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사를 하는 경찰들이 얼마나 기계적으로 사건을 덮는지에 대해서는 그 수많은 방법에 대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만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이 사건을 덮는 이유이다.
피의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거나 자신의 지인에게 부탁을 받았거나 하는 것은 그나마 구체적인 이유라도 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내가 보아왔던, 경험했던 사건들은 그들이 그저 제대로 일하지 않고 덮고 싶거나 고소인이 자신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굽신거리지 않아서 괘씸하니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이었다.
1년 전쯤에 발생한 사건이다.
현직 목사라고 하는 자가, 자기 집 앞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자신의 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흥분하여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치 무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처럼 자신의 돌이 갓 지난 아기를 한 손에 들고 나와 피해자에게 던지려고 하는 액션을 취하였다.
피해자 부부는 너무도 경악했고, 목사는 그 와중에 저주의 기도를 한다며 기도문까지 소리쳤다.
다음날 피해자 부부는 그를 협박죄와 모욕죄로 고소했다.
담당 경찰은, 해당 내용을 듣고 나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당연히 그러한 행동이 사실이라면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목사가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바뀌었다.
몇 달간 연락이 없던 담당 경찰에게 피해자가 전화와 이메일로 알렸다.
"만약 그 목사라는 자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사실을 부인한다면 당시 상황이 모두 녹취가 되어 있으니 증거로 내고 대질심문도 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담당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녹취 증거는 절대 내지 마세요."
절대?
피해자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그 경찰에서 무혐의이기 때문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그 수사결과 통지서라는 내용에는 경찰이 자폭하는지도 모르고 아주 상세하게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주의 기도를 내뱉은 것은 사실이나 그 기도문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아이를 던지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나, 당시 상황을 볼 때, 그것이 위해가 될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협박죄도 성립되지 않는다.
법은 상식을 규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상식을 벗어나거나 파괴하는 법은 있지 않다.
아무리 변호사가 나서고 전관이니 경찰이랑 한편이니 하고 날뛰는 한이 있더라도 위법한 행위로 처벌받을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는 세상은 썩어 문드러진 세상이고, 그것은 결코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어떤 상황에 의해서 위해가 될만한 상황이 아니었는지, (그 상황에서 피해자의 아내는 공포를 느껴 112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한 사실이 있음에도) 그 경찰의 면상에 대고 진지하게 묻고 싶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렇게 사건을 덮고자 했던 경찰에 대해 경찰청에 감찰을 요구하던 참에 마침 연말에 터진 정인이 사건으로 양천경찰서장의 목이 달아나는 일이 터졌다.
'아동학대'임을 인지하고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경찰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였으나....
아동학대 건으로 입건되어 제대로 처벌하겠다고 약속하며 언론에 제보하지 말아 달라던 경찰 측에서는 몇 달이나 시간을 질질 끌다가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 가정법원에 보내 처리하는 '보호처분'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을 황급히 마무리지었다.
처음 협박죄도 성립이 되지 않고, 명백한 아동학대를 행위를 인지하고서도 덮은 경찰관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협박죄'로 고소하여 '아동학대'는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어이가 없는 결론을 내며 사건을 덮었다.
연일 방송에서 아동학대가 문제가 되고 피해자와 전혀 상관없는 엄마들이 울며불며 경찰서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지만, 경찰들은 그런 것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안일한 경찰에 동조하여 제대로 사건을 살펴보지도 않은 검찰에서는 '불기소' 도장을 기계적으로 찍어놓고 일반인들이 경찰에게 욕할 때, 조용히 숨죽여 자신들에게 화살이 날아오지 않음을 키득거리며 즐긴다.
도대체 누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돈 불리는데 혈안이 된 정치인이?
제대로 된, 어딘가 숨어 열심히 자기 본분을 충실히 하는 경찰이?
사소한 사건도 검찰 수사관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이 꼼꼼히 코피 흘려가며 사건을 검토해서 바로잡을 검사가?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모양 이 꼴로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