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눈시울이 불어지며 눈 하나 가득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제 옷을 만들어준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어요.”


“그렇게 감격스럽게 눈물까지 흘릴 일은 아냐. 어차피 사온 옷 적당히 마감만 좀 바꾼 거니까...”


“감사해요. 이렇게까지....”


“배 속에 아기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는 사람이 끼니를 거르면 안 돼. 혹시 몰라 저기 죽을 쑤어놓으니까 얼른 한 술 뜨게. 벌써 다 식었는가 모르겠네.”


할멈이 곁에 가져다 둔 죽을 가지려 일어서는데 시호(始狐)가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가서 먹을게요. 그냥 두세요.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내가 천상계를 비롯해서 온 세상을 내 세상처럼 날아다니며 보긴 했지만, 자네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여우는 처음일세. 거참! 예의가 바르다 못해 넘쳐나는 여우로고...”


“죄송해요. 자꾸 그런 말 해서....”


“어허! 그만하니까...”


“네. 죄송... 아!”


“허허허. 일단 얼른 먹어. 뭐니 뭐니 해도 임산부는 영양가 있는 걸 많이 먹고 잘 자고 마음이 편해야 하는 게야.”


“네.”


금세 다시 눈가가 촉촉해진 시호(始狐)가 죽을 한 숟가락 뜨는 것을 보며 할멈이 말했다.


“자네가 얼른 건강해지라면서 청룡(靑龍)이 잉어를 잡아와서 그것으로 끓인 거라네.”


말도 하지 못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죽을 먹는 둥 마는 당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할멈이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그러니, 내 아무 말 안 할 테니 눈물 뚝 그치고 얼른 먹고 기운이나 차려.”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가족으로 북국(北國)에서 온 시호(始狐)를 받아들였다.



북쪽 끝까지 한달음에 날아들던 남자가 입가에서 하얀 연기를 뿜으며 산 아래로 향했다. 겨울이 다 지나가 봄이 왔음에도 북국(北國)의 끝은 온통 얼음으로 둘러싸여 만년설이 녹지 않은 채 산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눈앞에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설산을 뚫고 날아들어가던 남자의 눈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의 아가리 같은 동굴이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이내 구름에서 내려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빛은 하나도 없고 칠흑 같은 어둠과 살을 에일듯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르르르르”


그를 경계하는 듯한 붉고 커다란 눈이 어둠의 저편에서 그를 응시하며 포효하기 직전의 굵직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소리를 냈다.


“있는 거 다 아니까 얼른 나오너라!”


“크르르르르.”


“내가 지금 기분이 많이 안 좋아서 이런 장난을 받아줄 상태가 아니란다.”


남자가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갑자기 빠직거리며 푸른 번개 같은 기운이 그의 손에서 뻗어 나와 그의 온몸을 타며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푸른 용의 기운처럼 그의 손에서 빠져나온 번개는 동굴 안을 환하게 밝혔다. 어둠의 앞에 있던 검고 맨들 거리는 흑표범 같은 것이 거대한 두 개의 이빨을 드러내며 겁먹은 표정으로 감히 그에게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의 길고 하늘거리던 머리카락이 강한 정전기에 일어서듯 펼쳐지며 푸른 전기가 그의 주변에 강한 자기장 같은 것을 만들어내며 구의 형태로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청명(淸明)! 아니, 무명자(無名子)! 북국(北國)을 아예 없애버릴 참이야?”


검은 흑표범의 앞에 있던 거울에서 무언가가 곰 같은 형체가 쑥 나오며 푸른 번개의 구에 휘감아진 남자의 앞으로 뛰어나왔다.


커다란 백곰이 실룩거리듯 그의 앞에 푸른 번개의 구체 쪽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찌지지직-


내민 곰의 커다란 앞발의 발톱이 전기에 녹듯이 날아가버리며 겨우 구체의 빛이 사그라들며 그의 모습이 본래대로 차분히 가라앉았다.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다.”


다음 편에 계속...


주) 시상하부(hypothalamus)


시상하부는 시상의 밑에 위치한다. 시상하부는 뇌 전체 부피의 1% 이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항상성 유지를 위한 중추로 작용한다. 또한 감정표출, 체온조절, 배고픔이나 목마름 등의 다양한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로도 작용한다.




<방상씨의 탈>을 재미나게 탐독하고 계신 구독자분들에게 어제 연재를 건너뛴 것이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모두가 즐길만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도 글쓰기의 목적이긴 하나, 만약 그것만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그냥 책으로 출간해서 돈 내고 즐겁게 읽을 수백만의 독자를 택하지, 아무런 댓가도 없는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래 글이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를 보여주는 첫걸음입니다.


https://brunch.co.kr/@ahura/1052


그저 재미있게 시간 보내고 푹 빠질 글이면 그만이지 무슨 대단한 사회변혁이고 민초들에 의한 정치이냐고 생각하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제 브런치에 얼씬 하지 말아주시길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소개에, 이 공간을 열 때부터 새겨져 있었습니다.

발행글, 1000편 넘겼으면 이제 명확히 목소리를 내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실천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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