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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02. 2021

무료 가족사진 촬영권- 1편

촬영은 무료로 해드리지만 원본 사진값은 고가입니다.

무료 가족사진 촬영을 해준다는 글이 당근에 올라왔다.

마치 무료 가족사진 촬영권을 자신이 찍으러 가지 못해서 나눔 하는 것처럼...

일단 전화를 걸어봤다.

자신들은 전국의 스튜디오와 연계해서 중계하는 업을 하는 업체라면서 가까운 스튜디오를 섭외해주겠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봤다.

"행여 사진 다 찍고 나서 원본 사진을 안 준다거나 돈 내놓으라고 강매하거나 하는 거 아니죠? 원본사진 파일 주는 거 맞죠?"

"네? 아 네. 스튜디오에서 알아서 챙겨주실 거예요."


험악한 세상,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 말을 바꾸는 세상.

그래서 중요한 계약관계나 약속이 언급되는 통화는 녹취를 해둬야만 한다.

당연히? 녹취를 했다.


그런데 막상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연락이 오고 슬그머니 카톡 문제에 원본 사진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을 넣었다. 심지어 한복 사진 촬영도 무료라고 해서 한복 사진을 오랜만에 찍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일단 녹취를 믿고 스튜디오로 갔다.

한복 따위는 있지도 않으니 자신들이 주는 대로 입으라는 불친절에서 시작해서, 화장을 해주는데 따로 돈을 내라고 화장과 헤어를 하지 않으면 사진이 개판으로 나온다는 앵벌이성 협박까지 들었다.

모두 거절했다.

반나절을 정말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대며 무려 2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사진기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소나 이름 등의 개인정보가 민감한 시대라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서라며 종이를 내밀어서 사인을 했다.

그러자, 스튜디오 실장이라는 자가 갑자기 컴퓨터에 200여 장이나 되는 가족사진을 보이며, 원본사진 파일은 주지 않고 딱 한 장의 사진만 준다고 했다.

물론, 인터넷에서 5만 원도 안 되는 액자를 60만 원이라고 말하며 현금으로 30만 원에 부치면 원본사진 파일을 보내줄 수 있다고 딜까지 했다.

당연히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예쁜 모습이 담긴 파일을 그냥 그 자리에서 폐기하겠다는 실장의 협박은 정말로 가공할 것이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액자 값이라며 돈을 부쳤다.

분명히 예약해준 업체에서 원본 파일을 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하자, 실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뭔가 잘못 들었을 거라며 자기네 스튜디오와 그곳은 무관한 곳이라고 딱 잘랐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황급하게 원본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이메일로 받고 보니 사진을 볼 때는 기분이 좋았으나, 생각하자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이거야말로 80년대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문신한 팔에 절뚝거리는 덩치가 차 안으로 올라와 100원짜리 볼펜을 만원에 사달라며 협박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었다.


해서 바로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액자를 그 값에 구매하고 원본 파일을 덤으로 받은 것이 맞지요? 액자는 아직 제작되지 않았으니 액자 제작을 취소하겠소. 바로 취소하였으니 환불 바랍니다."

당연히 실장이라는 작자는 화를 버럭 냈다.

"원본 파일 받았잖아요. 그럼 끝이에요. 무슨 환불입니까? 절대 못해줍니다."


무료 사진 촬영권....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지만 원본 사진은 주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싶어 한 장의 원본 파일을 5천 원짜리 나무 액자에 넣어서 준다는 설정을 해둔다.

그렇게 그 업체는 앵벌이 사기를 벌여 돈을 챙기고 있었다.


촬영하던 날 그들의 스튜디오에서 봤던 액자의 가격은 10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패키지로 적혀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영업을 당당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소비자원에 고발하는 것과 동시에 사기혐의로 해당 업체를 고소하기로 했다.


- 2편에 계속

https://brunch.co.kr/@ahura/12

2022년 4월 현재 민사소송 진행중입니다.

억울함을 바로잡고 싶은 분은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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