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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29. 2022

외교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줄까?

외교가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자들에게.

君召使擯, 色勃如也, 足躩如也. 揖所與立, 左右手, 衣前後, 襜如也, 趨進, 翼如也. 賓退, 必復命曰: “賓不顧矣.”
군주가 불러 擯을 시키시면 낯빛을 변하시며 발걸음을 조심하셨다. 함께 서 있는 동료의 擯에게 揖하시되 손을 좌로 하고 우로 하셨는데, 옷의 앞뒷자락이 가지런하셨다. 빨리 걸어 나아가실 적에 새가 날개를 편 듯하셨다. 손님(국빈)이 물러가면 반드시 復命하시기를 “손님이 돌아보지 않고 잘 갔습니다.” 하셨다.

이 장에서는 군주가 자신을 대신하여 공자를 불러 외국 사절단을 접대하게 하는 상황이다. 공자 당시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제후들 사이에 사절단을 보내 서로 상대방에게 안부를 묻고 우호를 다지는 행사가 많았다. 그것을 일러 ‘빙례(聘禮)’라 하였다. 이 외국사절을 맞이하는 쪽 나라에서 접대역을 하는 중신들을 원문에 나온 ‘빈(擯)’이라 하였다.


그렇게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사절단을 ‘개(介)’라고 하였는데, 각기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였으니 이 사절단 사이의 만남과 교유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복잡한 예법이 없을 수가 없었다. 예컨대, 그들은 처음 손님으로서 왔을 때, 그리고 그들을 마중 나갈 때부터 성문 안쪽에서부터 서로 일렬로 마주하여 절을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원문에 나온 것처럼 배웅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예법에 맞춰야만 했다.


예법 하면 또 공자를 빼놓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군주 입장에서는 공자를 불렀던 것인데, 공자가 그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묘사한 것이 바로 이 장이다.


그럼 먼저 주자가 이 장에 대해 해설하는 주석을 통해 생소한 용어들에 대해 하나하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보기로 하자.


‘擯(빈)’은 주인 된 나라의 군주가 신하로 하여금 나가서 손님을 접대하게 하는 것이다. ‘勃(발)’은 낯빛을 고치는 모양이요, ‘躩(확)’은 발자국을 〈마음대로 떼지 못하고〉 조심하는 모양이니, 모두 군주의 명령을 공경하기 때문이다.


행동 하나하나가 저토록 조심스러웠던 것은 사절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군주에 대한 지극한 존중의 표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일일이 군주가 접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예법에 따라 중신을 대신 ‘擯(빈)’으로 삼아 내보낸 것이기에 그것은 단순이 신하의 입장이 아닌 군주를 대신한다는 대표성을 갖는 외교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빈으로 나서게 된 이후의 공자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다소 생소하게 느낄 일반인들을 위해 주자가 그 모습이 왜 그러한 것인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함께 서있는 바’란 함께 빈이 된 자를 이른다. 빈은 명수의 반절을 쓰는 것이니, 예를 들면 9명인 상공(上公)이면 다섯 사람을 써서 차례로 명을 전달한다. 이때 왼쪽 사람에게 읍할 적에는 손을 왼쪽으로 하고, 오른쪽 사람에게 읍할 적에는 손을 오른쪽으로 하는 것이다. ‘襜(첨)’은 가지런한 모양이다.


읍하는 듯하며 손을 좌로 하고 우로 하였던 것은 바로 위의 주석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명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렇게 빈번하게 좌우로 움직였음에도 옷의 앞뒷자락이 가지런하였다는 묘사는, 그만큼 행동에 신중을 기해 조심스럽게 움직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빨리 걸어 나갈 적에 새가 날개를 편 듯하였다는 설명에 대해 주자는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빨리 추창하여(종종걸음으로 달려) 나아갈 적에 몸을 펴고 손을 모은 것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마치 새가 날개를 편 것과 같은 것이다.


앞에서 몇 번 나왔으니 이제 기억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종종걸음이라는 것은 급해서 달려가는 걸음걸이가 아닌, 상대에 대해 상당한 예의를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는 걸음걸이이다.


걸음걸이 자체가 보폭이 좁기 때문에 당연히 걷는 사람도 불편하거니와 보는 사람도 썩 아름다워 보이기 어려운 걸음걸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이 얼마나 몸에 배어있는지 몸을 굽히는 것이 아닌 꼿꼿이 펴고 손을 모은 것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새가 날개를 편 것처럼 보였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렇게 사절단에 대한 접대가 모두 끝나고서는 군주에게 돌아와 손님 접대를 잘 마쳤다고 보고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묘사한 원문은 약간의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위에서 “손님이 돌아보지 않고 잘 갔습니다.”라고 해석한 부분이 의미도 모호하고 다소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 것이다. 손님이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뭔가 아쉽거나 불만이 있어 뒤돌아볼일이 없이 잘 갔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학자는 완전히 헤어지기 전에 서로 예의를 갖추느라 계속 사절단이 돌아보고 다시 사례하고 인사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것마저 다 끝나고 손님이 돌아보지 않을 정도까지 배웅하였다고 해석하여 예를 끝까지 갖췄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해석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군주를 대신하여 손님 접대를 완벽하게 잘 끝냈다고 보고하는 내용으로 주자는 이 부분을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군주의 공경을 풀게 한 것이다.


이렇게 이 장에서는 공자가 군주를 위하여 빈상(擯相)이 되셨을 때의 모양을 촘촘하게 기록한 것이다.



그저 군소국끼리의 사절단 교류이지만 다른 나라의 사절단을 맞는다는 것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군주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다. 현대에 그것을 대행하는 것은 당연히 외교부이다. 그래서 외교와 예법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대한민국 외교부의 마피아들이 도대체 얼마나 황당한 짓을 하는지에 대해 좀 따져보려고 한다.


내가 공부할 때는 고시는 가지뿐이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어느 시대 즈음부터인가 선생이 되는 시험마저 임용고시라며 개나 소나 고시라는 말을 쓰는 바람에 그 값이 길에 파는 고철만도 못해버리게 되긴 했지만, 본래의 고시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법비로 불리는 것들이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검사나 판사로 임용되면 바로 국가공무원 5급에 해당하는 직위를 주었으니 개천에서 용이 되겠다고 하는 이들이 유일한 동아줄이라고 할 만도 하였다. 물론 사법고시가 난이도나 뽑는 인원이나 고등학교 성적이나 대학교 성적으로 보더라도 가장 으뜸이었고, 실제로 세 고시를 모두 패스한 이들이 간혹 있긴 했는데,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역시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법조인이 되는 것이었다. 외교부의 마피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더니 왜 뜬금없이 고시 타령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의아할 것이다.


외교부 마피아들의 뒤틀린 자격지심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 고시의 등급을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무고시에 패스한 이들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나라를 대표한다는 미명을 가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나는 법조계의 법비들과 가까이 지냈던 탓에 법비들의 민낯과 24시를 잘 알기도 하지만, 어쩌다 해외를 많이 다니다 보니 각국에 퍼져있는 외교부의 마피아들은 물론이고 본부에 기생하는 것들의 민낯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다.


새삼스럽게, 그들이 사법고시에 패스한 이들이 멋지게 대외비용으로 턱턱 쓰는 쓰임새를 보면서 자격지심을 갖고 자신들이 회의를 할 때 평소에 가고 싶었던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프랑스에서 맛보았던 와인을 대낮부터 마시고 회의 식사비로 청구하거나 하는 정도는 행정고시를 보고 행정 공무원을 하는 것들도 하는 정도라 비난할 꺼리의 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한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장에서 단순히 공자가 보여준 행실을 묘사하는 것으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 공자는 특별하거나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것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바로 이 장이 내놓고 감춰둔 핵심이다. ‘내놓고 감춰둔’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눈치챘다면 초심자는 벗어난 것 같으니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바로 설명한다.


공자가 보여준 그 모든 행동들은 군주를 대신하여 빈이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행동들의 표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굳이 왜 보여주었느냐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자들이 없었던 것이다. 억측 아니냐고 따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수천 년 흐른 대한민국의 외교부 이야기로 다시 넘어와 보자.


그들의 임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국민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하여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수호하며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외교부에는 당연히 ‘재외국민 보호과’라는 이름도 멋진 부서가 있다.

심지어 그곳에는 짭새라고 불리는 경찰의 외사과 관련 경감급 인물들까지 파견근무를 나와 있다. 그 짭새들이 외교부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외교부 상관들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시간을 때운다. 그것은 경찰서장급의 간부가 되는 자들이 외교부 파견을 빙자하여 나랏돈으로 가족들 다 데리고 해외에 나가 코에 바람을 넣는 조건으로 경찰 영사라는 이름을 달고 세금을 축내고 있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니 전 국민에게 개망신을 기억할 것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나왔던 이의 부인이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에 가족과 함께 나갔다가 자신의 카페에 쓸 고가의 도자기를 외교관 컨테이너 이사에 버젓이 들여왔던 사실이 드러났던 것과 아주 흡사하다.


외교부가 다른 부서에 대놓고 딜을 할 수 있는 것은 유일무이하지만 막강한 무료 초호화 해외체류권이다. 그것은 바로 나랏돈으로 해외 각지에 자리를 만들어 단신 부임은 고사하고 가족들을 모두 끌고 나와 아이들 해외 교육은 물론이고 부인에게 고가의 도자기 등등을 외교관 신분으로 세금 내지 않고 당당하게 대형 컨테이너 이사로 가져올 수 있는 자신들만이 누리는 특권(?)을 나눠주는 것으로 다른 부서들과 거래를 한다.

이미 드러났다시피 심지어 대법원장이라는 작자가 판사들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외교부의 이 무료 초호화 해외 체류권을 ‘해외연수’ 혹은 ‘특별 파견’의 형태로 사용한 바 있다.


자신들의 사비로는 도저히 꿈조차 꿀 수 없는 어마어마한 비용의 해외의 국제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것조차도 법령에서 규제하고 있지 않고 최근 국회와 감사원을 통해 초고가의 국제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선진국처럼 일부만 보조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시정명령을 들었음에도 몇 년째 그들은,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라는 뻔뻔한 변명을 하며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꾸게 되면 그간 그 제도를 누린 선배들에 대한 후배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 자칫 잘못하면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거니와 자신들의 특권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재외국민 보호국장을 비롯해서 과장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실무자와 책임자들을 만나 업무 관련하여 다수의 회의를 해왔다. 그런데 내가 이제까지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던 올곧은 경찰처럼, 나라를 위해 쌍코피 터져가며 뛰어다니고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동분서주 노력하는 외교관은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

특히 요즘 외교부는 여성 인력이 부쩍 늘어나 있는데, 남자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없지만, 남자보다 성적이 뛰어나 뽑았는데 실무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내부에서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회를 좀먹어왔던 법비들과 의사들의 지지리도 공부를 못해서 법대와 의대를 못하고 심지어 억지로 보내도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하고 의대에서 낙제를 먹고 도태되는 일이 발생하자, 제도를 바꿔버려 억지 대물림을 위해 로스쿨과 의전원으로 현대판 음서제를 창출하며 돈으로 법조인과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을 만든 것에 외교부 간부들이 자극을 받은 것이다.


법비와 의사들은 제도까지 바꿔가며 공부 못하고 능력 안 되는 자식들에게 직업의 대물림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그럴 깜냥은 안되는데 무슨 수를 쓰던 자식들을 외교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다 못해 터져 버려 외무고시가 없어지며 생긴 면접을 요즘 경상도 병원 대장 해먹던 사람이 아들과 딸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기어코 외교관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외교부에서 아무리 일을 안 한다고는 하지만, 오냐오냐 더 받들어져 해외 공관에서 대사님 자녀로 큰 아이들이 말단 민원업무를 현장에서 해야 하는 비극(?)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법비와 의사들이 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이 잘하는 짓으로 서류를 꾸며 국회를 로비하고 청와대의 도장을 받아 자신들의 귀한 자식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막일을 할 ‘사건 담당영사 특채’라는 일반인들을 알지도, 듣지도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인원을 충원하여 외교부 내에 카스트 제도를 만들어냈다.


부모가 외교부 간부인 귀족 자녀들은 절대 현장업무를 하지 않고, 민원업무라던가 현장에서 민원인들을 대해야 하는 짜증 나는 감정업무나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업무를 머슴으로 들어온 몇 안 되는 직원들과 새로 충원한 특채 머슴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멋진 백발을 날리며 장관을 하면서도 코로나 정국에 외교부 지침을 어기고 당당히 요트 사러 미국에 가는 남편을 자기가 말릴 수 없다는 통역이나 하던 아줌마는 뭘 했느냐고? 당시 외무고시를 보고 바닥부터 기어올라가 국장급이 되었던 대사급들의 인종들은 그 통역 아줌마를 얼굴마담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봐주지 않았다.

그들만의 콘체른은 얼굴마담으로 장관 하나 온다고 해서 바뀔 것이 아닐 정도로 총체적으로 썩어 문드러졌다. 이제 그 수장 후보로 경성제대 법대를 나오고 사시를 볼 실력도 안되어서 외무고시로 외교관 입네 들어왔다가 정작 경성제대 법대 라벨로 여기저기 좋은 노른자만 챙겨 먹던 자가 다시 그 수장의 후보로 들어설 판이다.


이것이 이 장에서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할 외교의 모범을 성인 공자를 통해 묘사만으로 보여준 이유이다. 그 답답함이 당신에게도 느껴지는가?


묻자, 그들이 당신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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