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들어가니 이런 무료 사진 촬영 사기가 많은지 아예 카테고리가 사진 분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신고를 하고 며칠이 지나서야 담당이라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일이 많은지 그는 어떤 일인지 대강 물었고 나는 흥분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게 접수를 하고 상대방 사업자에게 수습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진실이 밝혀지고 말았다.
중계업자라며 당근 마켓을 이용했던 그 업체가, 내가 녹취를 받아서 원본 파일은 스튜디오에서 챙겨준다고 했던 그 업체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장이 차린 곳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밝혀진 과정도 가볍다 못해 우스운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
스튜디오에서 노쇼 계약금이랍시고 나타나지 않으면 떼겠다며 3만 원의 돈을 보내라고 했다.
이상하고 불쾌했지만 무료 가족사진 촬영이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보냈던 그 계좌의 이름이....
조사과정에서 전국에 스튜디오와 연결해준다던 중계업체라고 말했던 그 업체의 사장 이름이었던 것이다.
처음 사기를 칠 때부터 스튜디오 실장은 자신이 사장인 것처럼 굴었고, 처음 낚시를 했던 업체에서는 자신들은 전국의 스튜디오에 연계만 해줄 뿐, 스튜디오 개별의 전략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알 도리가 없다면 선을 그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밝혀낸 것이 소비자원도 아니었고, 소비자원에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알아낸 이 가공할만한 사기의 근거를 소비자원의 담당자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원래 두 업체 모두 한 사장이라는 말씀 듣고 나서 그 사장이라는 사람과 통화를 해봤는데요. 자기네는 어차피 스튜디오에서 한대로 그냥 했으니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해 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 원하시면 중재가 실패된 것으로 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하실 수가 있습니다. 하시겠습니까?"
소비자원에서 명백한 그들의 사기행각을 확인하고 나서도 자기네들은 법적 강제력을 가진 곳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단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끌고 반년이 지나서야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관이라는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이 사안이 변호사 출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에서 면밀하게 회의과정을 거쳐 법적 효력이 있는 조정결정문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석 달 여의 시간을 잡아먹은 후 통지가 왔다.
원래 금액의 3분의 1만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주라는 취지의 결정문이었다.
처음 낚시를 했던 중계업체라고 사기를 친 그곳의 담당과 전화했던 녹취도 녹취록으로 만들어 냈고, 결국 한 업체가 그런 행위를 했던 것임을 입증했지만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변호사 출신 위원은 수많은 안건 중에 그 하나를 대강 넘겨버렸다.
나중에 항의를 위해 담당 조사관에게 물으니 조사관이 말했다.
"사업자 측에서는, 정확히 말하면 사장은 나오지도 않고요. 스튜디오의 실장은, 액자를 구매하면 원본사진 파일을 드리겠다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반대로 원본사진 파일을 그 금액에 구매하겠다고 액자를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원본사진 파일과 액자를 구매하겠다는 새로운 계약이라고 봐서 그중에서 액자 금액을 3분의 1이라고 책정하여 원본사진 파일을 받으셨으니 그 금액을 3분의 2라고 결정한 것입니다."
그 개소리를 차분히 듣고 있기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주소와 이름 같은 내용 때문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라고 해서 사인한 문서에 '우리는 원본사진 파일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사전 통지한 것으로 해석했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줬다.
그들은 이미 낚시를 통해 사기행위로 인정받지 않을 여러 가지 빠져나갈 궁리를 만들어두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증거를 들이밀고 복잡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면밀히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사기행각이 들켜 돈을 토해내거나 일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사안의 핵심은, 무료 촬영권이라는 말자체에 과연 사진을 찍은 파일을 줄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의 아주 단순한 논리였음에도 변호사 출신이라는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장께서는 귀찮은 판단을 하기 싫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